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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혁명은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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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혁명은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의제27 '시선'] "청년들의 손이 아니라 마음을 보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을 전파한 SN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도 SNS를 선점하는 쪽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의 이용자가 폭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SNS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중동의 자스민 혁명, 남유럽의 시위, 미국 월가 시위에서 그 위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올해 봄 나는 마드리드 시청 앞 광장에서 분노에 찬 대학생들을 만났다.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학생들은 노트북, 인터넷,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는 구호로 시위가 벌어진 뉴욕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통신기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월스트리트 시위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이용해 빠르게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전달되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SNS에 익숙한 청년층이었다.

▲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장면. ⓒAP=연합뉴스

'아랍의 봄'이 발생한 진짜 이유는?

2011년 튀니지 '자스민 혁명'의 시발도 SNS였다. 청과물을 팔던 노점상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맞서 분신자살을 한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튀니지 인구 1040만 명 중 60%가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인데, 인터넷 사용자는 350만 명 이상,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만 명을 넘었다. 튀니지 정부는 SNS를 통제하지 못했고 반정부 시위는 장기독재 체제를 한 순간에 종식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없었다면 이집트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올 해 초 이집트 시민들이 30년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도 SNS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집트 혁명을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부른다. 과연 그런가? 수많은 시민의 봉기를 SNS 혁명이라는 부르는 것이 맞는가?

천만에. 우리는 역사의 혁명적 변화를 기술의 발전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정보기술이 등장하지 않았던 1789년 프랑스 시민들은 바스티유 요새를 점령했다. 소셜 미디어가 없었던 1848년과 1968년 세계는 거대한 혁명적 격변을 경험했다. 페이스북이 없이도 1991년 소련은 무너졌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이다

최근 이집트 민주화운동을 촉발한 청년단체 '4월 6일 청년행동'의 공동창설자 아흐메드 마헤르 이브라힘 엘탄타위가 한국에 왔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민주화는 민주주의를 열망해온 수준 높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가 이집트 혁명에 미친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SNS 혁명'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기술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는 주장이다.

튀니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혁명을 '자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꽃인 자스민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집트 혁명의 상징이 SNS인가? 사실 'SNS 혁명'이라는 용어는 서방 언론의 작품이다. 이는 SNS라는 서양 문명의 영향으로 이집트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매우 정치적 해석이 담겨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은 미국 행정부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테러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무바라크 친미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중동 정책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과 서구의 언론은 이집트의 정권교체를 다른 상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아랍 혁명을 'SNS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서방 중심적 사고이다.

68혁명, 페이스북 없는 대중운동

1968년 세계를 뒤흔든 학생혁명은 당시 통신수단이었던 전화와 텔렉스가 만든 것일까? 68혁명 당시 서방세계의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기득권층이 독차지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와 유인물을 만들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대학에서 점거농성이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체코의 '프라하의 봄'과 중국의 '문화혁명'도 폭발했다.

나는 올해 6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개최된 '한국과 독일의 학생운동과 시민사회' 제목의 학술대회에서 독일의 60년대 학생운운동의 주역들을 만났다. 당시 학생운동 지도자였던 클라우스 메쉬케트 사회학 교수는 "독일 대학생들이 나치에 협력한 기성세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어졌지만, 젊은 세대의 감수성은 새로운 시대를 원했다. 1980년대의 한국도 고속성장을 이루었지만, 유신독재와 광주학살을 저지른 군사정부는 학생들에게 불신을 받고 권위를 상실했다.

독일 사회주의대학생연합(SDS)의 지도자 루디 두취케(당시 베를린자유대학 사회학과 학생이었다)와 학생들은 정당과 노조의 보스와 달랐다. 이들은 정형화된 지도부를 만들지 않았지만, 점거농성과 대중집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출했다. 비폭력, 자발성, 탈중심의 운동을 창조했다. 대학 개혁, 권위주의 타파, 등록금 폐지, 베트남 전쟁 반대 등 요구조건도 다양했다. 이들이 개최한 공개토론회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새로운 대중운동의 지평을 열었다.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의 중요성

인터넷은 다수의 대중의 힘을 강화할 가능성을 키운다. 냉전 시대 인터넷은 미국 국방성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지만, 히피 문화와 사회의식을 가진 해커의 세례를 받아 전혀 다른 성격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곧 바로 대중의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인터넷 전문가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인터넷 망상>(The Net Delusion)이라는 책에서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는 현실을 보면서 경악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가 전 세계에 확산되었지만 모두 아랍과 같은 정치적 격변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2009년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행위에 맞선 청년들의 시위가 발생하자 이란 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 웹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했다. 독재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이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모든 독재정부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장악하여 대중을 통제할 수 있다. SNS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사회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랍 혁명은 사회인구적 변동에 따른 구조적 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특히 젊은 층의 인구 증가와 경제위기가 결합되면서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되었다. 정치적 갈등이 맨 먼저 발생했던 이집트는 젊은층 인구 비중이 52.3%에 달했다. 튀니지는 42.1%, 리비아는 47.4%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청년 실업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이집트는 24%, 튀니지와 시리아는 30%가 넘었다. 젊은이들의 교육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당연하게도 상당수의 대졸 실업자들이 대거 시위에 참가했다. 이들의 요구는 권위주의 정부의 장기집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다른 아랍 국가인 알제리에서는 급격한 사회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알제리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급진세력의 사회운동을 미리 경험하면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1월 알제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공권력 사용을 자제했다. 1992년 '테러 전쟁'에서 시작한 '국가비상사태'를 야당의 요구에 따라 해제했다. 또한 청년고용을 창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난 해소를 위한 정책도 추진했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한 정치적 타협을 효과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치솟는 청년실업, 사회갈등의 폭발

실제로 아랍 혁명이 촉발한 계기는 SNS가 아니라 청년실업이었다.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시위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율은 45%가 넘는다. 최근 월가 시위 확산의 배경도 일자리 부족과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해 약 687만 명이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7년 4.6%에서 2011년 8월 9.1%로 상승한 반면, 고용률은 2007년 63%에서 2011년 8월 58.2%로 낮아졌다.

중국은 어떤가? 최근 QQ 등 SNS가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인터넷이 자유를 쟁취할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화운동이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철저한 인터넷 감시망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중국 사회가 불안해질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높은 교육열에 따라 고임금의 직장을 선호하는 고학력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 수준의 상승과 실업율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 사회의 불안은 증폭될 수 있다.

젊은이의 저항이 세상을 바꾼다

한국에서도 'SNS 혁명'과 젊은이들의 저항을 둘러싸고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한다. 먼저, SNS가 사회변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중동 시민혁명의 근본적 원인을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로 설명한다. "1조 시간을 가진 새로운 대중이 극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음으로, SNS가 쓸데없는 잡담이나 늘어놓고 유언비어나 퍼트리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정반대의 평가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앤드류 킨은 '아마추어 숭배'에서 인터넷에 참여하는 대중이 아마추어 지식을 퍼트리면서 질 나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했다. 누가 맞는가? 분명한 것은 SNS 자체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삶 자체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조건이 그들을 불행에 빠트리는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려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실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그저 그런 오락과 소일거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언제 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와 투표장으로 몰려나올지 알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은 치솟고 일자리는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커져만 가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과 행동이 없다면 누구도 튀니지 거리, 마드리드 광장, 월스트리트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의 손에 있는 기계를 보지 말고 그들의 가슴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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