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까지 8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민을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더 많은 물질적 풍요와 성장만 이야기합니다. 당장 잘 살게 해주겠다는 후보를 뽑으면 안 됩니다. 미래세대에 기후위기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이번 대선은 기후대선이 되어야 합니다." (유정길 60+기후행동 운영위원)
20대 대선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하려 시민들이 주요 대선후보 캠프를 찾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순으로 각 캠프 앞을 찾아 "신공항 건설 중단, 석탄·핵 발전 중단 등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비상행동은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들의 공약과 메시지에서 기후위기는 잠깐 스쳐가는 배경으로 활용될 뿐"이라며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한 가운데에 있음을 의미하는 '기후대선'의 희망은 희미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상행동은 "기후위기는 대선이 지난 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본격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며 남은 대선 기간 각 후보에게 기후대선을 요구하고, 대선 이후에도 새 정부에 제대로 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가 끝난 뒤 100여 명의 참가자는 여의도에 있는 주요 대선후보 캠프를 찾았다. 캠프 앞에서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이 후보 캠프 앞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말이 진짜라면 실천으로 이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 후보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 폐기, 석탄화력 및 핵 발전 중단 등을 공약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으로 대기과학을 전공했다고 소개한 김종환 씨는 안 후보 캠프 앞에서 "핵 발전이 없으면 탄소감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원전 안전성과 핵폐기물 문제는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과학을 말하는 안 후보가 할 말이 아니"라며 "핵폐기물을 완전히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 대안은 핵 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척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 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윤 후보 캠프 앞에서 "지구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석탄 화력 발전을 끊어야 한다"며 "모든 대선 후보는 삼척 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과 탈석탄을 공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기후대선과 기후정의를 위한 전국행동 '기후바람'의 일환이었다. '기후바람' 참가자들은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경주 월성 핵발전소,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등을 찾아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각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도 참가자들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안에 드는 한국기업인 포스코(1위), 현대제철(7위), 삼성전자(8위), 쌍용양회(9위), 에쓰오일(10위) 등을 찾아 기후위기에 대한 이들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비상행동은 "한국에서 지난 10년 기업 14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의 50%를 차지했고, 주요 대기업 10개 그룹의 배출량은 2020년 국내 총 배출량의 36%에 달한다"며 "기후위기의 진짜 주범인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대한 규제와 기후위기 비용 부담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인철 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대선후보들이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을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는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사업이 계속되고 있고,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잇는 농민이나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지금의 대선판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현장의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정치가 바뀌어야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기후바람'을 마친 소회를 말했다. 앞으로 비상행동의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기후위기에 대해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필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장의 목소리와 행동에 연대하면서 경제성장보다 생명과 기후위기 극복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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