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것은, 만 17살 여고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것은, 만 17살 여고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다" 박진성 성희롱 피해자 '98년생 김현진' 입장문 전문
시인 박진성 씨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한 김현진 씨(1998년생)가 "만 17살 여고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다며 법원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을 계기로 "'가짜 미투' 표현이나 의심이 온당하고 합리적인 것인지 돌아보자"고 주장했다. 김 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판결의 내용과 사건 당사자이자 시인 박진성으로부터 미성년자 시절 성폭력 피해를 입고 이를 폭로했다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포 등 2차 피해를 입어야 했던 '98년생 김현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변호사는 김 씨의 공식 입장을 전하기에 앞서 "'98년생 김현진'은, 시인 박진성 씨가 지난 수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자신에 대해 허위폭로를 한 '무고녀'라는 내용으로 글을 게시하며 적시하였던 피해자의 실명과 신상정보"라면서 "시인 박진성 씨가 '무고녀'라는 굴레를 씌우며 사용한 '98년생 김현진'이란 이름을, 약하지만 씩씩하게 맞선 피해자의 이름이자 여성 문인들이 뜨겁게 연대해 이뤄낸 미투 사건의 중심으로 시인 박진성 씨를 향해, 세상을 향해 돌려"주기 위해 "본 입장문에서는 해당 소송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맞고 2차 가해 피해자가 맞다'라는 인정을 받은 피해자를 '98년생 김현진'이라고 명명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노승욱 판사는 지난 21일 박 씨가 김 씨에게 제기한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따른 3000만 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김 씨가 박 씨를 상대로 낸 성희롱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다"며 1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 '가짜 미투' 주장했던 박진성 패소...법원, 피해자에 '1100만 원 배상하라' 판결)

다음은 '98년생 김현진' 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98년생 김현진'은 2015년 당시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98년생 김현진'은 12만 원의 강습료를 내고 시인 박진성 씨로부터 한 달간 온라인상 시 강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98년생 김현진' 씨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시 공부를 하기를 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공부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고, 집은 가난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렵게 마련한 12만 원으로 박진성 시인에게 온라인 시 강습을 신청하였는데, 그 강습을 했던 한 달 동안 카카오톡으로 '거리를 걸으며 손 잡자', '애인해야지 / 내맘대로' '애인합시다' '여자랑 스킨쉽 해봤어요? 손잡고 키스, 포옹 심하면 섹스' '선생 노노 / 선생이면서 남자' '애인 안받아주면 자살할거' '마음으로 섹스할 수 있는 거고 / 몸이 섹스를 해도 마음은 백지일 수 있고' '시한편 참/썼는데/보여줬나?/디게 야한 시 / 섹스 이야기 / 볼래?' '나는/빵현진이 먹고싶다'라는 등의 성적언동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4차례 전화를 하며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해'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시인이자 시 선생님이자 스무 살이나 많은 중년남성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들을 당시 '98년생 김현진'은 만 17살의 미성년자였습니다. '98년생 김현진'은 하지 말아달라라거나 아청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는 등 분명하게 거부감을 표현하였으나 이런 피해는 한 달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시인 박진성 씨는 '98년생 김현진'에게 교복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거나 학교 앞에 찾아가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만 17살 여고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습니다. '98년생 김현진'은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지속적 성폭력을 감내하기 어려워 시강습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2016(년). 트위터에 시인 박진성 씨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저 자신이 입은 피해들에 대하여 폭로하였습니다. 위 최초 폭로에는 시인 박진성 씨의 실명이 없었으나 이를 본 시인 박진성 씨가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시인 박진성 씨는 '98년생 김현진'에게 사과하며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당시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따르면, 시인 박진성 씨가 이때까지만 해도 '98년생 김현진'에게 무릎 꿇고 사과를 하겠다는 등의 말을 반복하였고, 피해자가 재차 거절함에도 이런 반복이 이어지자 피해자가 거절의 의미로 '차라리 주시려면 돈이 좋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인 박진성 씨가 돈을 받지 않고 시강습을 해주겠다거나 병원치료비를 주겠다는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는데, 실제 '98년생 김현진'의 입장에서는 피해를 공유하고 연대하겠다는 취지의 미투였던 바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에 이에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이 객관적으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 박진성 씨는 '98년생 김현진'이 허위 미투를 해서 명예를 훼손했다, 금전을 요구했다라는 등의 거짓말을 온라인상에 다수 게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또는 제3자를 시켜 '98년생 김현진'에게 거짓 자백과 사과를 종용하였습니다. 그리고 '98년생 김현진'의 이름과 나이, 고향, 사진 등을 계속하여 무단으로 공개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개인정보와 초상권 등을 침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수년에 이릅니다. 이후 시인 박진성 씨가 <한국일보>와의 민사소송 1심을 통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판단 받았는데, 위 사건이 항소심에서 조정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위 1심 판결문의 판단이유에서는 '98년생 김현진'의 폭로가 허위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존재하는 카카오톡 대화내역에 비추어보더라도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피해자는 1심 재판 당시 소송이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던바,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피력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였습니다. 시인 박진성 씨는 2019년 10월 17일 '98년생 김현진'이 자신에 대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였으니 3000만 원을 배상하라면서 먼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을 받았을 당시 '98년생 김현진'은 고작 만 21살의 어린 대학생이었고,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억울하고 긴 피해의 날들을 터널처럼 지나왔는데, 가해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판결문을 받고 좌절했습니다. 그때 '98년생 김현진'의 손을 잡아준 것은 이름 없는 여러 여성 문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98년생 김현진'의 억울함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분노했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소송비를 댔습니다. 그렇게 '98년생 김현진'은 소송을 무기로 가해진 2차 피해에 맞서는 한편 2020년 1월 23일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소송은 '98년생 김현진'과 시인 박진성 씨에 대한 당사자 신문까지 꼼꼼히 이루어지며 3년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그 기간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했던 서울, 부산, 전국 각지의 여성 문인들이 먼 충북 영동까지 돌아가며 재판에 방청을 와주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5월 21일 법원으로부터 '98년생 김현진'의 시인 박진성 씨로부터 입은 성폭력 피해사실 미투가 사실에 근거하고 이후 시인 박진성 씨로부터 지속적인 2차 피해를 입어왔음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허위 미투'니 '가짜 미투의 희생자'니 하는 표현이나 의심들에 대해 온당하고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피해 호소와 관련된 사건을 판결함에 있어 당사자를 통해 직접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쉽게 허위라고 단정하는 등의 표현이, 이후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재차 난도질하는 나쁜 무기로 악용될 수 있음을 기억해주시기를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98년생 김현진'을 대신하여 이 사건에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신 여성 문인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대신하며, 이 사건 판결이 '98년생 김현진'에게도 수많은 다른 '98년생 김현진들'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