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출범한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초반에 기본소득에 관한 3개의 법률안이 제출되었다. 그동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학계와 사회운동 차원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현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범주적 기본소득 시행과 준비 작업 이외에 국회 차원이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도된 바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국회에 제출된 3가지의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안 제출은 기본소득의 전국적 공론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본소득에 관한 3개의 법률안은 성일종 의원 대표발의 ‘기본소득도입을 위한 법률안’(2020년 6월 30일), 조정훈 의원 대표발의 ‘기본소득법안’(2020년 9월 16일), 소병훈의원 대표발의 ‘기본소득법안’(2020년 9월 24일)이다.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안으로서 제1호 법안인 ‘기본소득도입을 위한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 도입과 시행 및 연구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최초의 법률안이라는 점에서, 조정훈 의원 대표발의 및 소병훈 의원 대표발의인 두 개의 ‘기본소득법안’은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왜 지급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했다는 점, 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 기본소득 재정을 특별회계로 계리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조정훈 의원 대표발의의 ‘기본소득법안’은 국민뿐만 아니라 국민의 배우자인 외국인 주민과 영주권자도 기본소득 지급대상으로 규정함으로서 사회보장 수급권의 대상이자 인권의 주체를 확장했다는 점, 공유부에 대한 인식을 법의 목적에 명시함으로써 공유부 배당으로서의 기본소득의 원칙을 법률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 기본소득 금액의 하한선 및 금액의 수준을 명시하여 기본소득에 대해 제기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는 점, 단계별 이행전략으로서 기본소득 예비시행 규정을 두어 현실적인 점진적 확대방안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소병훈 의원 대표발의의 ‘기본소득법안’은 ‘최소한의 물질적 기초’,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 ‘실질적 자유와 평등’, ‘균등한 기회’, ‘사회의 공정성 구현’을 바람직한 사회상이자 기본소득의 기본이념과 지향으로 설정했다는 점, 기본소득의 원칙에 근거하여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정의하고 있는 점, 지급대상으로서 국내 체류 외국인을 규정함으로써 사회보장 수급권의 대상 확장, 인권의 주체 확장을 이루었다는 점, 단계별 이행 전략으로서 연령과 지역만을 조건으로 부과하여 기본소득의 원칙에 최대한 부합하는 단계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타법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현재의 복지제도를 훼손하지 않는 이행전략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물론 두 법안은 당장 기본소득 이상의 구현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도 많다. 무조건성 원칙을 훼손하는 여러 조항들과 소비 용처의 광범위한 제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배분의 비합리성, 선별적 기본소득을 예비시행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함으로써 기본소득을 조건부 제도로 전환시킨 점들은 아쉽다. 물론 이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을 실시할 수 있는 전략을 탐구하는 고민 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사실 이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기본소득의 모든 조건들이 한 번에 다 충족되는 기본소득 시행이 내일 당장 현실화되긴 어렵다. 혹자들이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충분성이 충족되지 못한 기본소득법안은 가짜 기본소득이라 호명하는 것에 휘둘리지 말자. 그 어떤 사회보장 급여도 첫 술에 법률의 목적에 규정되어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되지 못했고, 그렇다고 우리가 가짜 국민기초, 가짜 국민연금, 가짜 고용보험, 가짜 건강보험이라고 호명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부족한 법률안이라도 제출되는 순간부터 이제 우리는 기본소득을 이상일 뿐만 아니라 현실 제도로서 공론장에서 치열한 논의를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법안 발의와 함께 기본소득 공론화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다. 어떤 유형의 기본소득이 이 시대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선택될 것인지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토지 배당, 탄소 배당, 빅데이터 배당 등 구체적인 재원 모델도 논의되어 기본소득과 공유부의 관계가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일은 언제나 시작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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