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네스코가 발표한 '아동노동: 2020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향세였던 아동노동 인구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간 아동노동을 줄이고자 노력했던 게 헛수고인가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소식은 계속 쌓여왔다. 2021년 2월 '국제권리변호사들(IRA)'이 네슬레, 허쉬, 카길, 몬델레스 등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을 상대로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초콜릿 산업은 스마트폰과 함께 아동노동 실태가 가장 많이 드러난 분야다. 네슬레, 허쉬 등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2001년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서 2005년까지 아동노동을 근절하겠다는 '하킨-엥겔 의정서(Harkin-Engel Protocol)'를 체결했었다. 약속 지키기를 미루던 기업들은 '2020년까지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장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을 70% 근절하겠다'고 목표를 수정했다.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은커녕,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 최초의 집단 소송이라니. 집단소송 참여자인 8명의 청년들은 16세 미만의 나이에 카카오 농장으로 끌려가 수년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했고,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은 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아동노동 착취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초콜릿 산업 내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회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커피와 세계시민교육 보니따도 그 답이 궁금해졌다. 2021년 2월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 착취 근절을 위한 제안서'를 국내 초콜릿 기업 6곳에 보냈다. 국내에서 초콜릿을 제조 및 유통하거나 네슬레, 허쉬, 페레로 등 글로벌 회사의 초콜릿 제품을 수입, 유통하는 농심,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 해태, 매일유업이 그 대상이 됐다. 초콜릿 기업이 약속한 '아동노동 근절'을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 2020년 2월에 시작된 '체인지유어초콜릿' 캠페인에 1년간 참여한 1만5703명의 소비자 목소리가 담긴 문서에 답변이 올 것을 기대했으나, 그 결과는 미미했다. 유일하게 매일유업이 유통하는 페레로 취급사 페레로아시아리미티드 한국지점'만 문서에 응답했고, 나머지 5개 기업은 이 칼럼을 쓰는 오늘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바로 가기 : ) 페레로의 답변을 살펴보기 전 제안내용을 요약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초콜릿 공급 사슬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윤리강령을 발표할 것, 두 번째는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공정무역 카카오 사용 계획과 실행 방안을 공표할 것, 마지막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안을 포함해 기업이 아동노동 근절을 위해 실행하고 있는 이행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할 것을 요청했다. 페레로는 카카오 공급망 추적은 물론이고 2020년까지 우츠(UTZ),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공정무역 인증 등 아동노동 착취 금지 기준을 포함하는 지속 가능한 카카오를 100% 사용하기로 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페레로가 아동노동착취 근절을 위해 준 답변은 고무적이고 앞으로의 결과가 기대되지만,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더군다나 답변조차 오지 않은 5개 기업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며 이 답변만으로 과연 충분할지 계속 질문하게 된다. 먼저, 지속가능을 위한 인증 카카오 중 실제 카카오 농가의 소득증가에 도움이 되는 카카오 구매량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초콜릿 농가 역시 헐값에 판매되는 카카오에서 소득을 얻으려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 카카오 농가의 환경을 보존하는 지속가능성이 카카오 농부의 경제적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두 번째로 기업이 거래하는 카카오 공급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윤리적으로 거래하기 위한 행동 강령 발표에 카카오 농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없는지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집단소송 참여자인 8명의 청년도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은 카카오 농장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가 강제노동을 당하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카카오 농장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지배적임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요즘 핫 이슈인 탄소 중립 관련 기업의 경영 활동을 보면 공급망 내 기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탄소 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 관리 시, 기업 혹은 사업장 내 직간접 배출(Scope 1, 2)은 물론이고 기업 혹은 사업장 외 간접 배출(Scope 3)도 관리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기업 혹은 사업장 외 지역은 기업 소유가 아닌 제품 원재료의 생산지나 협력사 등을 말한다. 공급망 전체의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기업에게 요구되는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함이 자명함을 확인한 기업의 결심이다.
아동노동 문제 역시 기업이 소유하지 않았지만 공급망 내에 있는 카카오 농장의 활동을 관리하지 않으면, 노동 착취의 고리는 영원히 끊을 수 없음을 우리는 그리고 기업은 이미 알고 있다. 아직 답변하지 않은 농심,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 해태에게 물어본다. 이 진실을 진정 외면할 것인가.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