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소를 '녹색'으로 분류한 초안(EU-Taxonomy)을 제안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원전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미 심각하게 후퇴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까지 포함하면 원칙을 저버린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원전은 녹색이 아니다"라며 "녹색분류체계가 더는 누더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한국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했다"면서 "여기에 원전은 빠졌지만 논란 끝에 LNG 발전과 블루수소 등이 포함돼 녹색분류체계의 원칙적 의미가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사회로 나기 위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이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시장의 적극적 녹색금융 투자 활성화를 돕는 지침서라고 보면 된다. 약 2년 동안 유럽연합(EU),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기준과 비교 검토하고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됐다. EU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지속가능 재정 분류체계(EU-Taxonomy)'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이 안에는 원전이 '녹색'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보낸 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전이 포함됐다. 이러한 소식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의 분류체계에도 원전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원전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등은 "EU 지속가능 분류체계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초안"일 뿐이라며 "EU는 지난해부터 원전의 지속가능 분류체계 포함여부를 놓고 회원국간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에서 현재 프랑스가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원자력 발전소 투자 확대를 원하는 동유럽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는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EU 지속가능 분류체계 초안에도 원자력은 대단히 제한적으로 포함돼 있다"며 "신규 원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과 부지 및 자금 확보 등을 조건으로 달았으며,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역시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EU 초안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 부지를 갖추고 2045년 이전 건설 허가를 받는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는 녹색 투자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이들은 "그렇기에 원전 의전도가 높은 몇몇 유럽연합 회원국의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EU 지속가능 분류체계의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원전 프로젝트는 많이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초안은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 한계를 조목조목 확인한 것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그런데 EU의 초안 내용이 보도된 이후, 국내에서도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원전은 본질적으로 '녹색'이 될 수 없는 심각한 오염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라늄 채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물질에 피폭되는 사례도 많고 운영 중인 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내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다량 검출된 사례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 처분도 문제다. 처리 기술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보관 장소도 없어 원전 내 수조에서 임시로 보관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 오염과 위험이 없는 경제활동을 규정하고 이러한 항목에 금융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기후위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미 LNG발전의 한시적 포함으로 이미 녹색분류체계는 불완전한 것이 되었다"며 "여기에 원전까지 포함한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결코 금융 시장에서 변별력과 신뢰성을 가지는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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