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에서 '실종'되거나 '건강보험에 숟가락 얹는 외국인'이라고 낙인이 찍혔던 이주노동자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3일 국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대선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정책이나 공약으로 제시되지 않고 실종 상태"라며 고용허가제 폐지, 기숙사 가이드라인 개정, 산재대책 등을 대선 공약에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위원장은 "한국에는 200만 명이나 되는 이주민이 살고, 이중 100만 명이 넘게 노동자로 일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업종에서 일하고 한국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책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노동을 하고 있다"며 "열악한 근로조건, 기숙사에 살다가 사망해도 사업장 변경 제한 때문에 벗어날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다. 노동자의 이직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25조 1항에 따른 시행령과 고시에 열거된 사유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경영상 사유,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이 확인되어 이직 하더라도 3년 동안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직장 이동의 제한은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일하게 하고, 이는 곧 노동자의 산재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지난 1월 공개한 '2021년 전체 중대재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670건의 중대재해 중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은 11%가 넘었다. 필리핀노동자 공동체 '카사마코'에서 활동하는 존스 갈랑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형태로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대선 후보들이 외면하고 있다"라며 "한국은 노동력과 후속 세대를 위해 이주민을 필요로 하고, 그렇다면 이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정책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2일 경기도 파주시 컨테이너 숙소 화재로 이주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며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고, 컨테이너에서 불타 죽고 그래도 이주노동자 정책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 대상이 아닌 노동자였다고 언급하며 "고용허가제 대상이 아니면 노동자들이 사망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1월부터 '농축산업 외국인노동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고용허가제 대상인 노동자들도 여전히 열약한 시설에 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투표권이 없더라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모든 사람의 노동조건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은 대선 후보들이 발표하는 반려동물 정책을 예시로 들며 "반려동물이 투표권이 있어서 정책이 나오는건 아니다"라며 "사업주의 이익이나 경제를 위하여 이주노동자의 자유를 박탈해도 된다는 것은 노동에 관한 최저선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인권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은 기자회견 이후 대선 공약에 이주노동자 정책 포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각 정당 당사 앞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이주인권단체가 요구하는 10대 요구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전환 △농축산어업 노동자 차별 폐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임금체불, 산재 대책, 건강보험 차별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류자격 부여 △코로나 재난지원정책 차별과 배제 중단 △이주여성노동자 성차별, 성폭력 근절과 권리 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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