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참여소득 도입을 위한 3단계 전략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참여소득 도입을 위한 3단계 전략 [참여소득이 필요하다 ③] 참여소득, 지방 분권화 그리고 시민화의 과정으로

필자는 지난 6월 12일 본지 기고문(☞관련기사: 최근 기본소득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 기본소득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적 활동가치가 개인의 선한의지에 의존한다는 문제, 현재 존재하는 각종 사회정책과의 협력 방안 논의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기고의 의도는 유토피아적 사회정책의 '끝판왕'인 기본소득 정착을 위해 중간 단계로 참여소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당시 본지의 기본소득 논의는 기본소득 찬성자와 제3의 길인 복지정책그룹 간의 논쟁으로 덮여있어 참여소득 논의가 들어갈 틈이 없어 추가적인 기고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기본소득 논의가 잦아들어 기본소득을 비롯한 미래 사회정책 담론의 지속적인 논쟁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참여소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참여소득에 대한 두 번째 논의에 해당되는 이번 글에서는 사회기여, 지역공동체 참여 방책으로써 참여소득의 탄생 배경과 정의, 그리고 주요 논쟁들을 소개한다. 앞으로 연재할 세 번째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참여소득의 현황을 유럽의 참여소득과 비교해 본다. 마지막으로는 참여소득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기고는 지난 8월21일 한국사회경제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논문 "참여소득, Capability,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중 참여소득의 일부만을 발췌 각색한 것이다.

[참여소득이 필요하다] 1편 바로 보기

[참여소득이 필요하다] 2편 바로 보기

공공일(public work)은 장기적으로 시민의 존엄성, 정체성에 긍정적 영향

참여소득은 아직까지 완성된 개념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단순성에 비하면 복잡하고 모호하다. 어떠한 것이 참여이고 대상은 누구이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 칠레의 페레즈 문뇨(Pérez-Muñoz)는 '참여소득은 기본소득보다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크고 근로연계복지보다는 덜 불쾌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참여소득 사례로 비충족 사회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시민서비스(civic service)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시민서비스는 최초 참여소득 정의에 비해 더 제한적임이 분명하지만, 구조화되고 지속적이라는 측면에서 통상적인 자원봉사와 달리 참여소득으로 볼 수 있다. 활동내용은 지역사회문제 전반, 빈곤퇴치, 공공안전, 환경, 재난구조, 취약아동 서비스, 취약노인 일상생활지원, 환경, 교육 등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의용소방관, 학교경찰, 취약계층을 위한 지역활동가, 방과 후 서비스, 치매노인 돌봄 사업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공적영역의 공공일(public work)개념으로 참여소득을 정의하고 있다. 통상 공공일은 "지속적으로 시민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 간의 결합으로 스스로 조직한 일로 정의"한다. 피터 레빈(Peter Levine)은 '사회적 자본을 세우고 공동체를 강화하고, 집단적 시민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일이라 하면 고령자들이 거리의 휴지를 줍거나 풀을 뽑는 공공근로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은 지역과 공동체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 부분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작업하는 행동이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시민의 존엄성, 정체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공공재가 될 수 있다. 페레즈 문뇨는 참여예산을 통해 시민이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함으로써 참여소득의 비싼 행정비용을 최소화할 것을 제안한다. 참여소득 감시비용도 기존의 현금이전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참여소득에서 행정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까지 그는 주장한다. 참여소득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일은 누가 만들 것이며, 참여소득의 대상과 범위, 기간 설정, 그리고 공동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사람들을 조직화 할 것인가이다.

참여소득 활성화를 위한 3단계 로드 맵

참여소득 활성화를 위해 필자는 3단계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1단계로는 현재 일자리 사업을 포함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사업을 지역 주민 참여를 통해 참여소득 프레임으로 전환 및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2단계는 참여소득 정의와 범위 등 운영 방식과 문제 해결 과정을 시민성, 시민화 과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지방에서 실시하고 있는 참여예산에 참여소득 사업을 발굴하여 포함시키고, 자발적으로 참여소득의 운영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시민성, 시민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별 각계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참여소득이 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기본소득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기존 사회보장 정책과의 협력 및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Van Parijs가 「21세기 기본소득(Basic Income)」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사회정책 프로그램과의 상생, 통합 이다.
"개인별 단위로 삼는 부분기본소득을 조심스럽게 도입하면서 기존의 공공부조 시스템을 거기에 추가하는 조건부 기본소득을 유지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을 뿐이다. 정치적인 논리들로 볼 때 비록 쇼윈도 장식과 같은 것일 뿐일지라도 참여소득처럼 모종의 참여조건을 포함하는 형태로 시작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예측해본다."(「21세기 기본소득」, pp.474-475)
이 인용문은 필자의 최초 기고문에서 언급한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관료주의의 저항과 기존 사회복지 인프라의 지속성 등을 정치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한 상태에서는 순수한 기본소득 정착이 어려운 것으로 Van Parijs 또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소득도 결국은 기존의 사회보장정책,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인프라와 기존 인력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가지 않으면 지금의 논의보다 한발 더 나간 위치를 차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참여소득은 상당한 장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참여소득이 기본소득이라는 종착역으로 가는 정거장이라면 당장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현재의 정책들과 상생하면서 기본소득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가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지방 분권화, 지역 거버넌스 구축 그리고 참여소득

참여소득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중심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지방분권화에 기반한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고용(Employment)이 아니라 일(work)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자리정책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중앙정부 중심이어서 지역의 특성과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지방의회는 지자체가 중앙정부 사업 획득과 비례하여 지방 재원을 지원하는 매칭 펀드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일자리, 교육훈련 등에서 자신들의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고용보험 가입률이 기준인 일자리 정책 평가는 고용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참여경제, 지역주민간의 자발적 교류 협력사업 등을 천시하기 일쑤이다. 설사 중앙정부 지원 일자리 사업을 한다하더라도 정작 그 지역 고용과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탑다운 방식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아닌 지역의 참여와 자치권이라는 공공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에서 역매칭, 다운-탑 방식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은 대형 제조업 유치와 기존 기업 유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 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견실한 기업 존재는 매우 필요하다. 산업구조 변화와 소비 형태의 변화로 인해 쇠퇴해가는 기업을 좀비처럼 지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사람의 왕래와 소통이 활발한 곳에서 경제 부가가치가 발생하듯이 사람들이 모이고 참여하는 형태의 네트워크 형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지역별 재생사업이나 지역화폐, 지역활동가 양성 등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작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경제활성화 운동이 지속되려면 지역단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아직 지방이 지역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량은 부족하고 여전히 지역 관 주도 거버넌스이지만 지속적으로 지역주민 참여와 참여예산 확보 등을 통해 참여소득과 지역주민 불평등 해소와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국가 거시경제 효율성 차원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1단계이다.

참여소득, 시민화 과정으로

21세기에 들어와서 우리는 참여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고 있다. 참여민주주의, 시민(주민)참여, 참여예산 등 참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듣거나 보게 된다. 이러한 참여는 아주 멀게는 고대 아테네에서 조금 멀게는 루소와 밀, 그리고 헤겔, 가깝게는 아렌트에 이르기까지 참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시민참여를 통한 지역 내 시민의 자발적 정치와 사회기여를 지금까지는 교육과 정치 분야(또는 시민운동)가 담당해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민주주의 실현과 유지를 위한 시민참여, 지역 내, 개인 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치와 자세, 목적 달성을 향한 의사결정 과정 등 시민화, 시민성을 그동안 시민교육, 시민운동차원의 정치 과정에서 이룩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콘텐츠의 부족, 시민참여의 정체성 미확립, 시민이라는 개념의 추상성, 참여 동기 부여 문제 등으로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고대 아테네 시대에 정치로써 시민참여는 먹고사는 문제가 일정정도 해결된 집단의 행동이었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행위였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소득 양극화로 인한 소득 빈곤, 장시간 노동, 관계빈곤이라는 삼중고 시대에 살고 있는 시민계층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그들만을 위한 담론 자원이 필요한데 소득불평등은 이들이 요구를 대변하고 소통할 공간 내 참여를 막고 있다.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행위가 가능한 공적영역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이제는 시민성, 시민화의 과정을 교육과 정치 분야에 맡길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불만족을 채워주는 참여소득이 담당하게 하는 것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신의 경제적 행위가 결코 사적 영역만이 아닌 공적영역-공동체 및 사회기여-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생할 때만이 나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배우는 시민성과 시민화의 과정으로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사적영역 내 노동과 일이 공적영역의 행위로 변환되는 과정이 시민화의 과정인 셈이다. 이것이 2단계이다.

참여소득, 기본소득 및 기존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상생, 협력

현재 우리나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포함되는 일자리 정책, 교육훈련, 공공근로, 각종 보조금 지원정책과 프로그램은 중앙정부, 지자체에서 상당히 중복된 채 진행되고 있다. 이중 교육 훈련, 복지 프로그램은 지역 내 민간 활동가, 민간단체들이 수십 년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실로 지난 20년 이상 이들 정책과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해온 각종 시설, 인력, 장비,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수는 엄청나다. 기본소득을 위해 이것들을 일순간에 통합, 폐지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보수 측에서 주장하는 유사 기본소득을 위한 기존의 사회보장정책 통합과 폐지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조세 중심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닌 각종 프로그램으로 사회안전망을 메우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나 참여소득을 실시할 토양은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따라서 Van Parijs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것이 부분기본소득이 되었든 참여소득이 되었든 명칭에 상관없이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기획하고 실시하고 그래도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기존 사회복지를 더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상생, 병행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다양한 비충족 사회요구 모두를 국가와 공무원이 도맡아 할 수 없다. 민간영역의 프로그램을 시민의 참여로 공적영역으로 끌고 오는 과정, 이것이 3단계이다. <끝>

참고문헌

지은정(2014), 시민서비스는 자원봉사의 대척점에 있는가? 미국의 AmeriCorps 와 Senior Corps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연구』 vol. 45(2), 여름. p.40

Amartya Sen(2003), 『Development as Capability Expansion. In: Fukuda-Parr S, et al Readings in Human Development』. New Delhi an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Cristian PÉrez-MuÑoz(2016), “A defence of participation income”, Journal of Public Policy (2016), 36:2.

Cristian PÉrez-MuÑoz(2018), “Participation Income and the Provision of Socially Valuable Activities”, The Political Quarterly, Vol. 89, No. 2, April–June.

Harry c. Boyte(2011), “Public Work and the Politics of the Commons”, THE GOOD SOCIETY, vol. 20, no. 1.

Jean-Michel Bon'vin(2019),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Beyond Human Capital: A Capability Approach“, S. McGrath et al. (eds.), Handbook of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Van Parijs(2017), 『Basic Income :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 Harvard University Press , 홍기빈 옮김(2018), 『21세기 기본소득 자유로운 사회, 합리적인 경제를 향한 거대한 전환』, 흐름 출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