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기후위기에 더 취약했고,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서도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2실무그룹의 6차 보고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여성들에게 더 위협적이고, 저소득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적응 대책은 기후위기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물'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가뭄이 증가하고 지하수의 누출이 심해지자 수도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깨끗한 물로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여성들과 어린 소녀들은 더 먼 거리로 물을 얻기 위해 떠나야 했고, 이는 교육이나 소득 창출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줄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악화 문제도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IPCC 보고서와 언급된 논문을 종합하면 식용수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젠더 기반 폭력 강도가 강해졌고 임산부나 어린 아이의 건강도 악화했다. 극한기후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 또한 저소득 여성들의 영양실조 가능성을 증가시켜 기후위기 취약성을 키웠다. 아시아 지역의 기후변화 영향을 다룬 IPCC 보고서는 기후 재난 상황에서 여성의 취약성을 강조했다. 문화적 관습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은 재난 상황과 그 이후에도 구호와 건강 관리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위험도 평가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 대책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여주는 적응 대책에서도 여성들이 소외됐다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인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는 개발도상국 여성들에게 소득 감소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REDD+는 개발도상국의 산림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감축한 온실가스만큼 배출권을 얻는다. 그러나 산림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에 대한 보장은 부족했다. 특히 산림 내 목재 판매를 주 수입원으로 살아가던 여성들에 대한 보장 정책이 미미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생계 위협으로 다가온 것이다. IPCC 보고서는 환경 정책을 결정하는 국내 혹은 국제적 차원의 위원회 모두 남성을 비롯한 특정 사회 계층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이 과소 대표된 위원회는 산림 및 임지에 생계를 의존하던 여성들의 권리 보장은 고려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기후위기 적응 대책 자체가 성 평등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라며 "지역별, 나라별로 문화적 차이를 반영해 여성이 특히 취약한 부분을 고려하여 적응 대책을 꾸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적응 정책에서 기후 정의의 개념을 도입해야 다면적인 불평등을 기후 변화 적응 대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IPCC 제2실무그룹의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 적응, 취약성에 대한 최신 과학 연구들을 담았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제1실무그룹의 보고서는 작년 8월에 발표 및 승인되었으며 기후변화 완화를 다루는 제3실무그룹 보고서는 올해 4월에 승인될 예정이다. 제2실무그룹 보고서 작성을 위해 62개국 300여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1만4000개가 넘는 논문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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