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시설 로드맵'의 현 주소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포럼에서 김기룡 중부대 교수는 "탈시설은 2000년대부터 제안된 개념"이라며 "26년간의 단계별 추진 계획은 또 다른 희망고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미 지역별로 다양한 시범사업이 진행되며 운영 경험이 축적됐다"며 "현 로드맵에서의 '3년 실시계획'은 사실상 '시간벌기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 탈시설 로드맵의 탈시설 지원 계획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 로드맵은 장애인 본인의 자립 희망 의사를 확인한 후 탈시설 및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겠다는 방식"이라며 "시설 퇴소에 따라 지역사회 정착에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주지라는 물리적 공간도 중요하지만 정착과 자립, 활동지원 등 전반적인 주거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탈시설에 대해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고, 자립과 사회참여를 선택할 기회가 보장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의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세상'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장애가 자연스럽고 흔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탈시설 정책으로 전환한 국가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고든 카일 온타리오 커뮤니티리딩 전 정책국장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례를 들었다. 카일 전 국장은 "캐나다의 경우 시설 노동자들은 시설 폐쇄 시 노동자 재배치 문제에 대해, 또 시설에 입소 중인 장애인의 부모들은 퇴소 시 위험에 방치돼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일 국장은 "탈시설 정책 추진 후 우려와 달리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강조했다. 카일 국장이 제시한 탈시설 정책 추진 후 2012년 이뤄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답가족의 91%가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 편입한 것에 대해 상태가 개선되거나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87%는 "지역사회 거주하는 장애인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이 우수하거나 매우 높다"고 응답했으며 "93%가 장애인 가족 구성원의 지역사회 편입에 만족한다", 81%가 "장애인 가족 구성원이 시설에 있을 때보다 지역사회에 편입한 현재 더욱 자주 만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주요 국가들이 탈시설 정책 전환에 성공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탈시설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하다"며 "탈시설이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등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에서는 예산을 이유로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라면서도 "시설에 지원되는 예산을 탈시설 정책 추진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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