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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의 마지막 행로가 도라산 역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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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의 마지막 행로가 도라산 역이길 [기고] 윤석열 후보가 철도를 타며 생각해 볼 것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열정열차"라는 이름으로 전세열차를 빌려 선거운동에 나섰다. 그동안이 같은 선거운동 방식을 왜 시도하지 않았는지 의아했었는데 국민의 힘이 테이프를 끊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아이템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가 주력 교통수단이던 시절 열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있던 일이었다. 철도를 이용해 이동이 수월하고 역은 그 자체로 유권자들을 만나기 좋은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 3월 5일 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진해에 체류 중인 이승만 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특별열차를 마련하여 서울까지 상경하면서 주요 도시마다 기차를 세우고 유세 할 계획임을 알리고 있다. 3월 15일 선거를 꼭 10일 앞둔 날이고 4·19혁명의 거대한 불길이 타오르게 될지는 꿈에도 모를 시기였다. 국민의 힘이 좋은 형식은 선점했는데 안에다 채울 내용이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열정열차로 이름 붙인 윤석열차는 무궁화호이다. 한국에서 무궁화호는 서민 열차의 상징이자 공공성의 바로미터이다. 고속선 개통 이후 한국은 빠르게 KTX 중심으로 옮겨갔다. 속도 혁명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고속열차가 닿지 않는 많은 지역에도 철도 서비스는 필요하다. 네트워크 산업인 철도는 상호 조화와 협력의 구현이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게 만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전주역에서 '열정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열차'를 타고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지역을 순회한다. ⓒ연합뉴스
한국철도는 적자라는 불명예에 시달려 왔다. 이 적자는 경영부실에 의한 적자가 아니라 철도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적극적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부터 적자를 빌미로 철도를 압박해왔다. 그 결과 철도공사는 수익 창출 압력에 내몰려 왔다. 같은 조건이라면 KTX를 투입하는 게 무궁화호를 운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린다. 당연히 무궁화호를 줄여야 하는 요인이 된다. 고속열차가 도입되고 한국철도는 발전하는데 이상하게 서민들은 더 불편하다. 수익 지상주의가 만든 또 하나의 이상한 회사는 주식회사 SR이다. 경쟁체제란 이름으로 고속철도를 분리해 회사를 하나 만들었는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회사다. 선로점검도 차량수리도 대부분 역의 매표도 객실 서비스도 청소도 다 경쟁사인 코레일이 하는데 고속선에서 나오는 수익은 알뜰하게 챙긴다. 윤석열차 같은 무궁화호는 사실 돈이 안 된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서민경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열차이다. 무궁화호 열차는 KTX에서 나오는 수익이 교차 보조 되는데 SR에서 얻는 수익은 무궁화호 열차로 수혈되지 않는다. 모세혈관으로 가는 길이 막힌 것이다. 무궁화호 승객은 SR을 이용할 경우 환승 할인조차 안 된다. 윤석열 후보는 윤석열차를 타고 시민들을 만나기 전에 후보와 수행원들이 타고 있는 열차의 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보이고 해결책도 보일 것이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서로 환승하고 보완하며 보조하고 승객들은 할인으로 혜택을 받는다. 코레일과 SR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조개혁 공약을 못 낼 이유가 없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동쪽 끝 대륙을 여는 문이자 태평양을 품은 아침의 땅이다. 하지만 그 허리는 사슬에 얽매여 있다. 사슬도 보통의 사슬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지배와 정복의 역사, 증오와 대결의 시간이 빚어낸 제국주의와 식민지, 냉전의 결과물이었다. 휴. 전, 선. 마그마만 모이면 다시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 같은 의미의 선이 한반도를 가로질러 남과 북을 나누고 있다. 오랫동안 휴전선이 (휴)전선이어야 좋은 사람들이 세상을 누렸었다. 언제든 전선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사람들을 옭아맸다. 분단은 선 건너편 악마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사람을 제단에 올려 삶을 파괴 했다.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며 적화야욕에 불타는 북한공산집단을 이롭게 하거나 미제의 앞잡이 남조선 괴뢰의 공화국 반선동 행위에 가담한 자라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살아오던 사람들이었다. 최근 과거 간첩단 사건 재심 판정으로 무죄를 받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보노라면 기가 막힌다. 국가가 개인을 짓이겨 버렸다. 희생양으로 선택된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총동원체제 아래 국가에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갔던 사람들 또한 피해자였다. 가장 많이 빚나가는 게 전쟁에 대한 예측이다. 1차대전 당시 많은 군사 전문가들과 장군들은 전쟁은 3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4년이나 지속됐고 군인들만 3천1백8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젊은 병사들을 기관총 앞에 지속적으로 돌격을 감행시킨 장교들은 그 시대의 뛰어난 군사학교 출신들이었다. 어린 병사들은 도스또옙스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두에선 고깃덩어리" 신세였다. 폐쇄적이기에 가장 혁신이 늦은 조직 군대의 숙명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장군들도 승리를 장담하지 않은 자가 없다. 군사적 오판은 1차대전 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전쟁의 특성상 아무리 대비를 잘해도 완벽한 승리를 얻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불완전한 상황 판단과 우연성의 연속이며 그렇기에 객관적 성질로 도박이고 주관적 성질로도 도박이라고 일갈했다. "아군이 10가지 비책을 준비해 전쟁에 나서면 적은 11번째 대응책으로 나올 것이다"라는 말은 전쟁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클라우제비츠의 고뇌가 담긴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발사 조짐을 보이면 선제타격하겠다는 말은 한반도를 불구덩이에 몰아넣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말을 사이다 발언이라고 치켜세우는 어리석음의 마그마가 모이고 모이면 결국 도달하는 것은 진짜 불구덩이다. 선제타격을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만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무기가 몇 기 인지 추정치로만 알고 있는 현실이다. 핵무기 발사시설을 선제공격하고 이동식 발사대도 무력화시키고 잠수함도 다 파괴하고 백전백승의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심지어 "발사 조짐"이라는 애매한 말은 알고 봤더니 발사 조짐이 아닐 수도 있다. 또 발사 조짐의 원점을 타격했더라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다른 곳에서 발사된 핵미사일이 있을 땐 그걸로 끝이다. 핵미사일이 아니더라도 휴전선 일대에 집중된 재래식 무기는 남북 수백만의 희생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승패는 의미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표가 중요하더라도 증오에 편승해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 윤석열차의 마지막 행로는 도라산 역이었으면 좋겠다. 분단의 장벽 앞에서 이제 적대를 끝내고 조금씩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선언하면 어떨까? 또 그 첫걸음으로 일단 서울과 평양을 잇는 열차를 한 번 운행해 보자는 제안도 좋을 것 같다. 열차 전국 순회라는 좋은 형식에 맞추어 평화, 통합, 환경, 민생이라는 멋진 내용을 담아내는 것은 어떤가. 판관이 되어 얼굴을 붉혀 상대를 심판할 때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전주역에서 '열정열차'에 탑승한 뒤 창문 밖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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