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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사회에 제대로 이득이 돌아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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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사회에 제대로 이득이 돌아가려면 [서리풀 논평] "포스트 코로나 대비? '시스템 강화'가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이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 <강원일보> 7월 23일 자 '') 세부 내용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으므로 생략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설명 자료까지 함께 참고하기 바란다.(☞ 관련 기사 : <후생신보> 7월 23일 자 '') 의사 인력이나 의대 정원을 둘러싼 논란이 하루 이틀 된 것인가, 여기서 이를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째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정책과 정치의 허약함은 다시 짚어야 하겠다. 25년쯤 지났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관련 기사 : <연합뉴스> 1997년 7월 23일 자 '')
내년 3월 개교예정으로 설립을 추진중인 가천의대(경기 강화)에 입학정원 40명이 배정됐다. (중략) 교육부는 가천의대가 의료취약지역인 전남에 5백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설립인가를 하고 대학설립 계획에 대한 현지실사를 거쳐 이달 안에 최종적인 대학설립 인가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먼저 확실히 해둘 것은 지금 거론되는 정책이 (한국적 기준으로는) 엄청난 장기계획과 전망을 다룬다는 사실이다. 정부 계획대로 2022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증원하면 그 결과는 아무리 빨라도 그 6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나온다. 전문의 수련과 군 복무까지 포함하면 2036년에야 활동 의사가 늘기 시작한다. 우리는 정부·여당이 논쟁적 정책(미래)을 앞세워 정치적 행위(현재)를 하는 중이라 본다. 모든 정책이 정치를 함께 포함하므로 이 자체를 탓할 수 없으나, 어떤 정치인가에 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또한 좋은 정책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중 적어도 두 가지 측면은 그냥 지나가기 어렵다. 첫째, 현재 압력으로 존재하는, 또는 앞으로 예상되는 보건의료 영역의 여러 책임과 과제를 연기하거나 회피하는 효과. 특히 최근 들어 보건의료를 둘러싼 정치적 압력이 유례없이 강하다. 바이오 기술과 민간 자원을 K-방역의 '성공' 요인이라 강변하지만, 지역과 현장에서는 턱도 없는 해석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새로운 보건의료는 금방 사라질 수 없는 현실적 과제다. 공공보건의료 확충은?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인력 충원은? 지역별 의료체계는? 진작 있던 문제들도 다시 드러났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돌봄은? 이른바 '갈아 넣기'로 지탱해야 하는 의료인력 확충은? 갖가지 불평등은? 비수도권 농촌의 의료시장 붕괴에 대해서는? 현실의 고통과 현장의 경험이 강력하게 새로운 보건의료 체제를 요구할 때, 단언컨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전가의 보도'로 동원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그 복잡한 정책 개선과 체계 개혁, 엄청난 재정 소요, 예상하기조차 어려운 사회적 갈등 해결 등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만능의 대안으로 소비될 터. 벌써 그런 기미가 보인다. 이번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또는 그렇게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홈페이지는 정책을 홍보하면서 이런 문구를 써놓았다. '지역의료체계 확립과 감염병 등 공중보건위기 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이런 성과 사이에는 멀고 먼 거리가 있건만, 그건 정책의 법칙일 뿐 정치적 원리로는 이 정도로 충분히 효과적이다. 둘째, 큰 부담 없이 현실 정치의 이익을 얻는 수단. 첫째 효과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의사협회는 이 정책을 결사 반대하지만, 찬성하는 쪽도 많다. 아니 반대론이 완전하게 고립된 형국이다. 병원협회, 대학, 학부모, 지방정부 등은 압도적으로 찬성이 강하고, 이는 각자의 직접, 간접 이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익숙한 장면. 이미 '유치전'이 불붙고(☞ 관련 기사 : <내일신문> 7월 24일 자 '') 한심한 소문들도 꼬리를 문다. 증원은 이미 어느 의과대학으로 정해졌느니, 고위층과 가까운 어느 지역에 의대 신설이 확정되었으니, 아주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그럴싸하다. 거대 사학과 재벌에 의대를 주고, 여기에 구색 맞추기로 국립 의대를 신설했던 1990년대 말의 그 한심한 사태가 재현되는 것인가. 정부와 여당이 100퍼센트 선의로 추진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아무 노력하지 않고도, 예산 한 푼 쓸 필요도 없이, 지지와 찬성, 업적과 성과를 차지하게 생겼다. 의도와 윤리를 뛰어넘는 현실 정치의 구조가 바로 이것이니, 필연이자 이성이다. 이상 두 가지 측면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의사 인력이 더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전체 의사 수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며, 어떤 의사가 얼마나, 그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엇을 목표로 하든 의사 인력은 많은 요소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2만 명의 군에 응급의학 전문의 3명을 배치할 수 있다고 쳐도 그건 시작일 뿐이다. 응급실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 전체의 시설(예를 들어 수술실, 영상장비, 검사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의사도 구실을 할 수 있다. 인력은 또 어떤가. 마취나 수술을 할 수 있는 다른 의사나 간호사, 검사 인력은? 간접적인 것까지 따지면 아예 지역 전체다. 따라서 정확한 정책이란, 어떤 의사를 어떻게 늘리든 전체 보건의료체계 개혁의 한 (중요한) 요소로 포함하는 것이 정도다. 특히 지역의료체계 개혁과 개편이라는 지금의 보편적 목표와 분리된 의사 인력 확대는 아무 소용이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두 가지 요소가 아니라 '시스템 강화'가 핵심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걱정과 비판에 대해 '우리도 모르지 않는다'라고 반응하리라. 그리고 의사 인력 정책과 아울러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할 것이 뻔하다. 이 또한 정부가 거짓말로 그러지는 않을 터, 뭔가 하고 싶고 하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 강화를 보장할 구조적 메커니즘과 힘, 그리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원 확대 속도에 맞추어 새로 나올 의사가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병원 시설과 장비, 다른 인력, 근무 여건, 경제적 보상)을 개선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능력도 의지도 믿을 수 없다. 그냥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해 장담할 수 있다. 우리는 그나마 시민과 지역 주민의 정치가 이 기회를 (다소나마) 활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좁은 틈은 다시 민주적 공공성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려면, 특히 불평등을 줄이고 예를 들어 노인과 장애인,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이바지하려면, 깜깜이 정책 결정을 반대·거부하고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실천을 위한 질문은 이런 것들. 우리 지역의 의료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해결 방법이 있나? 우리 지역에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새로 의대를 유치하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어느 지역 어떤 주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점이? 지금 우리 지역 지사, 시장, 정치인이 나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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