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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 판 깨버린 트럼프,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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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 판 깨버린 트럼프, 대체 왜? 석연치 않은 '북한 탓'…북미 관계 파국 국면 맞을 수도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13일 앞둔 24일(현지시간)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하루만이자, 북한이 5개국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취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공개서한을 통해 회담 취소를 통보하며 "당신들이 최근 성명에서 드러낸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부통령 펜스가 우리가 리비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면서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최부상 담화에 강경한 언사가 담긴 것은 사실이지만, '리비아 방식'에 대한 북한식 거부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북한은 이날 비핵화를 향한 첫 번째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해 북미 협상에 청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백악관이 서한을 공개하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물리적으로 단계적 방식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방식과 절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레 회담을 취소한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알리며 "북한의 반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난 8일 2차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이후 북한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며 "우린 그들로부터 우리가 제기한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며칠간 북미 회담을 위한 실무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북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미국은 북미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날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며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던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다. 또한 이번 주말 고위급 실무 접촉이 열릴 예정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까지 나와 북미 간 접점 찾기가 주목되던 터였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납득하기 어려운 '북한 탓'을 하며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도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 북미 협상에 성의와 진정성을 보였던 북한으로서는 협상 파트너에게 상당한 배신감과 불신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김정은 위원장)이 중요한 회담에 관해 생각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서신을 보내달라"고 극적인 반전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현재로선 북미 정상회담의 정상적인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CNN은 "지난 수개월 간 진행돼 온 북미 간 진일보한 외교의 종말"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북미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전망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이 서한을 공개한 24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 직전에 북미 회담 취소를 결정했으며, 한국과 중국 정부에 이를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으로 날아가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하루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 역할'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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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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