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3월 15일) 점심 시간, 멸종저항서울의 활동가 6명은 더불어민주당을 봉쇄하는 '기후불복종' 직접 행동을 감행했다. 일부는 당사 1층 현관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다른 활동가들은 1층 지붕 위에 올라 "기후파괴당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철회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쳤다. 경찰은 절단기 등을 동원해서 자물쇠를 끊고 활동가들을 연행해갔다. 활동가들은 바닥과 지붕 위에 드러누워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펑펑, 신공항이 웬 말이냐!", "탄소중립 약속 깨버리는 민주당을 규탄한다!", "이게 그린뉴딜이냐, 신공항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저항했다. 우리는 '현주건축물 침입죄' 등으로 연행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서 저녁 때가 되서야 풀려났다. 우리를 돕고 있는 변호사는 앞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어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작년 11월 말에 법안이 발의된 이후, 만 3개월 만에 쾌속으로 처리된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국회가 지금 촌각을 다퉈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은 코로나19 재난으로 곤경에 빠진 이들을 지원하는 문제였다. 활주로가 1개인지 아니면 2개인지, 기본적 사항도 결정되지 않은 신공항 건설 계획에 이토록 서둘러 법적 지위를 부여할 일은 아니었다. 이 묻지마 결정의 결과가 무엇일까. 국토부는 앞으로 최대 28조원까지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지 국가 재정 낭비의 우려만은 아니다. 기후위기와 팬데믹 시대의 항공 수요가 유지될지 혹은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구심에서부터, 신공항의 안전성 우려, 건설 과정의 환경 파괴, 지역 주민들의 협의 부재, 예정부지 인근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따지고 점검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모두 생략되었다. 많은 허점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 다수를 장악한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했어야 할 이유는 오로지 코 앞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외에 찾기 힘들다. 민주당은 해당 사안을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부산경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오거돈 前 시장 일가 등의 부동산 투기에 이 거대한 국가사업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넘쳐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부산 시민들은 건설비용을 복지, 공공의료, 청년 일자리 등을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과반수 이상(53.6%)의 시민들이 법 통과에 부정적임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부산에서조차 부정적인 평가가 과반수를 넘고 있다. 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보면서,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이 감정은 지난 촛불집회로 몰아낸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느꼈던 것과 같았다. 아니 오히려 배신감까지 더해져 더 고통스러웠다.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기보다, 여전히 차별, 불평등, 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슬픔이 흘러넘치는 것을 바라봐야 했다. 또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개혁입법들이 누더기가 되어갔다. 많은 시민들이 느끼고 있듯, 한국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실망과 환멸로 퇴색하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되었다.
그러나 이번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강행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기후위기를 강조하고 기후정의를 주장해온 내게는 더욱 절망적이었다. 따져 묻기에도 민망한 토건사업을 두고 선거정치의 계산 속에서 국회 통과를 압박하고 옹호하기 바쁜 민주당 정치인들을 보는 것은 민망하고 측은할 정도였다. 특히나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주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노라 했던 우원식, 김성환과 같은 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일말의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서 "벌거벗는 임금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장관을 찍어 누르는 참담한 모습도 보았다. 개발주의 선거정치에 매달린 이들은 기후위기, 탄소중립, 그린뉴딜과 같은 정치적 약속은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 선거 기계 속에 뛰어들어 기후정치, 환경정치를 하겠노라던 양이원영, 이소영 같은 이들의 변명과 침묵에는 서글픔까지 느끼고 있다. 무한 반복되는 '나중에 정치'만이 남았을 뿐이다. 환기해보자. 필요하면 수백 번이라도 더 해야 한다.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다. 국회도 그리 선언했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도 기후위기로 말하고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과학자들은 전지구 평균 기온 상승분이 1.5도를 넘어서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우리 땅에서도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의 기후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도 기후재난의 전조곡 혹은 한 측면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많은 국가들은 1.5도를 넘지 않기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7년 이내에 재앙을 피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린뉴딜이든 뭐든 탈탄소 사회로 전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도 최소한 10년 안에 절반 가까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며, IMF 사태나 지금의 코로난 재난과 버금갈 전환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태평하며 무지하고 사악하다. 이제는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에도 무뎌진 모양이다. 기후위기를 말하고 그린뉴딜을 추진하며 탄소중립을 천명하면서도, 5년 전 2030년 온실가스 목표를 그대로 유엔에 제출하였다.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하고 지원하는 일도 중단하지 않았다. 이것은 대표적인 사례들뿐이고, 정부가 공공 재정을 통해서 유지하고 있는 수많은 '탄소 사업'은 드러나지 않은 채 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화석연료를 탐사하고 채굴하는데 막대한 공적 자금이 지원되고 기업들을 살찌우고 있다. 심지어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 의심받고 있는 미얀마의 가스전 개발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지분 참여하고 있다. 확인된 화석연료 매장량을 모두 채굴한다면, 우리는 결코 1.5도 목표를 지킬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은 한번도 고려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대규모 공항을 새로 건설한다는 계획은 대체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는가? 김성환 의원의 주장처럼, 인천공항의 항공편 분산 효과나 불확실한 전기비행기 개발의 기대를 내세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항공 수요, 나아가 교통 수요 전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토론해야 하는 상황이다. 분명히 하자면, 신공항을 가덕도에 짓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운영 중인 인천공항을 비롯한 여러 공항과 항공산업도 축소해 나갈 것을 논의해야 한다. 더 이상 경제성장은 어려우며 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의로운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을 토론해야 한다. 숨길 일이 아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토론이다. 이런 중요한 질문은 외면한 채, 녹색 이미지만을 얻기를 원하는 민주당과 그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적이다. 나는 그들을 주저없이 기후파괴당의 기후파괴범이라고 부르겠다. 멸종저항서울이 민주당을 봉쇄한 것은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함이었다. 권력을 가진 정부와 국회가 정당한 질문을 외면하고 기후재앙을 향해 돌진해갈 때, 시민들이 할 수밖에 없는 기후불복종 행동이었다. 우리는 이 정당한 주장을 위해 경찰 연행을 감수하였다. 다만 우리의 행동이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단지 현주건축물 침입죄로 다루어지는 것이 유감이다. 우리의 행동은 경찰과 법원이 아니라, 국회와 공론장에서 토론해야 할 질문이다. 한국 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의 생존에 대한 것이며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에 기반한 것이다. 멸종저항서울의 기후불복종은 국회, 포스코, 두산 등 기후파괴범에 저항한 앞선 시민들의 직접행동으로부터 용기를 얻은 결과다. 이후 나타날 수많은 시민들의 기후불복종 직접행동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모든 저항은 자유로운 시민들의 독립적 행동이지만, 고립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연결될 것이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기후불복종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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