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문제가 결국 파국으로 차닫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선대위 합류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인근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일상 회귀'의 뜻이 무엇인지,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묻자 김 전 위원장은 "그것은 여러분이 상상해 보라. 나는 이미 내가 어떤 상황에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간 여러 차례 얘기를 많이 했다. 그것을 음미해 보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또 "나한테 구차하게 선거에 대해 묻지 말라"면서 "나도 내 할 일을 해야지, 내가 그런 것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의무도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주말인 지난 20일 윤석열 대선후보와 만나 선대위 구성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지휘부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이준석·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 건만 확정했을 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임명안은 최고위에 부의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당시 "김 총괄선대위원장께 계속 말씀을 올렸는데,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하셔서 본인이 최종적으로 결심하면 그때 올리도록 하겠다"면서 시간이 왜 더 필요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 측에서 들리는 얘기는 달랐다. 김 전 위원장은 처음부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갖고 있었으며, 김병준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 경우 고문·자문역 이상의 권한이나 지위를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김병준 위원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만나는 등 후보가 강한 의지를 내보이자, 그 면전에서는 "자기(내심) 얘기를 하지 않았"으나 이때부터 선대위 합류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측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합의했다'는 말은 (윤 후보의) 일방적 해석일 수 있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자기 입으로 '합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지난 20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이양수 수석대변인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에 동의했다"고 했으나, 정작 김 전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와 관련해 몇 가지 이야기를 했지 특별히 한 이야기는 없다", "나는 내 의견을 내고 '참고하라'고 했으니까 후보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었다. 윤 후보도 전날 최고위 전 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김 전 위원장과 함께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등 '김종인 없는 선거'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한 방송사 행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이 '김 전 위원장이 며칠 더 고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을 건네자 "모르겠다. 그 양반이 말씀하시는 것을 나한테 묻지 마시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이날 오찬 행사 전에는 "김종인 박사께서 며칠 생각을 하시겠다고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일상 복귀' 등 김 전 위원장의 말을 전해듣고 "저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만날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하셨으니까…(지켜보라)"면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후보 비서실장 등 선대위 요직 기용이 점쳐지던 장제원 의원이 이날 SNS에 "오늘 후보 곁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제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제가 공간을 열겠다.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 톱'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시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위원장 외에도 장 의원 등 다선 중진들의 전면 배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전날 나경원·김태호 등 전현직 중진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데 이어, 장 의원까지 선대위 보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측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점심때가 가까운 시각, 사무실 앞에서 두 번째로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나는 거야 찾아오면 만나는 것이고,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해 아침과 다소 달라진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연락을 하고 있는지 묻자 "어제 이후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일상 복귀' 발언이 무슨 뜻인지 다시 묻자 "달리 해석하려 하지 말라.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내가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돌아간다고 받아들이면 된다"고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그게 무슨 대단한 자리라고. 나는 인생을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상대방(윤 후보) 요구가 있으니까 판단해서 응해볼까 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다른 정치인들처럼 특정한 목적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