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자신의 취임일인 5월 10일까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NSC 회의에서 '불가' 입장이 나오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신-구 권력 간 갈등의 불씨가 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21일 청와대의 입장 발표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특히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과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며 "5월 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5월 10일 취임일까지 용산 이전이 완료되지 못할 경우, 현재 인수위가 사용 중인 통의동 사무실을 임시 집무실로 삼더라도 청와대 개방 약속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못 지킨 약속을 지키길 기대한다'더니, 갑자기 '이전 계획은 무리'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이날 청와대 NSC 회의 결과를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당선인 측의 공약 등에 대해 개별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던 문 대통령의 말씀을 '차기 정부의 행보에 적극 협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며 "국민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하겠다는 새 정부의 결단과 계획을 응원해주지는 못할 망정, 예비비 편성부터 못해주겠다는 발상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허 대변인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라면서 "청와대가 이야기한 '안보 공백' 문제는 이미 충분한 검토를 했으며, 윤 당선인이 국민 앞에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지체 말고 즉각 국무회의에 예비비 편성안을 상정하고 새 정부의 행보에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앞서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집무실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신청했다면서 "법률에 관계 부처에 협조 요청 근거가 마련돼 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검토를 거쳐 내일(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며 "청와대와의 협조 가능성은 특별한 돌출 변수가 생기지 않을 거란 가정 하에서 상호 협의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비슷한 시각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예비비)가 인수위를 통해서 현 정부에 정확하게 제안이 된 것인지 아직 알 수가 없다"며 "내일 국무회의는 꼭 그 예비비 심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안건들이 있을 텐데, 과연 그것을 내일 국무회의에 올려 심의·의결할 거냐 하는 문제는 별개"라고 다른 기류를 시사했고, 결국 이날 문 대통령이 주관한 NSC 회의 결과는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 靑 "촉박한 시일에 집무실·국방부·합참 이전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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