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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물로 쌀밥 지어 먹고 면역력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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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물로 쌀밥 지어 먹고 면역력 챙기자 [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12화. 면역력이란 무엇일까?

"외부의 요인은 사람이 약해진 상태가 아니면 그 자체만으로는 사람을 상하지 못한다. 외부의 병인과 약해진 몸이 서로 만나야 안으로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

風雨寒熱严禁虛 邪不可以獨傷人 此必因虛邪之風 與其身材 兩虛相得 乃客其形."

- 동의보감 잡병편 권1 변증辨證 중에서 -

환절기가 되니 잘 지내던 환자들이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다. 피로와 무기력,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이 흔하고 이전에 아팠던 곳이 다시 아프기도 하다. 특히나 비염, 감기나 몸살 기운이 있으면 바짝 긴장했다가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고서야 안심한다. 2년 남짓한 사이에 인류는 겁쟁이가 되어 버린 듯하다. 장기화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 무렵부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즈음이면 '면역력'이란 말이 유행한다. 하지만 막상 면역력이 뭐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키나 몸무게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근력이나 폐활량처럼 측정 가능한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에서처럼 보호막이 씌워지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다양한 제품들이 과학적(!) 연구결과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전염병 시대의 이면은 면역력 필수시대이자 면역력 전성시대다. 그럼 정말 면역력이라는 것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그 무엇일까?
"옛날에 세 사람이 함께 새벽길을 가다가 안개를 만났다. 세 명 중 한 명은 건강했고, 다른 한 명은 병이 들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죽었다. 건강한 사람은 술을 마셨고, 병이 든 사람은 죽을 먹었고, 죽은 사람은 속이 빈 상태였다. 술이 안개와 이슬을 막아주고 사기(邪氣)를 쫓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 동의보감 잡병편 습(濕) 중에서 -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던 세 사람이 안개란 차고 습한 환경에 처했을 때 영향을 안 받은 사람도 있고, 병이 난 사람도 있고 심지어 죽은 이도 생겼다. 글의 앞부분에 쓴 것처럼 같은 외부요인에 노출되었어도, 개인의 내부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졌다. 이것을 두고 면역력의 차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술과 죽 그리고 공복상태가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술이 습기와 한기로부터 몸을 보호해 줬고, 죽은 좀 부족했고 빈 속은 치명적 결과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염병 시대에 술을 즐겨 마신 사람이 살아남았다던가, 로마군대가 정복전쟁에서 풍토병을 이기기 위해 병사들에게 와인을 지급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아, 그렇다고 술이 건강에 좋다거나 술을 마셔서 현재의 전염병 시대를 이겨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우리는 지금 면역력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위의 일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각자의 몸이 얼마나 그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병의 발생에 중요하다. 즉,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해도 면역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용해서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문제없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면역력이란 단어를 면역시스템의 효율이라고 해석한다. 그 연장선에서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말은 면역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한다. 즉,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특별한 무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면역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몸 속 환경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도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독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면역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진 이유가 다르니 필요한 것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뭐를 먹으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하다가 맞는 것이고, 한 걸음 더 나가 그 사람의 개별생리에 맞출 수 있어야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면역시스템의 효율을 결정하는 몸 속 환경에 영향을 줄까? 이 질문에서 우리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먹는 음식, 감정적 스트레스, 운동과 수면과 같은 것들 말이다. 질병이 있다면 그것의 치료가 먼저일 것이고, 면역력이 걱정된다면 이런 일상의 문제들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문제도 그에 대한 해결책도 먼 곳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내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면역력도 그렇다.
▲고로쇠물밥.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고로쇠물밥

장 담그는 철이라 종일 밖에서 항아리와 메주들과 씨름을 했더니 등과 목에서 찬바람이 이는 것 같다. 집이 아니니 따뜻한 방바닥에 누울 수도 없고 하여 자꾸 난로 곁으로 가게 된다.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셔 몸은 따뜻해졌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가라앉고 무거워진다. 어제의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육박하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이럴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허둥거리게 된다. 그러다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그 끝엔 밥이 있다. 밥을 잘 먹어야지, 뭐니 뭐니 해도 밥심이 최고지,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들께서 늘 말씀하시던 밥심을 다른 말로 바꾸면 어쩌면 그게 면역력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이른 것이다. 그래서 밥을 한다. 반찬을 따로 할 생각은 없다. 김장김치 아직 넉넉하고 된장은 항아리에 그득하니 된장찌개 후딱 끓여서 차리면 된다. 잡곡을 섞을까, 아니면 묵나물 같은 부재료를 넣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흰쌀밥을 하기로 한다. 고민하다 눈이 간 곳에 막 나오기 시작한 고로쇠수액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로쇠로 밥물을 잡아 흰쌀밥을 하면 다른 반찬 없이 김치 하나, 된장찌개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고로쇠는 단풍나무과의 다년생으로 경칩을 전후로 나무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먹는 오랜 풍습이 있다. 뼈를 이롭게 한다고 하여 골리수(骨利樹)라 부르기도 한다. 고로쇠수액에는 뼈에 좋은 마그네슘과 칼슘,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칼륨이 함유되어 있다. 게다가 좋은 당분으로 에너지 공급을 해주니 더없이 좋다. 흰쌀밥이 가지고 있는 단맛에 고로쇠수액의 은근한 단맛이 더해져 세상 맛있는 밥이 지어진다. 김형찬 원장님은 겨울을 나고 봄을 준비하는 우리 몸의 균형회복과 기운보충에 고로쇠물로 지은 밥이 제격이라 하셨으니 더 좋다. 서둘러 쌀을 씻고 밥을 하는데 솥에서 밥냄새가 나고 된장찌개도 끓으니 어느 사이 몸에 도사리고 있던 한기가 사라지고 마음에 있던 그림자도 사라진다. 얼른 밥 먹고 밥심 한 번 제대로 발휘해봐야겠다. <재료>쌀 2컵, 고로쇠물 2.5컵 <만드는 법>1. 쌀을 손으로 가볍게 비비면서 3~4번 씻어 건진다.2. 압력밥솥에 씻어 건진 쌀을 넣는다.3. 고로쇠물을 2.5컵을 붓는다.4. 40분간 불린다.5. 솥을 불에 올리고 센불로 끓이다가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불을 최소로 줄인다.6. 1~2분 후에 불을 끄고 김이 저절로 빠질 때까지 둔다.7. 솥뚜껑을 열고 밥을 고루 섞어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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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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