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율이 높은데도 육아 휴직 다녀와서 복직한 경우가 거의 없어요. 또 사회에서 여성을 말할 때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등 범주를 굉장히 좁게 보고 있어요. 나도 청년이고 여성인데 언론에 나오는 이대남,이대녀 등 청년 담론에는 내 삶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그는 일터인 병원 내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여성의 날이 어떤 날인지 알려준다거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권리를 알려주는 활동을 주로 한다. 그는 "여성이나 노동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모르면 자기가 떠나거나 퇴사하는 등 쉽게 포기할 수 있다"라며 "일하는 여성과 소수자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줘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예비 여성 노동자'도 거리에 나왔다. 대학교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해수(23) 씨는 여성으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차별에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후보들은 여성을 지우고 있다"라며 "예비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라며 여성의 날 성평등운동회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여전히 만연한 일터 성차별..그래도 "목소리를 내면 바뀐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이은정(57) 씨는 건설 현장에 만연한 성차별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여전히 성희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휴게실이나 화장실이 남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의 반이 여성이고, 유권자 반 이상이 여성인데 여성을 위한 법제도는 많이 없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RT 승무원으로 일하는 조혜리(30) 씨는 여성 노동자이자 승무원에게 요구되는 '외모 평가'를 겪어왔다. 조 씨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에는 아직도 외모 평가, 유니폼 지적, 마른 체형 요구 등의 말을 많이 듣는다"라며 "외적으로 여성을 폄하하고 평가하는 말을 들을 때 일터에 성차별이 존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성차별을 겪어온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의 날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이자, 더 나아질 수 있는 활동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3년째 청소노동자로 살아온 60대 A 씨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성차별이 많이 개선되고 있고 이는 여성들의 목소리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4년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B 씨는 건설 현장 내 철근 담당자 중 유일한 여성이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일한다"라고 말했다. B씨는 "여성의 날을 계기로 여성들이 나아갈 수 있었고, 정당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다른 여성노동자들도 현장에서 같이 당당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대선에서 지워진 '여성'과 '노동자'.."모든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일터로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의 날 다음날 치러질 대선에 대해 '여성'과 '노동자' 모두 배제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의 날 당일에 본인의 SNS에 기존에 발표했던 단문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다시 게시했다. 윤 후보는 또한 8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부분을 '실수'라고 밝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슈미씨는 "이번 대선은 최악과 차악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대부분 최악"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나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여성회에서 활동하는 이명희(44)씨는 "대선에서는 여성이 지워졌다"라며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여성을 보호와 가족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런 공약은 단기적으로는 여성의 삶이 개선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평등은 개선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일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소수자 노동자'로서 여성의 날 행진에 참여한 이드(활동명)씨는 "트랜스젠더로서 겪었던 회사는 불편한 기억들이 많다"라며 "양당제의 한계로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지 않지만 대선이 끝난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니 계속 연대하면서 활동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명희 씨 또한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은 '소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간다"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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