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른의 전유물인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결국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에 관한 권리다. 이런 권리를 행사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청소년, 청년들에게 과연 생활 속에서 정치를 이해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가? 투표권 행사의 의미에는 – 물론, 가족 또는 지인 등 주변 사람과 여론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 기본적으로 스스로 정치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 있음이 포함된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없이 이제 막 만 18세를 맞이한 유권자에게 투표 행위 자체로 만족하라고 할 것인가?정당 내 청소년과 청년의 활발한 정치참여 및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의 선거권(aktives Wahlrecht, 1972년)과 피선거권(passives Wahlrecht, 1976년)은 이미 50여 년 전에 만 18세로 정해졌다. 이런 결과는 정당과 청년조직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내며 얻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독일 정당의 동고동락(同苦同樂) 정치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중 하나인 사회민주당(SPD) "청년사민주의자(유소스 / JUSOS: Jungsozialisten ind der SPD)"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청년조직이다. 이 조직은(이하 JUSOS) 1914년 뮌헨 출신인 펠릭스 페헨바흐(Felix Fechenbach: 후에 Kurt Eisner의 비서)가 "뮌헨 사회민주주의 협회(Sozialdemokratischer Verein München)"에 "청년부서(Jugend-Sektion)"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페헨바흐는 처음으로 "젊은 사회주의자(Jungsozialist)"라는 용어 사용하면서 JUSOS의 초석을 세웠고, '정신적‧정치적으로 강한 독자적 삶(ein starkes geistiges und politisches Eigenleben)'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그러나 SPD 당내 청년조직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당이 독립사회민주당(USPD)와 다수파사회민주당(MSPD)으로 분열됨에 따라 나눠졌다.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 청년부서의 주요 임무는 젊은 노동자 교육이었고, 정치적 문제보다는 주로 자연, 예술, 문화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1921년 제1차 제국회의에서 젊은 사회주의자들과 당 사이의 관계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졌고, 대다수의 젊은 사회주의자들은 청년조직을 당내 독립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했다. 1922년 MSPD가 USPD의 일부와 병합된 후, 청년조직도 병합되었다. 그러나 젊은 사회주의자들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결국 1931년 라이프치히 당대회는 청년조직을 해산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1933~1945년) SPD 활동이 금지되고, 그 이후에 청년대표의 조직은 다시 형성되었다. 1946년 하노버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젊은 노동자조직이 지역협회에 도입되었다. 이후 1969년 뮌헨에서 개최된 연방의회에서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 페미니즘, 국제주의라는 대의를 표방하였다. 이러한 대의를 이어 오늘날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Demokratischer Sozialismus)', '여성주의(Feminismus)', '국제주의(Internaltionalismus)', '반파시즘(Antifaschismus)' 등 4가지 기본원칙 아래에 주거, 교육, 노동, 경제, 이민, 다양성, 디지털화, 복지국가, 환경,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JUSOS는 당의 흥망성쇠와 국가와 세계의 역사적 파도를 함께 겪어왔다. 현재 JUSOS는 전국 16개 주 협회, 6개 지부, 350개 이상 지역그룹, 80개 이상 대학생그룹, 7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청년조직이다. 특히, 16개 모든 연방주에 학생 및 직업수련생을 위한 주조정위원회가 있어 정기회의 개최, 교육세미나 제공, 주정책 수립 지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청년의 현실정치 참여도
독일 정당 내 청년조직의 활발한 활동 및 정치 참여는 실제 연방의회의 의원 선출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1년 연방선거(Bundeswahl)에서 선출된 연방의회(Bundestag) 의원 736명 중 40대 미만 의원은 186명으로 25.27%를 차지했다(출처: 독일연방의회, //www.bundestag.de/). 연령대별로는 35세~39세 78명(10.60%), 30세~34세 62명(8.42%), 25세~29세 41명(5.57%), 18세~24세 5명(0.68%)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주요 정당별 40세 미만 의원은 사민당 65명(31.55%, 206명 중), 기민당/기사당 28명(14.21%, 197명 중), 녹색당 49명(41.52%, 118명 중)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에 이른바 ‘청년세대’ 현실정치 참여는 매우 초라한 상황이다. 제21대 대한민국 국회 40대 미만 의원 수는 11명으로 전체 295명 국회의원 중 겨우 3.72%를 차지한다(출처: 열린국회정보, //open.assembly.go.kr/). 독일연방의회 내 비율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11명 청년 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 6명(3.48%, 172명 중), 국민의힘 2명(1.88%, 106명 중), 정의당 2명(33.3%, 6명 중), 기본소득당 1명(100%, 1명 중)이다. 이 가운데 30대 미만은 단 1명(정의당)뿐이다. 특히, 전체 국회의원 중 압도적 수를 차지하는 여‧야 양당의 '청년의원' 비율은 고작 2.87%밖에 안 된다.정치를 위한, 청년을 위한 정당의 역할
물론, 우리나라 정당 내에도 청년조직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당", 국민의힘 "청년의힘", 정의당 "청년정의당", 국민의당 "청년백신(전국청년위원회)", 시대전환 "18+위원회", 녹색당 "청년녹색당", 민생당 "청년위원회"가 그것이다. 부디 이 조직들이 당내, 그리고 우리나라 청소년‧청년들의 관심과 이익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정책을 디자인하고 실현하도록 초석을 세워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각 정당들은 이슈몰이를 위해 선거철에만 '젊은이'를 영입하는 행태를 버리고, 정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구현할 '정당인', '정치인'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겠다. 올해 1월에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의 야당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은 자신의 참모인 서창대(이선균 분)에게 "어떻게 이기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기는가가 중요한 법이다."라고 말한다. 정치인에게 "왜 이기는가"에 대한 대답은 정치를 하는 '대의(大義)'가 된다. 이번 대선에 생애 처음 투표를 경험할 청소년과 청년들이 앞으로도 참정권 행사를 통해 정치 효능감을 경험하며 진정한 '정치의 맛'을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이들이 '대의(大義)'를 '대의(代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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