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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석열? 제3지대? 또다른 길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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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석열? 제3지대? 또다른 길 내자 [인권으로 읽는 세상] 20대 대선, 다른 실패로 나아간다면
20대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 따라붙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은 그저 후보 개인을 향한 싫은 감정이 아니라, 누가 되든 지금보다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망으로 여겨진다. 모든 이목이 대선을 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출에 맞춰 전국학생행진은 "좌파의 선택은 정권교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사회진보연대도 대선에서 "민주당 집권 저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민주당 그래서 윤석열?

전국학생행진과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에 대한 지지로 읽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입장의 근거에는 "문재인 정부의 5년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와 민주당에 더는 권력을 내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했던 문재인 정부, 작년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꼼수를 쓰며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줄곧 집권여당은 적폐청산과 개혁을 내세워왔다. 하지만 '개혁세력'이라는 이름표만 내세워왔을 뿐, 어떤 개혁이 있었나 찾아보기 어렵다. 조국 사태와 박원순 사건에서 문제를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민주당은 이재용 사면과 노태우 국가장에서 드러나듯 자본과 권력의 이해에 부합하는 보수정당일 뿐이다.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계속 드라이브를 걸어온 민주당을 "유의미한 개혁세력"이라 여기며 "반보수전선에 스스로 포박"되어온 사회운동이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두 단체의 문제의식은 일면 타당하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펼쳐진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는 구도 앞에서 이전과 같이 '민주vs반민주'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어떻게 다르게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이 사회운동에 필요하다. 하지만 그 답이 민주당 심판인 정권교체, 이를 위한 국민의힘 지지일 수는 없다. 이는 매 선거마다 차악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던 과오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재명이냐 윤석열이냐,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 기득권을 둘러싼 보수정당의 세력 다툼에서 누구를 택할 것인지로 제한하는 것은 또다시 양당구도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일 뿐이다. 양당구도에 갇히지 않고 어떻게 다른 길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사회운동의 과제이다.

제3지대라면 뭐든 괜찮나

양당구도가 문제라며 이를 바꾸겠다고 나선 제3지대 후보들이 있다. 이들의 행보가 이재명과 윤석열 간 각축전의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준) 김동연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며 제3지대 후보들의 공조에 나서겠다고 한다. 그간 민주당의 '선의'에 기대며 원내정당 자리에만 몰두해온 것을 돌아보고 다시 진보정당 운동으로 혁신하겠다던 정의당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일하는 사람의 기본법' 제정을 주요방향으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기업의 성장과 이윤을 우선시하고 경쟁체제를 기회라 포장하는 이들과 어떤 공조가 가능한가. 문제는 양당구도 자체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변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만을 대변하며 기득권을 둘러싼 보수정치세력만의 판이 된 제도정치가 문제다. 어떤 제3지대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지고 국힘과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은, 기존 정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제3의 선택지라면 무조건 괜찮다가 아니라, 어떤 제3의 선택지를 만들 것인가가 질문되어야 한다.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 진입한 민주노동당의 창당에는 자본과 권력만 대변하는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사회운동의 고민이 있었다.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이 함께 세상의 변화를 도모하면서 제도정치가 외면해온 구체적인 삶과 목소리를 드러내고 싸워왔다.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전망을 공유하며 이를 조직하는 운동을 함께 해왔다.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이 각기 다른 영역처럼 존재하는 지금, 진보정당은 이전보다 다양해졌지만 유의미한 세력으로 모이지 않고 다른 정치의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 다시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절실하다. 민주노총과 제 진보정당들이 한데 모여 공동대응을 말하지만 결국 각개전투에 그쳤던 지난 경험과 다른 시간을 만들기 위해 민중후보 경선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일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을 뺀 제3지대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세계를 그리기 위해 어떤 정치와 세력이 필요한지, 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다른 실패의 경험을 만들자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은 선거를 운동의 의제를 제기하는 기회로 여기며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질의서를 보내고 정책협약을 맺는 방식의 대응을 주로 해왔다. 후보를 변별할 준거가 되고 인물선거가 아닌 정책선거를 바라지만, 그러한 역할을 해왔는지 되돌아본다. 말잔치에 그칠 뿐 실질적인 정책 추진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선거가 끝나고 유권자의 위치에서 벗어나면 정치를 압박할 힘이 사회운동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운동이 제기하는 의제를 가져다 쓰면서 보수정치세력의 이미지 세탁을 거들어온 것은 아닐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선거는 정치의 끝이 아니기에, 과정으로서 이번 대선을 사회운동은 어떻게 통과해갈지 함께 논의하며 공동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 누가 당선될 것인지만을 놓고 본다면 분명 이번 대선은 실패일 것이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실패의 경험을 만든다면, 이 실패는 지금과는 다른 길을 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관성화된 대응으로 또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1과 2를 정해진 선택지처럼 받아들이며 기존 구도에 갇히거나, 점유하고 있는 기득권의 지분이 다를 뿐인 제3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여는 시간으로 사회운동의 길을 찾아가자. 이번 대선에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넘쳐나지만 이는 기후위기, 불평등과 차별 등 지금 당장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여기지 않는 기존의 정치세력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우리의 삶과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체제의 문제로, 지금과 같은 제도정치에 더 이상 내맡길 수 없다는 단절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흐름으로 조직화, 세력화하는 길을 낼 때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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