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없는 복지공약, 전면 재검토하라
윤석열 당선인의 복지공약에는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이 없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사람만 돕겠다는 잔여주의 복지 노선만 강화될까 우려된다. 과거에는 설사 보수정부라고 할지라도 국정운영에 있어서 복지에 대한 비전은 존재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후 복지국가의 방향은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거스를 수 없는 국정운영의 한 축이었다. 정권을 구성하는 인수위원회 시기가 윤석열 정부의 복지국가 비전을 만들고 선언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내세웠던 복지공약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윤석열 인수위원회에 복지공약 보완을 요구하며 다음을 제안한다.혁신적 소득보장과 조세 방안 제시하라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과 국민연금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세대 간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적절한 소득보장의 방책이 될 수 있도록,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조속히 출범하여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소득보장의 기반이 될 '다층연금체계' 도입을 촉구한다. 나아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10만 원을 추가급여 하는 방식을 공약했다. 하지만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는 역진적 격차 발생이다. 추가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빈곤노인의 가처분소득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다. 생계급여 이상의 기초연금은 줬다 뺏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비를 줬다가 기초연금에서 빼앗는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근로소득이 30% 공제되는 기준을 따라 기초연금도 30%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것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구조와 소득 불평등 양상이다. 불안정한 노동의 양태와 높은 중소상공인 비율이 한국 사회 소득보장 구조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소득을, 국민의힘은 안심소득 등 각자의 대안으로서 소득보장 방책을 내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그 가치에 비해 국민의 소득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안심소득은 소득보장의 최저수준만 포괄한다는 데 한계가 있다. '복지확장형 음의소득세'를 적극 검토해 '빈곤 제로'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복지정책들을 아우르기 위한 마지막 과제로써 현실적인 조세방안과 공약가계부를 요구한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집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언급도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세금까지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식양도세 폐지까지 내걸면서 자산양극화 시대에 조세정의를 더욱 허물어트리고 있다. 오직 집권을 위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건 것이 아니라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국정운영에 필요한 재정세입계획을 정확히 추산하여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할 것이다.성평등과 돌봄 없는 복지국가는 없다
'성차별의 극복'과 '돌봄 가치의 재평가'는 오늘날 복지국가 비전이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다. 가족주의 복지 모델과 복지서비스의 단순한 양적 확장으로는 현대 사회의 다종다양한 복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더욱 논의되고, 더 세밀하게 보완되어야 할 성평등과 돌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할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굳은 입장에 깊은 우려를 전한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 이로써 복지국가 비전의 다양한 층위를 공유하며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혐오에 기반하여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고, 방향 제대로 잡기를 바란다.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촛불항쟁이라는 대의와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나름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사람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어떠했는가? 최근 찾아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어르신은 당뇨, 고지혈증 체크를 위한 혈당체크기 용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셨다. 혈당 체크용 바늘은 일회용품을 이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감염을 무릎 쓰고 두 번 이상 사용하셨다. 수급자 어르신은 이재명 후보가 내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보고서 어떠한 마음이셨을까. 복지국가를 간절히 염원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큰 박탈감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보수정부 집권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양극화와 폭력적인 경쟁이 더욱 악화될까 두렵다.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 성차별 문제가 은폐되고, 돌봄국가를 향해가는 노정이 더디어질까 두렵다. 가난하고 소외된 인민을 위한 정책,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신발 끈을 더욱 단단하게 동여매겠다는 다짐을 한다.*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