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엄마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지 못해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답답함과 괴로움에 막히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젖꼭지로 흐르는 혈의 순환이 잘되지 않아 막혀서 젖이 나오지 않고, 젖으로 가는 혈의 열이 심해져 염증이 생긴다.
乳子之母 不晓調養 忿怒所逆 鬱悶所遏 厚味所養 而使厥陰之血不能 故竅閉而汁没人接 陽明之血沸騰 故熱甚而化膿" - 동의보감 외형편 권3 유乳 중에서 -
아이의 사진을 보여 주며 세상에서 젤 행복한 표정인 환자를 처음 본 것은 8년 정도 전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때였고, 몇 년 후에는 결혼하고, 좀 더 지나서는 언니와 함께 창업을 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한지 좀 되었는데, 작년에 임신하고 몸이 힘들 때면 종종 치료를 받으러 왔다. 올봄, 이제는 엄마가 된 환자를 보니 동네 한의사의 삶이란 그곳 사람들의 시간과 함께 흐르는구나 싶다. 이런저런 공부를 통해 많이 알고 있지만, 산후관리 주의사항들과 음식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산모의 회복을 돕고 모유 수유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했다. 친정엄마가 같은 동네에 계시니 기본적인 것들은 잘 챙길 듯해서, 지금의 아이에게는 엄마가 온 우주와 같으니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을 잘 챙기기를 당부했다. 의료시스템과 산후조리원, 그리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 덕분에 출산과 육아의 시작이 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갑작스레 엄마란 이름을 얻게 된 사람을 향한 배려가 부족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살면서 선대의 경험과 지혜가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육아에 관한 수많은 정보는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도리어 엄마를 혼란스럽거나 강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외둥이가 많아진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있다면 이 때의 시행착오가 경험과 지혜가 될 수 있겠지만, 첫 아이의 육아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행복과 우울함과 만감이 교차하는 혼돈의 터널이다. 온전한 한 사람이 되기란 힘든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특히 고난도의 일이다. 동의보감은 산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로 영양과 에너지가 충분한데 막힌 것과 영양과 에너지가 고갈된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실한 경우는 소통시키고 허한 경우는 보한다고 말한다. 이전 어른들이 산모에게 잉어, 가물치, 돼지족발을 고아서 먹인 이유는 허한 것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지금도 산모 산후의 상태는 기본적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로 본다. 그래서 늘어난 관절과 인대를 회복시키고 자궁의 수축을 돕고 출산 과정을 통해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시키고 혈의 순환을 돕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소통이 잘 안 되어서 생기는 일이 꽤 많다. 엄마란 역할의 낯섦과 주변의 상황으로 인해 산모의 감정이 균형을 잃는 경우가 있고, 산모가 영양은 없고 입에만 맛있는 음식을 먹어 순환을 방해하고 몸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증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식습관의 이면에는 감정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산후의 약해진 상태임을 감안해서 기의 소통을 돕는 치료와 주변의 지지를 통해 산모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절대적인 배고픔에서 벗어난 지금의 산모들에게는 과도한 동물성 영양보다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좋은 음식의 섭취가 중요하고, 이와 함께 마음을 다독여줘서 엄마란 낯선 역할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좀 더 나은 사회란 출산율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아이와 엄마의 삶까지 배려하는 사회일 것이다.소고기미역국
미역국은 진리다. 단순한 미역국도, 된장 풀어 끓인 미역국도, 가자미를 넣어도, 옥돔이 들어가도, 조개류가 들어가도, 들깨를 갈아 넣어도 ...... 그냥 미역국은 진리 그 자체다. 그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몸값이 비싼 미역국이 소고기미역국이다. 예로부터 젖먹이는 산모에게 가장 많이 끓여 먹이던 미역국이 소고기미역국이다. 지역에 흔한 생선이나 패류들을 넣어 끓여서 산모에게 먹이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산후에 먹는 미역국은 소고기미역국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딸아이를 낳고 한 달 내내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소고기미역국을 먹고 지냈다. 그것도 세끼 밥 때에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자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곰솥으로 한솥씩 끓여 놓고 주셨다. 하루에 여섯 번은 차려주시는 것을 싫다 않고 잘도 먹었던 것 같다. 원래도 미역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 달 내내 미역국만 먹어도 물리지 않아 좋았고, 다행히 젖먹이를 키우는데 부족함이 없이 수유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열 달을 품고 지내면서 키워온 아이를 향한 애정 때문이었을까, 하루 여섯 끼를 한 달 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고 잘 먹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의 미역국으로 충만한 식사 후에 행해지는 수유를 통해 자라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로 미역국을 좋아하고 잘 먹는 것 같다. 그래서 미역국을 주제로 밥을 파는 식당들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생일에만 미역국을 먹지 않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미역국을 끓이게 되는 것 같다. 그것도 한번 먹고 치울 적은 양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기본으로 사흘 정도는 먹을 양을 끓인다. 미역국은 첫날보다 다음날 더 맛있고, 그 다음날 더 맛있기 때문이다. 수유하는 산모는 아니지만 오늘도 나는 미역국을 끓인다. 그냥 끓여도 맛있는 미역국인데 소고기미역국으로 끓이니 그 맛은 말해 뭐할까. <재료>미역 40g, 간장 1큰술, 들기름 1큰술, 소금 약간소고기 양지머리 200g, 다시마 우린 물 1.8L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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