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북유럽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 2035년 핀란드 탄소중립사회의 목표를 실현한다.
둘째, 어린이집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역량 훈련에 대한 보편적 기회를 보장하는 무상, 평등 교육의 기반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무상 의무교육 기간의 18세 연장, 교육 불평등 해소, 노동 생활의 변화에 대비한 평생학습 강화 등 지속적 교육개혁을 실현한다.
셋째,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수출 감소와 실업 증가 등 경제적, 사회적 상황의 심각성에 신속히 대처하는 한편 가까운 미래에 적극적인 경기부양 및 재정정책을 실천한다.
넷째, 기술혁신과 노동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삶의 가치와 행복,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임금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일일 6시간 제안)을 적극 검토한다.
2020년 핀란드 사민당 대회와 산나 마린의 연설을 통해 나는 최근 일각에서 이미 노쇠하고 시대적 유효성이 다한 것으로 묘사되는 북유럽의 사민주의와 복지국가 모델이 여전히 지속적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주지하듯이,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19-20세기를 거치면서 근대 산업 자본주의가 노정하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고 적극적 자원 재분배를 통해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복지국가 시스템과 정책을 발전시켰다. 북유럽 국가들은 특히 영미권의 자유주의(선별주의)적 복지국가나 독일과 중부 유럽의 보수주의(조합주의)적 복지국가와 달리 사민주의(보편주의)적 복지국가 체제를 발전시켰다.보편적 복지국가는 포괄적이고 관대한 사회보험과 보편적 사회수당의 제도화, 그리고 교육, 건강, 주거 등 주요 공공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통해 모든 구성원들의 사회적 권리를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는 시민권 모델을 지향한다. 정치적으로는 사민당의 강한 헤게모니와 농민당(중앙당) 등 중도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연합에 기초해 성립되었으며, 이는 전후에 블루칼라 노동계급과 화이트칼라 중산층의 계급초월적 연대로 이어졌다. 또한,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노사정 3자 협상 체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코포라티즘(societal corporatism)과 조정시장경제 모델을 발전시켰다. 평등과 연대의 원리가 사회 운영의 전반에서 강조되지만 정당 중심의 대의 민주주의와 높은 수준의 언론 자유, 광범위한 시민사회 결사체의 발달과 적극적 시민 참여, 높은 수준의 법치국가 등 시민·정치적 권리의 보장에서도 고루 탁월한 성취를 이뤄왔다. 인권적 관점에서 볼 때 북유럽 국가들은 시민·정치적 권리(자유권적 기본권)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사회권적 기본권)을 높은 수준에서 균형적으로 실현하는 적극적 인권 모델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든 것을 상품화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를 수반하는 후기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인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고전적인 자유주의적 인권 기제의 제도화만으로는 불충분하며, 평등하고 우수한 사회정책의 실행이 본질적으로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물론, 이를 위한 정치적 맥락과 동인, 유능한 리더십, 충분한 자원 할당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30대 초반 여성들이 최고 정책결정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현 핀란드 정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높은 수준의 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나아가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민자·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이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빈곤계층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 선별주의 복지정책이나 노동시장의 정규적 고용 계약관계를 중심으로 한 조합주의적 복지국가와 달리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평등한 젠더 관계와 다양한 소수자 집단의 포용적 참여를 함께 촉진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수당 등을 개별 주체에게 지급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 개인주의가 꽃을 피우고, 개별적 권리와 집합적 권리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모습도 우리의 관심을 요한다. 앞에서 산나 마린의 당 대표 연설 내용을 소개한 것처럼 북유럽의 복지국가 또한 다양한 전환기적 도전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세대간 정의를 보장하는 대안적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과도한 불평등을 제어하고 활력있는 민주주의 시민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혁명 등 기술발전과 노동의 질적 변화 속에서 교육개혁과 역량 중심 복지국가(enabling welfare states) 건설이 왜 시급하고 중요한가 등의 질문 앞에서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시민과 정책결정자들은 깊고 넓게 숙의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와 인권 간의 개념적, 실체적 연관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더불어 북유럽 모델의 역동성과 현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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