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대선을 13일 앞둔 24일, 국민통합과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연대를 정의당, 국민의당, 새물결당 등에 공식 제안했다. 양당제에 유리한 지금의 정치체제를 다당제에 유리한 정치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연대하고 협의하자는 것이다. 본래 양당제나 다당제 등 정당구조에 따라 선거유형과 대표제도, 의회구조와 정치문화가 덩달아 달라지기 때문에, 또한 다당제 전환이야말로 제3당들의 한결같은 정치개혁 요구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치개혁연대의 요체를 다당제 전환으로 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오늘 송 대표는 다당제 정치체제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해 선거제도와 권력구조를 다음과 같이 바꾸자고 제안했다. 첫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위성정당 설립을 금지함으로써 제3당들도 정당득표율에 최대한 비례해서 '민심 그대로 의석수'를 갖게 하자. 둘째, 지방의회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여 제3당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용이하게 하자. 셋째, 대통령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사표심리에 의한 표심왜곡을 방지하고 제3당들의 연정참여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자. 넷째, 국회 다수파에 총리추천권을 주고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총리제를 운영하자. 이 경우 제3당들은 대통령제아래서도 책임총리를 매개로 연정협약에 따라 각료를 배분받으며 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다당제 정착에 유리한 법제도적 틀을 헌법과 정치관계법을 개정해서 갖추게 되면 제3당들이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아래 세력 확장과 의회진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결선투표를 거친 과반수 대통령이 외교안보통일 등 외치를 맡고 국회다수파 추천 실세총리가 경제사회환경 등 내치를 맡는 방향으로 대통령의 집행권이 실질적으로 분권화되고 의회역할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면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상당부분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분권적 대통령제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정치권의 내부토론 및 시민사회와 타협과정을 거쳐 정해지겠지만 위의 큰 방향만큼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송영길 대표는 다당제 전환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개헌은 새 대통령 임기 1년 이내, 법 개정은 임기 6월 이내에 마치자며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민주당의 이번 다당제 정치개혁연대 제안은 무엇보다도 시대정신과 대의에 부합한다. 정부여당의 실수를 기다리며 무조건 반대와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지금의 양당제 정치문화로는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 경제양극화에 맞서지도 못하고 사회대전환의 요구에도 반응하지 못한다. 명색이 선진국 대선인데도 기후위기 대응정책논쟁이 실종된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론 민주당이 갑자기 대오각성해서 기득권 포기를 선언하고 다당제 전환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대선승리라는 눈앞의 필요 때문에 나온 제안이다. 민주당의 이번 정치대전환 제안은 대의와 실리를 함께 살릴 수 있는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 순간처럼 다당제 정치개혁연대의 주, 객관적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적이 없었다. 첫째, 다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다. 그의 위성정당 금지입장과 연동형비례대표 강화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둘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완주의지를 갖고 지금까지 남아있는바 이들은 다당제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상징적 정치인이다. 셋째,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초박빙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연대해서 윤석열 후보를 고립시킬 마지막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다당제 정치개혁연대 제안은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민주당의 대선승리에 필요하며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도 이롭다는 점에서 승부수로 부족하지 않다. 비유컨대 1997년 대선에서 DJ가 IMF외환위기, DJP연대, 이인제 출마라는 3대 호조건 덕에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듯이 202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다당제 정치개혁연대에 필요한 이재명 후보의 다당제 신념, 안철수 후보의 캐스팅보터 역할,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초박빙 경합이라는 3대 호조건을 갖춘 게 사실이다. 하지만 3대 호조건을 활용해서 다당제 전환에 필요한 정치개혁연대에 응할지는 일차적으로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결심에 달려있다. 안철수와 심상정은 각각 중도와 진보를 대표하는 현실정치인이자 대선후보로서 민주당의 제안을 놓고 고민이 없지 않을 것이다. 열렬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겉으로만 보면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이 정의당과 국민의당에 다당제 정치개혁연대를 제안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민주당에 강제한 것으로 봐야 맞다. 지난10년 넘게 안철수 등 중도세력과 심상정 등 진보세력이 집요하게 민주당에 요구해온 다당제 정치개혁과 개헌요구를 배부른 민주당이 거부하고 회피하다 이번에 대선승리를 위해 마지못해 수용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안철수 후보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중도포기를 했든가 현재의 캐스팅보터 지위를 갖지 못했다면 어림 없었을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 제안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조금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본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했을 뿐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분투한 결과로 사실상 쟁취한 천재일우의 기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도 다당제 전환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 적 없는 윤석열 후보와 국힘당이라면 몰라도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 후보가 민주당의 이번 공식 제안을 반기지 않는다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 공수표가 될까 우려할 수 있다. 해법이 없지 않다. 그동안 대전환시대와 촛불혁명의 요구에 걸맞은 전면개헌과 정치개혁을 위해 싸워온 시민사회를 다당제 정치개혁연대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을 합의조건으로 내걸고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다당제 정치개혁연대 제안은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민주당에 사실상 강제하며 쟁취한 측면이 강하다. 이제 시민사회와 손잡고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기꺼이 화답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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