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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복지·反FTA 전선, 하나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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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복지·反FTA 전선, 하나가 될까? [의제27 '시선'] 갈등의 치환과 한국정치의 변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는 자신의 저서 <The Semisovereign People>(『절반의 인민주권』의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됨)에서 갈등의 동원과 치환이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설명하고 있다. 즉, 그는 여러 갈등 중 어느 갈등이 그 사회의 중심적인 갈등으로 동원되는가에 따라 정치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보았고, 따라서 하나의 중심적인 갈등이 다른 갈등으로 치환될 때 정치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정치란 정당이 갈등을 동원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심적 갈등의 치환에 의해 정치의 변화가 이루어졌던 사례로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샤츠슈나이더가 그 한 사례로서 언급했던 것은 대공황 직후 민주당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932년 미국 대통령선거였다. 즉, 1932년의 대통령선거는 민주당 지지의 남부과 공화당 지지의 북부를 대립시켰던 지역주의 갈등을, 사회 약자층을 대변하는 민주당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공화당 사이의 계층적 갈등으로 치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중심적 갈등의 치환은 이후 30여 년에 걸쳐 민주당이 미국 정치를 지배하도록 만듦으로써 미국 정치의 양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갈등의 치환에 따른 정치 변화의 또 다른 사례는 우리 한국의 정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과정과 그 직후 치러진 일련의 선거는 과거 민주 대 독재의 갈등을 영남 대 호남 간의 지역주의 갈등으로 치환시켰는데, 그 치환은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의 양상을 지역주의 정치로 변화시켰던 것이다. 다시 말해, 1987년의 대통령선거와 1988년의 국회의원 총선은 지역주의 정치를 전면 등장시켰고, 이에 뒤이어 1990년의 3당합당은 영남 대 호남 간의 지역주의 갈등을 구조화시켰던 것이다.

갈등의 치환과 새로운 정치의 등장

2012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정치의 중심적 갈등은 다시 한번 치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중심적인 갈등으로 존재해왔던 지역주의 갈등이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지역주의 갈등을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갈등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은 갈등들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복지 확대를 둘러싸고 야기되고 있는 갈등이다. 둘째 안철수현상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갈등이다. 셋째 한미FTA를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갈등이다.

2012년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고 있는 이상과 같은 새로운 갈등의 부상과 이로 인한 갈등의 치환 현상은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표 1> 참조).

<표 1> 새로운 갈등의 등장과 치환



여기에서 -축의 갈등은 복지 확대를 둘러싸고 야기되고 있는 갈등으로, 복지 확대에 대한 적극 찬성 대 소극 찬성 또는 반대 사이의 갈등을 말한다. -축의 안철수현상 갈등이란 우리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층과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층 사이의 갈등이다. -축의 한미FTA 갈등은 이에 찬성하는 층과 반대하는 층 사이의 갈등을 말한다. 물론 향후에 이 세 축의 갈등 중 어느 갈등이 중심적인 갈등으로 부상할지 또는 이 세 갈등이 하나의 중심적인 갈등으로 통합될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과거의 지역주의 갈등이 현재 보다 계층적인 성격을 띤 새로운 갈등으로 급속하게 치환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내년 2012년의 선거를 거치면서 이상과 같은 새로운 갈등의 부상으로 우리 정치의 중심적인 갈등의 치환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정치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역주의 정치가 약화되거나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경우 지역주의 정당들은 보다 계층적이고 이념적인 성격을 띤 정당으로 대체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혁신과 통합'과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민주당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진보정당들 간의 통합 역시 상당 정도 진전된 상태다. 또한 안철수현상의 정치화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 역시 우리 정치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나라당 역시 이제는 영남당이 아니라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재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갈등의 전국화와 유권자층의 확대

샤츠슈나이더는 지역주의 갈등에서 계층적 갈등으로 갈등의 치환이 이루어질 때 갈등의 전국화 현상이 뒤따르며, 이 같은 갈등의 전국화 현상은 그 동안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권자층의 참여를 초래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현재 우리 정치에 대해서도 잘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지역주의 갈등이 지역주의와 관계없는 젊은층 등 많은 유권자들을 정치에서 배제시켰다면, 계층적 갈등은 그 갈등을 전국화 함으로써 그 동안 배제되었던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표 2>).

<표 2> 갈등의 전국화에 따른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확대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갈등의 치환에 따른 갈등의 전국화가 새로운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유발할 경우, 그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정치적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태도 여하에 따라 우리 정치의 향후 진로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새로운 정치 참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의 유권자들은 대체적으로 친 복지적인 동시에 친 노블레스 오블리주적이고 반 한미FTA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들이 2012년 내년 선거에서 대거 투표에 나설 경우 향후 우리 정치가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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