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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주사'와 입춘오신반(立春五辛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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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욘세 주사'와 입춘오신반(立春五辛飯)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바야흐로 오신채의 계절인 봄

"원장님, 백옥주사라고 아세요? 피부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데 맞아도 될까요?"

"미국 연예인 비욘세가 맞아서 유명해진 주사라고 알고 있어요. 글루타치온이란 성분의 주사인데, 비싼 돈 주고 힘들게 맞지 마시고 봄나물 많이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옷이나 음식에만 유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법이나 약물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일 것만 같은 병의원 등에서 쓰는 주사제나 약물, 그리고 검사도 유행을 타고, 공진단이나 경옥고 같은 한약도 그렇습니다. 홈쇼핑 채널마다 등장하는 건강보조식품들의 유행은 종류를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이런 유행은 상술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마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열풍이 가라앉은 후 일부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유행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약효가 강하고 유효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면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정 효과가 있는 성분을 고농도로 복용하거나 주사 등을 맞으면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다양한 물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민감하고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고농도의 단일성분이 들어 왔을 때 생각처럼 효과가 나지 않거나 때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는 것은, 복잡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항산화물질이 많을수록 유익하다면, 인간의 몸은 그것을 대량으로 몸속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농도 이상으로 몸 안에 축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산화적 스트레스가 세포들의 방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온실 속의 화초가 환경변화에 취약한 것처럼, 위기상황에 노출되지 않은 세포들은 맷집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적당한 자극(스트레스)은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지요. 따라서 특정한 성분이 꼭 필요한 상태가 아니라면 고농도의 단일성분을 몸 안에 주입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질병의 치료를 위해 단기간에는 쓸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다시 일상의 음식으로 그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에는 특히 유익하다고 알려진 성분도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물질들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성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식재료의 생명을 유지해 왔을 것입니다. 이것을 온전히 먹는 것이 생명으로 생명을 기른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인체 환경에도 실질적으로 더 이로울 것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함께 취해야 합니다. 좋은 것만 쏙 빼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반대되는 측면 또한 함께 먹는 것이지요. 그런 섭취가 다양한 세포들과 미생물의 집합체인 인체라는 생태계를 균형있게 유지하는데 효과적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자연의 여러 가지 약초들로 구성된 한약의 장점은 개별생리에 맞춘 처방구성과 함께 위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정한 유효성분만으로 조절할 수 없거나 오히려 균형이 깨질 수 있는 인체환경이란 복잡계를 약초의 다양한 성분을 이용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와 미생물들이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지요. 앞서 환자가 이야기한 백옥주사의 원료는 인체내에서 가장 강력한 항산화 효소로 꼽히는 글루타치온이란 성분입니다. 해독을 담당하는 간과 폐, 그리고 신장 등에 분포하는데, 암환자와 같은 중병환자의 경우 그 수치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건강을 위해 주사와 같은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글루타치온은 황(S) 화합물입니다. 유황온천의 예처럼 황 성분은 예전부터 건강에 유익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웅담, 우황, 사향, 녹용, 그리고 황태 등에도 황이 함유되어 있는데, 가장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채소를 먹는 것입니다. 식물이 토양 속의 황성분을 유기물로 만든 것을 취하는 방법이지요. 황 화합물은 주로 매콤하고 특유의 향이 있는 식물들에 많습니다. 양파, 강황, 마늘, 달래, 부추, 파, 생강 등이 대표적입니다. 식물에 포함된 유기황 성분을 섭취하면 그것을 재료로 우리 몸은 글루타치온을 합성할 수 있으니,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입춘절이 되면 왕이 신하들을 불러 오신채五辛菜를 먹는 입춘오신반이란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봄을 맞는 입춘절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지만, 겨울 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신선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신채는 오훈채五葷菜라고도 하는데, 매운 맛이 나는 채소 혹은 향이 좋은 채소를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음란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해서 금하기도 하지요. 오신채에 해당하는 채소는 조금씩 다른데, 대체로 부추, 달래, 마늘, 파, 흥거 등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앞서 이야기한 식물성 유기황이 많이 함유된 채소들의 이름이 많이 보입니다. 오신채는 향이 좋은 채소로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몸을 깨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몸의 해독기전을 활성화해서 줄어든 신체활동과 제한적인 영양섭취 등으로 인해 몸 안에 쌓인 독소의 배출을 돕는 의미도 있습니다. 몇 차례 꽃샘추위가 찾아오긴 하겠지만 시절은 바야흐로 봄입니다. 전염병의 시대로 답답하고 움츠러든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환절기 면역력을 키우고 싶다면 오신채를 즐겨 먹길 권합니다. 채소만 먹기 뭐하다면 바지락이나 전복, 그리고 낙지나 오징어와 같은 해물과 함께 즐기면 더 좋을 것입니다. 좋은 단백질의 섭취는 물론이고 혹시 모를 오신채의 치우친 성질로 인한 탈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영양과 원활한 기의 소통, 그리고 면역기능이 활성화된다면 피부야 말할 것이 좋아질 것입니다. 좋은 건강과 고운 피부를 원한다면 오신채를 즐겨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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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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