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살이 되면, 임맥의 흐름이 허해지고 태충맥의 흐름은 약해지고 줄어들어 월경이 그치게 된다. 이런 변화로 인해 신체적 노화가 시작되고 임신을 못 하게 된다.
七七任脈虛, 太衝脈衰少, 天癸竭, 纯正堵塞, 故形壞而無子也." - 동의보감 내경편 권1 신형身材比例 중에서 -
"폐경 후로 지금까지 갱년기증후로 힘들어요. 잠도 잘 못자고 가끔 열도 올랐다가 식어요. 몸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 아파요. 갱년기에 좋다고 광고하는 거 다 먹어봐도 잘 모르겠어요. 아는 엄마는 여성호르몬 처방을 받아 보라고 해요."
환자의 차트를 보니 만 60세다. 폐경이 52세 때니까, 환자의 말대로라면 8년째 갱년기인 셈이다. 상열감과 안면홍조, 발한, 불안과 우울, 신체의 통증과 무력감, 그리고 불면과 같은 증상은 여성호르몬의 감소에 영향을 받는다. 폐경을 전후해서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저하될 때 몸이 힘들어지는데, 이것을 갱년기증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증상들은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 증상과도 유사하다. 폐경 이후에도 오랫동안 스스로 갱년기증후라고 여기는 환자 중에는 이런 경우가 더 많다.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운동과 식이를 바꿔가면서 신경계의 균형을 돕는 치료를 받길 권했다. 갱년기가 아니란 말에 환자의 얼굴에는 순간 실망과 기대가 교차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똑같은 적 없다. 매 순간 변화하는 속에서 나라고 불리는 몸과 감정, 그리고 정신적 상태를 유지하고 산다. 늘 존재하는 변화 중에는 중대한 몇 가지 시점이 있다. 먼저 가만히 누워서 하늘만 보던 아이가 엎어지고 기고 앉고 마침내 두 다리로 서면서 인간의 시야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옛어른들이 품안의 자식이라고 하는데, 두다리로 서서 스스로 힘으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는 독립적 존재가 된다. 그 이후로 겪는 큰 변화로 사춘기와 갱년기가 있다. 두 시기 모두 성호르몬과 관계있는 변화로, 사춘기는 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변화가, 갱년기는 감소에 따른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 최근에는 '남성갱년기'라는 말도 등장했다.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분명 존재하지만, 생식능력 측면에서 봤을 때 남성갱년기가 실재하는가는 좀 의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남성은 평생 철부지로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폐경을 맞은 여성 중에는 앞서 말한 증상들로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상실감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다. 또한 폐경이 되면 의레 힘들고, 날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전자는 남성 위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관념에 자신을 가둔 경우고, 후자는 젊음을 강요하는 세상이 갱년기마저 상품화하면서 만든 환상에 빠진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갱년기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병적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애주기에서 맞이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다. 다만 타고난 유전적 차이와 그간 삶의 궤적에 따라 그 과정이 순탄할 수도 있고 조금 힘들 수도 있을 뿐이다. 등산할 때 근육량이 충분한 사람은 덜 힘들고, 평소 운동을 안했던 사람이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치료가 필요한 증상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겠지만, 폐경과 갱년기를 고쳐야 하는 병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앞서 말한대로 본인의 증상이 정말 폐경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폐경을 여성성을 잃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동안 여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을 잘 마치게 되었다는 성장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주변의 인정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스스로 그 간의 삶을 잘 견뎌왔음을 격려하고 다독이면 좋을 것 같다. 갱년기증후는 살만큼 살았다고 자신하던 어른이 겪는 성장통이기도 하지만, 갱년更年에는 인생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갱년기를 맞았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삶의 경험을 재료로 삼아 각자의 색으로 삶을 완성해가는 자신만의 출발점에 섰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계획과 함께, 로켓이 자신이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자신을 밀어올린 추진체를 떨구는 것처럼 과거의 자신을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을 잘 해낼 수만 있다면 갱년기는 인생에 찾아온 축복이 될 수 있다.그녀들을 위한 레피시 : 소갈비배추국
뭘 해도 심드렁하니 갱년기라서 그렇다고들 했다. 갱년기에 접어들었으니 이유도 없이 성내는 일에 당당했고, 오전 내내 잠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합리화했으며 여성성이 사라질까 두려워 화장을 더 진하게 하고 외형에 신경을 쓰는 일조차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지인들을 보았다. 그도 저도 아니면 갱년기에 좋다는 이런저런 상품들을 무지막지하게 구매해 먹다가 마구 던져 놓는 지인들도 보았다. 나는 갱년기를 모르고 지낸 사람이다. 나라고 뭐 대단하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 갱년기를 모르고 지나간 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애써 찾자면 사느라고 바빴을 뿐이라는 정도다. 일은 나에게 생계이기도 했지만 위안을 줄 때가 더 많다. 특히나 주방에서 몸으로 하는 일이 끝났을 때는 힘들다기보다 뿌듯하다거나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다. 무기력해지는 순간을 갱년기라 말하지 않으려고 떨쳐 일어나 냉장고를 뒤졌던 것 같다. 냉동실에서 갈비를 꺼내 찬물에 담가 물을 갈아주며 핏물을 뺀다. 핏물 빠진 갈비에 칼집을 넣고 기름을 떼내고 끓는 물에서 튀기듯이 데쳐 다시 씻어 건진다. 물을 넉넉히 붓고 고기의 살이 뼈에서 분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 익힌다. 갈빗살을 건져내고 그 국물에 김장배추 남겨둔 것과 된장을 넣어 국을 끓인다. 배추는 흐물흐물하게 익어야 한다. 배추가 물러지게 끓는 사이 건져낸 갈빗살에 간장과 갖은 양념을 해서 갈비찜을 만든다. 이미 어느 정도 익어 오래 익히지 않아도 된다. 갈비양념은 무게를 계산해 섬세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 거기 빠지면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맛있어야 하고 먹는 사람들이 좋아해줘야 하니까 잘하고 싶어지니 더욱 일에 몰두하게 된다. 완성이 되어 밥상을 차린다. 어, 배추된장국이네! 하다가 그 깊고 구수한 갈비맛이 나는 국물에 놀라고 같은 밥상에 갈삐찜이 한 보시기 올라있으니 같이 먹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나온다. 그러면 된 거다. 더 바랄 게 없다. <재료>배추속대 300g, 갈비육수 8컵, 된장 2~3큰술, 대파 1뿌리, 소금 <만드는 법>1. 배추는 연한 속대만 골라 깨끗이 씻어 손으로 북북 뜯어 놓는다.2. 냄비에 갈비육수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다.3.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손질해 놓은 배추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4. 국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배추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인다.5. 모자라는 간은 된장이나 소금으로 한다.6. 국이 다 되면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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