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정 크레인 보수 작업을 진행하던 고 이동우(38) 씨가 지난 달 21일 사망한 이후 30일이 지났지만 동국제강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족 측은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 동국제강 측 안전 관리자나 담당자가 없었고 천정크레인 전원 차단 여부 확인 등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잘 갔다 올게"라는 남편의 말은 유언이 됐다)
19일 유족과 시민단체는 서울 중구 동국제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제강 측이 18일 유족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유족들의 요구안에 대해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라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동국제강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유족들은 노숙 농성에 돌입한다"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측과 유족들의 만남은 지난 13일 유족들이 본사에 접수한 요구안에 따라 이뤄졌다. 유족들은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에 대한 실질적 경영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재발 방지대책 수립, 책임자 처벌,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동국제강 측은 유족들에게 "포항에서 만나자"라고 제안했지만 이미 서울로 상경한 유족들은 대표이사가 있는 본사에서의 만남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성사된 만남에는 동국제강 동반협력실장, 포항공장 관리 담당 이사, 고 이동우 씨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창우이엠씨 대표이사가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대리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유족들의 요구안에 대한 입장이 뭐냐고 물으니 유족의 이야기를 들으러 나왔다고 말했다"라며 "이미 포항에서 유족들은 지속해서 입장을 말했고, 해결이 안 돼서 본사인 서울로 올라왔는데도 회사 측 입장이 없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지겠다는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라고 비판했다."모든 걸 포기하고 올라왔다"라는 유족..."회사가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한다"
고 이동우 씨의 유족들은 회사의 대응이 시간 끌기용 핑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임신 3개월 차인 아내 권금희 씨, 포항에서 건어물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모친 황월순(64) 씨, 척추암 4기 투병 중인 장모 김기선(63) 씨 등 유족들은 거주하던 포항에서 동국제강 본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매일 아침, 점심에 영정 사진과 항의 피켓을 들고 동국제강 본사 앞에 서 있다. 이날까지 유족은 10일이 넘게 본사 앞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 이동우 씨의 모친인 황월순 씨는 동국제강이 "사람 취급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황 씨는 이에 "모든 생계와 건강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왔다"라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건어물 노점 장사도 때려치우고 왔다"라고 말했다. 고 이동우 씨의 부친은 파킨슨병이 발병한 지 2년이 지나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딸이 홀로 남아 아버지의 병구완을 하고 있다.위험한 일인 줄은 알았는데...남편이 조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인 권금희 씨는 사고 이후 남편이 일하던 현장을 처음으로 가봤다. 높은 위치에 설치된 천정 크레인 밑에는 고철들이 쌓여있었다. "엄청 높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안전조치 없이 일했다는 거잖아요. 밑에서 아무리 본다고 해도 그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무전기 하나 없이 올려보냈다는 게...그런 곳에서 사고가 났다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힘들죠." 남편은 생전 권 씨에게 작업 중 '위험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전부터 크레인이 갑자기 작동해서 머리를 부딪힐 뻔했다거나, 다른 작업자가 작업 중 떨어질 뻔한 상황 등 수시로 작업의 위험성을 말했다. 권 씨도 남편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산재 그리고 김용균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에 대한 법률이 자기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권 씨는 "임신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어 오래 서 있으면 힘든 상황"이지만 "더 알리고 싶어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라고 말했다. 권 씨는 남편의 죽음을 알리는 일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 씨를 포함한 유족들은 본사 앞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숙하면서 동국제강 측이 유족들의 입장을 받아들일 때까지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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