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금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대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낮다. 2014년에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유권자의 56.8%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77.2%였던 것에 비하면 20%나 낮은 수치다.
이전에 '서리풀연구통'에서는 "민주주의, 건강에도 이롭다"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소개한 적이 있다. (☞바로 가기 : ). 민주주의 제도가 건강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낮은 참여율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가 되어야 한다.
2013년 국제학술지 <선거연구 (Electoral Studies)>에는 "건강한 투표: 30개 국에서 조사한 자가 평가 건강 수준과 투표 참여율(Healthy voting: The effect of self-reported health on turnoutin 30 countrie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출간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유럽 사회 조사에 참여한 30개 국가 20여만 명의 자료를 이용하여, 자가 보고 건강 수준(self-reported health status)과 투표율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건강 상태가 가장 나쁘다고 보고한 집단이 가장 건강한 것으로 보고한 집단에 비해 최근 국가 투표 참여율이 1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불건강 상태는 투표참여를 더욱 저해하는 요인이되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유럽 국가들이 고령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문제는 간과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림 1. 연령과 건강 수준의 상호 작용을 고려한 연령에 따른 투표 참여율
미국 등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낮은 건강 수준이나 우울증은 투표 참여 저하와 관련이 있었고, 신체 장애는 투표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분석이 이루어진 바 없다. 하지만 사회적 활동을 저해하는 수준의 건강 상태라면 투표 참여가 어려울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외 선진국의 분석에서는 신체장애가 투표 참여의 저해 요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내에서는 매번 선거 때마다 장애인 접근성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시민 입장에서 보자면 투표는 다른 방식의 정치/사회적 참여보다 비교적 간편하고,(물론 세금이 투입되기는 하지만) 개인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형태의 참여이다. 그러니 투표 참여를 저해할 정도의 건강 문제라면 다른 방식의 정치/사회적 참여에는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논문을 인용한 여러 후속 연구들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보다 간편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라는 행위는 대표자, 즉 개인을 대신하여 제도를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건강 상태에 따라 투표에서의 참여가 제한된다면, 그보다 복잡하고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정치 참여에서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없다. 국내에서도 건강 수준이 낮은 혹은 건강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시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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