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71% '젠더 갈등 심각'…전망도 암울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25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나흘간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퍼센트(%)가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젠더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는 연령층은 20대였다. 응답자의 90%가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봤다. 전년 대비 15%포인트가 급증한 결과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은 57%만이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젠더 갈등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26%로 전년 대비 5%포인트 감소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개선되리라는 전망은 17%에 불과했다. 반면 52%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갈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고, 27%는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문 응답자는 답했다. 남녀는 각자 한국은 상대 성별이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남성의 40%는 여성이, 여성의 52%는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각각 한국을 평가했다. 이 부문에서도 20대 남녀의 인식이 특히나 다른 연령대의 남녀 인식 격차보다 크게 차이났다. 20대 남성의 56%는 한국은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본 반면, 불과 14%만이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했다. 반면 20대 여성 중 한국이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6%였고,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률이 77%에 달했다. 20대의 뒤를 이어 성별 간극이 큰 연령층은 30대였다. 30대 남성의 48%가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했고, 30대 여성의 63%는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전 연령을 통틀어서는 응답자의 39%가 한국은 '남성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인식해 29%에 머무른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32%는 '성별 간 차이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정 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나보다 상대 성별이 살기 더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성별이 어렵다고) 불평한다는 생각"이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의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놨다.여성은 '가정 내 성차별' 심각하게 인식
학교와 가정, 직장에서 각각 '여성 차별'과 '남성 차별' 중 어떤 성 차별이 더 심각하냐는 질문에 대부분 연령대와 성별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는 앞서 주로 남성에게서 '한국은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이 나온 것과 대비된다. 설문에 응답한 남성의 48%가 '직장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자는 35%에 머물렀다. 여성 중에서는 무려 73%가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다만 이 같은 응답률은 가정과 학교로 조사 대상이 옮겨지면 직장 내 차별과 다소 다른 인식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설문에는 남성의 26%만이 동의했고, '학교 내 성 차별'에 관한 설문에서는 남성의 24%만이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해 오히려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28%보다 낮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50%가 '가정 내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해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률 25%의 두 배에 달하는 답변률을 보였다. 학교 내에서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는 설문에도 응답자의 33%가 동의했다. 특히 '가정 내 여성 차별'에 관한 감수성은 연령별로도 민감도가 달랐다. 20대의 52%, 30대의 49%가 '가정 내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해 40대(44%), 50대(31%), 60대 이상(25%)의 답변률을 웃돌았다. 최근 1년 사이 '인간관계 중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설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세대 역시 20대와 30대였다. 20대 여성의 60%, 30대 여성의 55%가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남성 중에서는 30대 남성(42%), 20대 남성(32%)이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전 연령대 남성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학력별로는 대학 재학자 이상의 40%가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고졸 이하에서는 같은 설문에 26%만이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어떤 인간관계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63%, 여성 응답자의 58%가 '직장 내 동료나 상사와 관계'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관련해 특히 여성의 경우 54%가 '가족이나 친지와 관계'에서도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6%에 머무른 남성 응답률에 비해 크게 높았다.응답자 절반 '성차별 해소 비관'
우리 사회의 성차별 이슈를 해소하고 성평등 사회로 나가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36%였고, 14%는 '성평등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을 합산하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우리 사회의 성평등 실현 가능성을 비관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체 질문 중 가장 응답률이 높았던 항목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응답으로 전체의 47%였다. 이 같은 비관적 인식은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강했다. 20대의 51%가 성평등 실현에 '매우 오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고 19%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30대에서는 각각 46%와 16%의 응답률이 나왔다.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 정책은 남녀 모두를 대변한다는 응답률이 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여성을 대변한다가 29%, 남성을 대변한다가 12%였다. 다만 이 응답에서도 2030세대의 경우 남녀에 따른 답변 격차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컸다. 20대 남성의 51%, 30대 남성의 50%가 양성 평등 정책은 '여성을 대변한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연령대 여성(20대 9%, 30대 21%)은 물론, 40대 남성(39%)과 50대 남성(38%)과 비교해도 큰 폭의 격차를 드러낸 항목이다. 이 같은 성별 격차와는 별개로 전 연령층에서 양성 평등 정책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데 76%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24%에 불과했다. 특히 양성 평등 정책 필요성에는 20대 여성의 83%, 30대 여성의 74%가 동의했다. 여성의 응답률은 고령으로 갈수록 더 강했다. 40대 여성의 85%, 50대 여성의 87%가 양성 평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60대 이상 여성에서는 80%만이 정책 필요성에 공감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양성 평등 정책 필요성을 가장 공감하지 않은 연령/성별 집단은 20대와 30대 남성이었다. 20대 남성의 56%, 30대 남성의 62%만이 양성 평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0대 남성에서도 양성 평등 정책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은 67%에 불과했다. 이는 80%에 달한 60대 이상 남성에 비해서도 낮은 응답률이었다. 구체적인 정책별 설문조사도 실시됐다. 한국리서치가 15가지 성별 불평등 해소 정책을 제시한 후, 그 인식 정도를 4점 척도로 물은 결과, 모든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어느 정도+매우)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응답은 '스토킹 처벌 강화'로 '매우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62%에 달했다. 이어 '여성폭력·성착취 근절 및 피해자 보호'를 '매우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50%였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이용자 차별 금지' 49%,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에 47%, '남성의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활용 촉진'에 46%, '비혼모·장애여성 등 취약계층 여성 지원'에 43%,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된 여성 지원'에 응답자의 42%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양성 평등 정책 필요성에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공감했으나, 윤석열 정부를 향한 기대감은 낮았다.응답자 절반 '윤석열 정부 정책 잘못할 것'
윤석열 정부가 양성 평등 정책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36%에 머무른 반면, 잘 못할 것이라는 응답률은 과반에 가까운 48%에 달했다. 해당 항목에서는 20대의 성별 격차가 두드러지게 컸다. 20대 여성 중 윤석열 정부 양성 평등 정책을 기대하는 응답자는 불과 3%에 머물렀고, 무려 85%가 '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체로 다른 설문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 30대 여성의 응답률 54%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났다. 반면 20대 남성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양성 평등 정책을 전 연령 중 가장 크게 기대하는 집단의 하나로 조사됐다. 20대 남성 응답자의 48%가 '윤석열 정부가 양성 평등 정책을 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60대 이상 여성(55%)과 60대 이상 남성(52%)에 이어 가장 긍정적 전망이었다. 반면 20대 남성 중 윤석열 정부가 양성 평등 정책을 잘 못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6%에 머물러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주소록을 발송하는 웹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전체 7583명에게 응답을 요청했고 이 중 1215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응답을 완료한 이는 1000명이었다. 무작위추출을 전제해 95% 신뢰수준에서 표집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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