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데이트 폭력 사망 사건을 두고 '페미니즘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사건을 "교제 살인"이라고 규정한 장 의원이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이 대표가 '특정 범죄와 페미니즘을 엮지 말라'며 각을 세웠다. 장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살해 당한 여성들의 참혹한 죽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을 여성들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회를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분노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이 언급한 사건은 30대 남성 A씨가 전 여자친구였던 B씨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칼로 수 차례 찌른 후 B씨를 베란다 밖으로 던진 사건이다. B씨는 데이트폭력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했지만, 경찰이 신고 후 12분 후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범행이 벌어진 뒤였다. 장 의원은 "이 범죄의 이름은 '아파트 살인'이 아니라 '교제 살인'"이라며 "본질을 흐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별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라면서 "페미니즘이 싫은가. 그럼 여성을 죽이지 마라.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장 의원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잣대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면서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토막살인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에 투기한 사건을 보고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애써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테레오타이핑과 선동에서 시작한다"며 "유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반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장 의원은 즉각 "또 하던 버릇 나오시네요"라면서 "젠더 갈등 조장하는 일등공신이 이런 소리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라면서 맞받았다. 이어 "여성들이 교제 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 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 오는 거, 너무 볼품없다"며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끌고 와봐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는 소신 하나 못 지키면서 뭐 그리 혓바닥이 기냐"고 비난했다. 한편, 장 의원과 이 대표는 지난 8월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주역인 안산 선수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을 두고도 설전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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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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