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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자식 하나 못 지킨 못난 부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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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자식 하나 못 지킨 못난 부모가 되었다" [중대법, 무엇이 문제인가] 시행령 2인1조 작업, 안전보건 점검 업무 외주화 금지 포함 필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해서 지난 23일까지 의견서를 받는 기간을 가졌다. 이 법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1월27일 시행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3년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자 처벌 강도도 약해 논란이 됐다. <프레시안>은 이 법의 직‧간접적인 당사자인 유족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이들이 생각하는 이 법의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담은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바로가기 : [중대법, 무엇이 문제인가] "저는 하나뿐인 동생을 '과로자살'로 잃었습니다")

중대재해 피해자와 유가족 외면하는 정부

아들이 산재사망을 당해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니... 나한테 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걸까? 내가 뭘 잘못하고 살아온 걸까? 어느 날 갑자기 자식 하나 있는 것도 못 지킨 못난 부모가 되어 자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괴롭혔다. 물론 사회가 안전을 소홀시해서 사고가 났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미 떠나간 자식은 살릴 수 없고 삶에 이유도 희망도 없이 뭣 때문에 살아가야할지 까마득하다. 사고 이후로 나는 죽은듯한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다. 타들어가는 가슴을 안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죽음을 막겠다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싸움을 했지만 결국 아무도 못 살리는 노동자들을 기만한 누더기 법이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사회 곳곳에서 매일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정부는 왜 보고만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했으나 아무리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더라도 기업은 처벌로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마저도 거의 대부분이 사고 당사자인 노동자의 잘못으로 귀결시켜 사고 책임자성에서 기업이 빠져 나가게 만드는 결과였다. 기업을 상대로 힘없는 노동자가 싸울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국처럼 강력한 기업살인법을 우리나라에도 만들어 기업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했다. 노동자‧시민 72%의 찬성과 지지로 올해 1월 8일 어렵사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법사위 전체회의 때 법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안으로 취지를 한껏 낮추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삭제시켜 심각하게 노동자‧시민의 바람을 훼손시켰다. 우리가 반발하여 나서는데도 정부는 빠르게 얼렁뚱땅 법을 통과 시켰다. 납득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김용균재단

중재재해 발생, 더 이상 경영자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곧 있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이라는 차선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했는데 어이없게도 더 못한 형편없는 정부안이 법령 안에 이어 또 나왔다. 첫 번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위험한 일과 강도 높은 노동을 적정 인력과 안전 예산확보 의무를 경영자가 책임질 것을 명확히 규정시켜야 한다. 아들 용균이를 비롯해 거의 모든 산재사망사고가 위험한 일과 강도 높은 노동 시 2인1조 했더라면 대부분이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시행령에서는 이런 의무를 제외시켜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단독작업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의역 김군이나 용균이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법 효력을 무력화시키게 된다. 그러면 경영책임자 처벌이 불가능해짐으로 안전이 방치가 될 우려가 크다. 두 번째, 안전보건 점검 업무에 민간위탁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법 실효성을 갖기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인데 민간위탁으로 외주화가 되면 법 기본 뼈대가 없어지게 된다.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있게 제재하는 것이 목적인데 외주화가 되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법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처사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 안전은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유명무실 됨을 기필코 막아야 한다. 그 무엇도 이것 이상의 명분이 없음을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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