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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승 사퇴'와 '자가당착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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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승 사퇴'와 '자가당착 국민의힘'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던 노재승씨가 결국 사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완강하게 버텼다. 자신의 잘못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았다.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고 변명은 다시금 '설화'로 이어졌다. 선대위원장을 물러나면서도 진정성 있는 뉘우침은 없었다. 반성과 사과를 기대하기에는 그는 너무나 강고한 '확신범'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노재승씨를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정도였고 옹호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것은 국민의힘과 노재승씨의 코드가 기본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씨의 발언록을 읽어보면 국민의힘 생각과 별로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주장과도 화음이 잘 맞는다. 표현의 언사가 거칠고 유치할 뿐인데 그것도 국민의힘에서는 '사이다 발언'으로 박수를 보낼 내용들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그 자체로 신이 대한민국에 보낸 구원자라고 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승만, 박정희 없었다면 인터넷, 페이스북은커녕 노동당 통제받으면서 새벽부터 곡괭이질이나 하고 있을 것이다"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노재승씨가 한 말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회의실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국민의힘 뿌리는 보수와 반공주의를 표방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있으며, 이 당이 '박정희당'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음을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국부'로 추앙하는 인물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중흥의 기수'로 가장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이다. 그러니 노재승씨의 말이 일점일획도 틀린 게 없다. 김구 선생에 대한 막말 역시 '이승만 추앙'을 위한 '정치 라이벌 죽이기'로 면죄부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재승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이 고통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고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던 자들이 내내 외쳤던 것이 바로 '진상규명'이다"고 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힘 주장과 '싱크로율 100%'다. 국민의힘은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이념적, 정파적 의도가 깃든 정치 선동 행위"로 규정하며 "자식의 죽음에 대해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비난해왔다. 세월호 참사에 집착하는 것은 국민의 사기 저하, 국가 경제 침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악덕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폄하 발언자 중에는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석 의원도 있다. 고통과 슬픔에 대한 혐오와 박해는 노재승씨나 국민의힘 사람들이나 매한가지다. 노재승씨의 '정규직 제로' 주장은 또 어떤가. "임금이 같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큰 차이가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노동 철학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발언의 용감무쌍함과 현실에 대한 무지함이 난형난제, 용호상박이다. 두 발언 모두 비정규직이 갖는 고용의 불안정성, 열악한 복리후생,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시급히 치유해야 할 우리 시대의 고통스러운 상처다. 이 상처에 윤 후보가 소금을 뿌렸다면, 노재승씨는 상처 부위를 아예 절단해버리자고 한 셈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처 당시 시민들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을 겨냥해 노씨가 "반일은 정신병"이라고 비아냥댄 것도 "한일관계 악화는 현 정부 탓"이라는 윤석열 후보의 말과 찰떡궁합의 하모니를 자랑한다. 일본의 무역 보복도, 일본의 우경화도 모든 게 한국의 잘못이라는 인식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마조히즘적 대일관'이야말로 정신병이 아닐까. 사정이 이러하니 노재승씨는 사실 물러나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5·18 폄하 발언만 해도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망언 시리즈' 재고가 창고에 넘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무총장에 임명했던 한기호 의원은 "북한의 각종 매체에서 5·18을 영웅적 거사로 칭송한다. 북한은 매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고 말해 5·18을 친북으로 연결했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이며,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것인가. 초록은 동색이거늘. 노재승씨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이율배반이요 자가당착이다. 결국 노씨의 선대위원장 사퇴는 유권자의 눈을 가리는 일시적 기만술일 뿐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면, 노재승씨의 5.18 발언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한 사람은 박주선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표현의 자유 봉쇄를 지적했을 뿐"이라고 '영입 동기생' 노씨를 감쌌다. 호남 출신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본인의 경력이 노재승씨 엄호에 설득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박 위원장의 '호남 대표성'이나 '5.18 대표성'을 인정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한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민 통합'과 '동서 화합'을 대의명분으로 내걸었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였는지를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박 위원장 등 이번에 윤석열 후보 쪽으로 정치적 둥지를 옮긴 민주당 출신 사람들은 그나마 그럴듯한 대의명분마저 내세우지 못한다. 그저 이승만·박정희 숭배, 세월호 참사 왜곡폄하, 일본 추종의 '향일성' 대일정책, 번지수 틀린 노동정책의 강물에 하염없이 몸을 싣고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노재승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소개하며 올린 페이스북 글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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