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근거 없으니 반박도, 논쟁도 이뤄질 수 없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8일 기자가 여가부 '개편'에서 '폐지'로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윤 후보에게 요청했을 때 윤 후보는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다. 그리고 더는 좀 생각해보겠다"고만 말했다. 페이스북에 이후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다루는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으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근거며 지향점이 아니라 윤 후보의 머릿속에서 여가부는 '남녀를 나누는 기능'을 하는 부처로 생각되고 있다는 추정, 그리고 성평등·성차별을 다루는 여가부의 본질적 기능은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짐작 정도다. 근거가 없으니 반박도, 논쟁도 이뤄질 수 없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 방식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선 후보는 본인의 정책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지향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내 놓지 않는 것은 결국 준비가 안 됐다는 증거"라며 "아무리 선거 전략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이번 건은 이슈만 만들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젠더 관점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선언
대선 후보의 정책 제안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는 이 '일곱 글자'는 "정책"이라기보다 사실상 "집권 뒤 주요 가치나 정책에 젠더 관점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윤 후보가 여가부를 폐지한 뒤 모든 부처에 양성평등 부서를 만들어 부서 정책을 성주류화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젠더 관련해서 정책을 다루지 않겠다, 국정 철학에 성평등은 없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본다. 또 윤 후보에게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치워도 되는 것이고 여성유권자는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인데,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이 정책으로 삶의 질이 나아질까. 단적으로 여가부가 폐지되면 20대 남성이 당면하고 있는 취업난이나 주거 문제가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정반대"라고 말한다. 권 대표는 "사실 윤 후보는 성평등 관점 뿐 아니라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차별과 불평등 구조를 해체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여가부 정책 때문에 청년들의 삶이 나빠진 게 아니고 구조 실패의 책임은 기득권에 있는데 기득권이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분노를 여성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차별이나 불평등 개선 정책을 거부하게 되면 다수의 20대 남성은 더 큰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지역·계층 등 남성들 내 차별과 불평등이 있는데 이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20대 남성들 중에서도 많은 자원을 가진 남성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2030'의 표를 얻을 수나 있을까.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7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일곱 글자'에 대해 "국민들이 무슨 남초 사이트의 회원인 줄 아는 것 같다. 국힘이 요즘 입만 열면 말하는 2030은 허구이다. 거기서 여성 빼고, 30대 빼고, 여혐 아닌 20대 빼고, 그래서 ‘일부 이대남’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이 전략으로 '정말' 2030 다수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2030 이외 세대의 표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방법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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