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고위관계자가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유시민·최강욱 등 친여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사 보도로 불거졌다. 여권의 공세에 직면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인터넷신문 <뉴스버스>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3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차장검사는 검찰 출신인 김웅 당시 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여권 정치인 3인과 언론인 7명, 성명불상자 4명 등 총 11인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했다. 고발의 주체인 '고발인' 항목은 빈칸이었다. 범죄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아무의 이름을 써 넣으면 되는 상태였다. 피고발인들의 혐의는 이들이 이른바 '검언유착' 보도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보도행위 및 해당 보도에 개입한 행위 등을 통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등 3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적용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부정이용)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었고, 고발장 수신인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돼 있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다만 고발장은 김웅 의원을 통해 통합당 측에 전달되기는 했으나, 실제로 이를 활용한 고발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대검 고위 간부가, 특정 정치세력을 대검에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써서 상대 당 정치인에게 넘겨줬다는 것은 '고발 사주'라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된다. 특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구 범죄정보기획관. 일명 '범정')은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이고, 당시 이 직위에 있던 손 차장검사는 윤 전 총장이 중앙지검장 시절 동 지검에서 형사7부장을 지낸 측근 인사다. 손 차장검사와 김웅 의원을 넘어, 윤 전 총장 본인이 대번에 의혹 대상으로 지목된 배경이다.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손 차장검사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황당한 내용"이라며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당시 우리 당은 고발을 한 바 없고 저도 공론화한 바 없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고발장 전달'이 있었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며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공익제보를 청부고발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대선캠프 공보실을 통해 밝혔다.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윤석열 검찰'이 여권 정치인들에 대해 형사고발을 당시 야당에 사주했다는 것은 명백히 허위보도이고 날조"라며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윤 예비후보를 흠집 내려는 음모이자 정치공작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권이 윤 당시 검찰총장을 겨냥한 여러 무리수를 두는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 고발 사주를 했다니 날조도 이런 날조가 없다"며 "가짜뉴스로 윤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국민을 혼란케 하는 <뉴스버스>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빅3'에 조국까지 총공세 "정치공작", "권력범죄"…김오수, 감찰 지시
여당에서는 주요 대선주자들이 모두 나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을 크게 키웠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에 쓴 글에서 "충격적이다. 반드시 진상규명이 돼야 하고 사실이라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발을 사주한 사람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총장 지시나 묵인 없이 단독으로 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만약 사실이라면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개입이고, 명백한 검찰 쿠데타 시도"라면서 "검찰총장이 검찰권력을 사유화하고 이를 무기로 정권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정치개입·보복수사까지 기획한 것이자,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보도를 막기 위해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당장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이 지사는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공작"이라며 "국가 사정기관의 격을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윤석열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은 윤석열 총장의 보복수사와 검찰권 사유화 의혹 사건"이라며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는 즉각 합동 감찰에 나서기 바란다.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사실이라면 국가기반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라며 "국민이 위임한 국가 공권력을 개인을 위해 사유화해왔음은 물론 개인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법사위 소집과 대검 감찰부장의 즉각적인 합동감찰을 요청해야 한다"며 "공수처(에서)도 공직비리 발본색원의 자세로 즉각적 수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조국 전 법무장관은 SNS에 쓴 글에서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준하는 명백한 권력범죄"라며 "윤석열 검찰, 총선 앞두고 다 계획이 있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언론의 자유 침해를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고발을 사주한 손 차장검사는 물론 '윗선'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진욱 대변인 논평에서 "의혹 제기만으로도 엄중한 사안"이라며 "검찰은 손 차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통해 기사의 사실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헀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 감찰부에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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