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성별, 최적합된 아이디를 추출하세요"
국내 대표 교육기업을 표방하는 디지털대성의 댓글 조작 역사는 유구하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의 수법과 비교하면 10년 전 댓글 조작 수법은 원시적인 수준이다. 10년 전에는 사교육 업체 직원이 직접 가담했다. 대성 소속 직원 4명이 학생으로 가장해 수험생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자사 강사는 치켜세우고, 타사 강사를 비방했다. 위 사실은 디지털대성 부사장이 법원에서 직접 인정한 내용이다. 대성 부사장 법정 증언에 따르면, 대성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학생들을 기만하는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 댓글 조작 수법은 2013년 무렵부터 진화했다. IP 추적이 쉽고 우 씨가 사교육계의 댓글 조작 행태를 지적하자, 대성은 2013년쯤부터 댓글 조작을 대신해 줄 용역업체를 찾아다녔다. 2013년 11월, 대성은 한 바이럴 마케팅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말이 바이럴 마케팅이지, B 회사는 가짜 아이디를 돈으로 사서 대성을 위한 여론 몰이를 했다. 2014년 3월, 대성은 다른 바이럴 마케팅 C 업체와도 계약을 맺었다. C 업체 주 업무는 대성 소속 강사 비판하는 글 지우기였지만, 가짜 아이디로 댓글 조작도 했다. 댓글 조작 회사의 핵심 기술(?)은 캐릭터 육성이었다. 그럴듯하게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놔야 읽는 사람이 속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대가 쓸법한 용어로 댓글을 달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작업을 ‘네임드 작업’이라고 부른다. 이 작업은 쉽지 않았다.댓글 조작 사실 폭로했다는 이유로 300만원 벌금형
아이디가 늘어나자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중인격자들이 출몰했다. 재수 중이라던 사람이 한 달 만에 고3이 됐다. 예비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느닷없이 수능 강사를 추천했다. 한 네티즌의 글이 의혹에 불을 지폈다. 2014년 5월 16일, 익명의 네티즌이 쓴 ‘대성 알바의 정체 그것이 알고 싶다’란 글이 10대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2014년 5월 22일, 우 씨가 나섰다. 이 글을 참고삼아 '대성 그 성장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대성이 강사를 홍보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폭로했다. 대성은 우 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우 씨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며 그를 기소했다. 2014년 8월 12일, 우 씨는 '멈추지 않는 대성 알바'라는 제목의 고발 영상을 또 공개했다. 범죄가 공개되고도 대성이 댓글 조작을 이어가자 결심한 일이었다. 수사 결과, 대성이 댓글 조작에 가담한 증거는 차고 넘쳤다. 대성 소속 강사 추천 글의 IP가 대성의 IP와 일치했다. 대성을 추천하는 아이디들은 몰려다니며 타사 강사를 비방하곤 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대성 소속 강사 D 씨가 "내가 다 꾸민 일이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D 강사는 대성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이 벌인 일이라며 대성을 옹호했다. 압수수색 즈음 의심되는 문제 계정이 집단 탈퇴하기도 했다. 우 씨가 가짜 아이디로 지목한 계정들이 사라졌다. 검찰은 우 씨가 사기 등의 혐의로 디지털대성을 고소한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댓글 조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대성의 주장을 검찰이 받아줬다."사실을 말한 게 죄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 소송에서 대성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2016년 12월, 2018년 2월 두 번의 확정판결을 통해 우 씨에게 벌금 총 300만 원을 내라고 선고했다. 검찰은 대성의 댓글 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반면, 법원은 대성이 댓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맞다 봤다. 유포한 내용이 진실이기 때문에 법원은 우 씨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죄'가 아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했다. 대성은 애초 우형철을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우 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자 법원은 공소 내용을 변경했다. 첫 번째 사실적시 명예훼손 재판에서는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면서 죄명이 바뀌었다. 검찰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예비적 적용법조로 설정해달라고 하자, 법원이 이를 허락했다. 두 번째 사실적시 명예훼손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소장을 바꿨다.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 중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공소사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유죄라고 했다. 법원은 두 번의 재판 모두에서 우 씨의 폭로가 순수하지 않다면서 유죄로 판단했다. 그가 경쟁 회사 소속 강사인데다가 ‘몰염치’ 등의 어휘를 쓴 것은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재판정에 선 우 씨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공소 내용을 변경을 하겠다는 판사의 말에 우 씨는 벌떡 일어나 판사에게 외쳤다고 한다. 이 말은 '내가 한 대 맞더라도, 너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심정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다고 A 씨는 전했다. 주인 없는 우 씨의 유튜브 채널이 그를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선생님이 이겼어요', '정의가 승리한다' 식의 댓글이 줄 잇고 있다.이 기사는 프레시안-셜록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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