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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의 의의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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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본소득의 의의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면" [기고] 시장친화적인 분배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야당 후보들은 물론 여당의 경쟁후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공약이 '복지적 경제정책' 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후보들은 기본소득이 복지국가 해체의 길이며 재정파탄으로 나라를 거덜낼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본소득이 세금 부담을 두 배 이상 올릴 것이라고 위협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재명 기본소득은 '푼돈'에 불과하여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비판의 논리들이 상호 충돌하여 일관성이 없으며, 주로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단지 정치적인 공격에 그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이재명 기본소득의 의의와 한계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후보의 공약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전국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면서 지급액의 수준을 점차 높여가는 방법과 함께 청년, 노인, 농어민 등 부문별 기본소득을 확대해나가는 투 트랙 전략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19세-29세 청년에게 집권 후 첫 해(2023년)부터 연 100만 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전국민을 대상으로는 첫 해 25만 원으로 시작하여 4년째에는 1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임기 내에 전국민 연 100만 원, 청년 연 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실시하며, 향후 아동, 노인, 장애인, 농어민,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기본소득을 추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장기적인 목표로 월 50만 원 수준의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시한 바 있지만, 임기 중 꼭 실행할 수 있는 금액만을 공약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재원은 재정지출구조의 개혁(25조 원), 조세감면의 부분적 정비(25조 원), 기본소득 토지세(30조 원), 기본소득 탄소세(30조 원 중 일부) 등을 들었다. 전국민 100만 원과 청년 200만 원에 필요한 58조 원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재원을 제시하고 있다.

증세와 기본소득을 결합한 책임 있는 공약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와 같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증세를 포함한 재원마련의 대책을 함께 제시한 책임 있는 공약이라는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후보는 역대 유력 대선후보 중 증세를 공약한 최초의 후보이다. 또, 기본소득 지급액 수준은 낮게 잡고 재원마련 대책은 넉넉하게 잡아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그릇된 비판이다. 재정절감과 증세를 통해 마련되는 재원의 범위 내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니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증세 논의를 적극적으로 정직하게 하지 않고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정을 핀셋 증세로 조달하곤 하였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조세와 사회보장 급여에 대한 통합적인 토론을 가로막았고 조세 저항과 함께 정부를 향한 불신을 초래하였다. 저부담 저복지에서 최소한 중부담 중복지, 더 나아가서 고부담 고복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세와 복지급여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론화가 필수적이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비록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복지국가를 업그레이드하고 전환적 공정성장의 기초를 쌓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시장친화적인 분배정책이자 성장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선 공약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제시했다. 이에 관해 야당은 물론, 여당 경쟁 후보 진영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제3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등이 포함된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친화적인 분배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 한국의 복지지출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취약계층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송파 세 모녀와 유사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영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중앙정부에만 360가지 이상의 사회보장정책이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복과 비효율, 다른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사회적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불안정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다수가 고용보험이나 공적연금에서 배제되어 있다. 고용보험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데,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이 고용보험 미가입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국민연금 미가입자이기도 하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결국 고용보험이나 공적연금이나 노동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는 도움을 못 주고,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사회보장의 양극화로 재생산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계층 중 극히 일부만이 기초생활보장 등 공공부조의 혜택을 받고 있다. 부자가 내는 세금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공공부조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사이에 의심과 낙인이 개입되는 것이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진짜 불쌍한 사람들에게만 지원되고 있는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고, 수급자들은 진짜 가난함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일을 해서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리면 수급액이 그만큼 깎이거나 아예 수급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에 빈곤의 덫에 빠지게 된다. 일을 해도 소득이 노출되지 않게 비공식부문에서 일하게 된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급여와 달리 일을 해서 소득을 올려도 수급액이 깎이거나 수급자격을 잃지 않으므로 근로의욕을 해치지 않고 수급자의 자립, 자활을 도와준다. 또,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기존의 복지급여를 전면 대체하지 않고 기본소득 만큼만 부분 대체하거나 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해주면, 비록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라도 수급자에게 그만큼 실질적 자유를 준다. 가사 및 돌봄노동과 자원봉사 등 무급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의 성격도 지닌다.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필요(basic 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즉, 충분성이 기본소득의 필수요건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분들이 이런 주장을 하면서,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본소득은 가짜 기본소득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대표적 주창자인 필리페 판 파레이스가 말했듯이 기본소득의 '기본'이란 기본적 필요와는 상관 없는 개념이다. 기본소득이란 공동체의 성원이면 누구에게나 항상 주어지는 기본적인 소득으로서 거기에 덧붙여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의미이다. 즉,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나 기초연금처럼 추가소득 활동으로 깎이거나 없어지지 않는 밑바탕으로서의 기본소득인 것이다. 시작 단계에서 1인당 연 100만 원, 또는 월 8만3천 원(청년은 연 200만 원, 또는 월 16만7천 원)이란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라도 여기에 추가적인 소득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가난한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월 25만 원의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만족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가 말하는 장기적인 목표인 월 50만 원 수준까지 장차 발전시켜나가야 하겠지만, 단순히 '푼돈' 또는 '외식수당'으로 폄하할 일은 아니다.

전환적 공정성장의 핵심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

이 후보가 항상 강조하듯이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복지적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여 균형있는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전국적으로 시행하면 지역화폐는 의미가 없다는 반론이 있지만, 소멸성으로 소비 진작효과를 높이는 효과와 소비를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나 유흥업소가 아닌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으로 유인하는 것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이 경제성장, 특히 전환적 공정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소비효과만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전환적 공정성장에 필수적인 경제개혁을 앞당긴다. 특히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선택한 토지보유세와 탄소세의 도입은 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지가안정 및 불로소득 환수,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의 극복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기본소득 없이 그냥 토지보유세와 탄소세를 도입하려 하면 광범위한 조세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토지보유세 세수와 탄소세 세수의 일부(탄소세의 일부는 에너지전환 지원예산에 사용)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소수의 상위층을 제외한 다수의 국민이 순수혜자가 되기 때문에 조세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 즉, 기본소득 탄소세와 기본소득 토지세는 시장실패를 교정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성장정책이자 불평등을 완화하는 분배정책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창의적인 정책이다. 탄소세는 비효율적인 명령.통제형 규제와 달리 탄소배출의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로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교정과세로서 효과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이다. EU와 미국이 조만간 탄소국경세를 발효하면 탄소세 도입 없이 안이한 대처로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막히게 된다. 다만, 탄소배출 기업들이 에너지 가격 등의 인상으로 조세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저소득층과 중간층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탄소세수의 일부를 전국민에게 동등 분배하는 탄소배당 기본소득은 이러한 가계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아 소득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가 있다. 토지보유세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이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광의의 교정과세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핀셋규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풍선효과로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해 규제하는 것이 어렵지만, 보편적인 토지보유세는 토지 보유가 많을수록 부담이 커져 자동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불로소득 환수 및 지가 안정의 효과를 낳는다. 더구나, 토지배당 기본소득으로 무주택자는 물론 다수의 1주택 서민과 중간층까지 보유세 부담보다 받는 게 더 많고 소수의 땅부자만 순부담자가 되어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니게 된다. 종부세는 대상자가 협소하여 토지보유세의 의미보다는 부유세의 의미가 더 강하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만 과세하는 종부세로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의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종부세 부담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더 큰 상황에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고, 땅부자들은 정책이 바뀔 때까지 버티기 때문이다. 또한 징벌적 과세라고 조세저항을 한다. 보편적인 토지보유세를 가령 공시지가의 0.5%에서 1.5% 또는 2% 정도까지의 완만한 누진세로 도입하면, 조세저항의 명분도 없고 전체 지가가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토지에 대해서 건물보다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임대료 전가의 부작용도 없다. 토지보유세는 토지의 실질 수익률을 그만큼 감소시켜 지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무주택 서민들은 토지배당의 직접적 혜택보다 지가안정으로 내 집 마련이 쉬워지는 간접적 혜택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이재명 기본소득의 한계와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기본소득은 그동안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외쳐온 여야 대선후보들과 달리 증세를 포함한 재원대책을 책임있게 제시하였으며, 시장친화적인 분배정책이자 성장정책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후보 기본소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 몇 가지 측면에서 한계도 있다. 우선 아동, 노인, 장애인, 농어민, 문화예술인 등을 위한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추후 구체화하겠다고 하였는데, 기본소득과 참여소득의 개념적, 정책적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아동, 노인, 또는 장애인이라는 제한적 보편성만 충족하면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농어민과 문화예술인의 경우에는 농어업이나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니 개념을 정확히 하자면 참여소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참여소득의 난점은 참여 활동의 기준 설정과 실제로 활동을 하는지 모니터링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농민수당 또는 농민 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여러 지역에서 많은 논의와 제도 도입이 이루어졌으므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지만, 향후 정교한 정책설계가 요청될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이 후보가 농민기본소득을 넘어 농촌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농민 또는 농업활동을 정의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보다는 농촌을 정의하고 농촌 거주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이는 무조건적 기본소득 개념에도 더 가깝다. 또, 지방소멸의 심각한 위기를 고려할 때 농촌기본소득의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업 참여소득과 농촌 기본소득 중 하나만을 선택하기보다는 양자 모두를 소액으로 도입하는 편이 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보다 더 큰 질문과 과제들이 앞에 놓여져 있다. 첫째, 임기 중 시행을 약속한 전국민 기본소득 연 100만 원의 낮은 수준으로부터 장기적 비전으로 제시한 월 50만 원, 또는 연 600만 원으로 이르기 위한 로드맵의 부재이다. 둘째, 기본소득 도입시 조세제도와 재정지출구조를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의 부재이다. 셋째, 기본소득 도입시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고,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가가 불분명하다. 우선 초기단계의 낮은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지출을 유지하면서 도입해도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의 수준을 높여 나가려면 공적 연금을 비롯한 기존 소득보장제도의 개혁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상 세 가지는 사실 서로 연관된 질문들이다. 각각의 질문이 매우 중요하고도 큰 질문이다. 기본소득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설계는 둘째와 셋째 질문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이 후보는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여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설계와 공론화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차기 정부에서 기본소득과 함께 조세, 재정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의 중장기 청사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유종성 교수는 이재명 대선 후보 정책 캠프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포럼 2022에서 기본소득 특별연구단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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