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노력이 없다면 과거 차별 시대로 돌아간다"
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가부 폐지를 윤 당선인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인수위도 여러 차례 여가부 폐지를 확인하며 폐지는 기정사실이 됐다"며 "여성 폭력 현장에서 피해자를 지원해왔던 현장 단체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폭력은 그동안 남성 중심 구조 속에서 여성에게는 일상이었고, 폭력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며 "그나마 (여가부 등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적극적 인지, 구조적 차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방지 대책과 피해자 지원체계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그럼에도 여성 폭력 인정 역사가 짧듯 피해자 지원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폭력방지 대책과 피해자 지원 정책은 '성폭력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정 폭력, 성폭력 등 다양한 여성 폭력은 구조적 성차별에 근거했기에 피해자 지원 등도 성평등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성폭력 관점이 없다면 (여성폭력 사건은) 자연스럽게 성차별로 기울고 말 것이기에 이를 위해서 성평등 전담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인권의 역사는 차별과 불평등을 의도적으로 잡으려는 시도"였다며 "의도적 노력이 없었다면 과거 차별을 당연히 여겼던 시대로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여성가족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성차별이 해소됐으니 여가부를 폐지한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여성 피해자 상담과 지원을 하는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최현진 꿈누리여성장애인상담소 활동가는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여가부 폐지 움직임을 두고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한국 사회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됐다면, 왜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90%를 차지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활동가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여가부의 지난 21년 역사가 없던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며 "심각한 혐오와 젠더 갈라치기도 모자라 합리적 설명도 없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성평등 핵심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윤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여성은 여전히 아동폭력, 근친, 장애여성 폭력 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가부를 갈기갈기 찢어 흩어진 부서를 통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인수위 측에서는 여가부를 폐지한 뒤 여성폭력 방지 시설 및 지원 정책 등을 법무부 등 타부처로 이관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 김해인권지원센터 어울림 활동가는 "여가부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보편적 평등을 추구하는 부처로 자리매김했다"며 "그런 부처를 윤 당선인은 역사적 소임을 다했기에 폐지한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역사적 소임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여가부는 정부 내 각 부처와 지자체 단체의 성인지 예산 등을 집행하며 우리 사회 성감수성을 높여왔다"며 "그렇게나마 성감수성을 높여온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우리 사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의 현실을 외면하는 지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여성 폭력 피해자에게는 여가부가 생존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도 활동가는 "여성 폭력 피해자들은 여가부의 폐지로 여가부로부터 받던 최소한의 보호와 지원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며 "여가부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예산과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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