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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멸종위기종 독수리가 쉴 곳도 먹이터도 없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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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강 보, 멸종위기종 독수리가 쉴 곳도 먹이터도 없애버렸다 [함께 사는 길] 낙동강 독수리식당 주방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경북 고령군 개진면의 개경포 공원. 지난 3월 12일 이곳에 주말을 맞아 15명의 초중등학교 학생들과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였다. 바로 굶주리고 있는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누어주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낙동강 '독수리식당'이 열리는 그곳이다. 독수리식당을 제안한 이는 낙동강 인근인 고령군 우곡면 포2리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인 곽상수(54) 이장이다. 그가 바로 낙동강 독수리식당의 주방장이다.

멸종위기종 독수리를 위한 식당

"매년 몽골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 낙동강을 찾은 독수리가 있다. 이맘때 고령 개진면의 낙동강에 나가보면 독수리 떼가 창공을 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 대형 조류가 큰 날개를 펴고 무리 지어 나는 모습은 그대로 장관이다. 독수리는 우리나라 문화재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대형 조류다. 그런데 이런 멸종위기종 독수리가 굶주리고 있다고 한다. 먹이가 없어서 굶어 죽어가는 독수리도 생겨나고 있다는 대구 MBC 뉴스('굶주리는 멸종위기종 독수리 먹이공급 필요')를 접했다. 낙동강에서 독수리식당이 생겨난 이유이다." 
독수리식당이 생겨난 배경에 대한 곽상수 이장의 설명이다. 곽상수 이장의 제안으로 독수리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대구환생교)'과 아이들 놀이공동체인 협동조합 '작땅' 그리고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연합이 뭉쳤다. 이들 단체에서는 독수리가 최소한 굶어 죽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먹이 주기에 나섰고 앞으로 매년 굶주리는 독수리에게 먹이를 나누려 한다. 그래서 이날도 대구 전교조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독수리 먹이를 나누기 위해서 독수리식당을 찾은 것이다. 일단 먹이를 놔두면 독수리들은 어떻게 아는지 귀신같이 나타난다. 몇 마리가 나타나 창공을 선회하면서 먹이터 주변을 빙글빙글 선회비행을 한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이들은 창공에서 선회비행만 할 뿐 먹이가 놓인 독수리식당으로 내리질 않았다. 총 40여 마리에 이른다는 이곳 독수리들 전부가 몰려오는 것도 아니다. 10여 마리 내외의 독수리가 날아와서 창공에서 머물며 이곳을 내려다볼 뿐 먹이를 먹기 위해서 독수리식당으로 내리질 않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지난 5일과 9일에도 마찬가지였다.
▲ 합천보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에 모래톱이 드러나자 멸종위기종 독수리가 찾아왔다. ⓒ정수근

수문 개방 반긴 독수리 하지만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대로 가면 독수리식당이 망하게 생겼다. 지난 1월과 2월의 독수리식당과 비교를 하면 달랐다. 그때는 식당을 차리기 바쁘게 독수리들이 몰려왔다. 그때와 다른 것은 식당의 위치가 바뀌었다. 지금은 개경포 공원 바로 앞 낙동강 둔치에 식당이 차려졌고, 지난 1~2월의 독수리식당은 낙동강 합천보의 개방에 따라 넓게 드러난 낙동강 모래톱 위에 차려졌다. "합천보 수문을 열어서 새롭게 생겨난 합천보 상류 창녕군 이방면 우산리 모래톱에서 5회. 바로 직상류인 낙동강 지천 회천의 모래톱에서 1회. 총 6회의 독수리식당을 운영하면서 대략 300kg의 돼지고기를 독수리들에게 나누어줬다"고 곽상수 이장은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때는 독수리들이 먹이를 주면 1시간 안에 바로 내려와서 먹이를 먹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은 모래톱이 아닌 낙동강 둔치에 먹이를 나누어준 것이다. 환경부가 합천보 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을 위해서 지난해 12월 1일 합천보 수문을 열었다. 합천보의 관리 수위가 해발 10.5m인데, 해발 4.8m까지 수위를 내렸다. 총 5.7m의 강 수위가 내려갔다. 그렇게 되자 그동안 강물에 잠겨 있었던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낙동강이 드넓은 모래톱 위를 잔잔한 강물이 흘러가는, 마치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낙동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낙동강의 이 같은 변화를 가장 반긴 것은 야생동물들이었다. 특히 새들이다. 그중에서 눈에 확 띄는 녀석들이 바로 독수리들이다. 독수리들은 새로 드러난 모래톱에 삼삼오오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 것이다. 새들에게는 모래톱이 지친 날개를 쉬어가는 곳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넓은 개활지로서의 모래톱은 천적이 나타나는 것을 멀리서 경계할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한 휴식처로서 기능을 한 것이리라. 환경부가 2월 3일 수문을 닫으려는 것을 낙동강유역 환경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이 모래톱에서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한 이유도 바로 이들 야생동물들의 휴식처로서의 모래톱을 더 사수하기 위함의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총 15일간 더 수문개방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합천보가 지난 2월 19일부터 다시 물을 채우기 시작하자 일주일 만에 낙동강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 아름다웠던 은모래톱은 모두 강물에 수장됐다. 더 이상 독수리들과 백로, 왜가리,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조류들이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독수리식당이 개진의 개경포 공원의 낙동강 둔치로 옮겨진 이유다. 모래톱에서 둔치로 먹이터가 바뀌었을 뿐인데 독수리들이 내리질 않는다. 예민한 이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것인지 둔치에는 절대로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며칠간의 먹이 나누기로 확인이 됐다. 그렇다. 원인은 모래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독수리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 독수리들이 낙동강을 찾았을 때는 드넓게 펼쳐져 있었던 모래톱이 단 두 달 보름 정도 만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독수리들에겐 그간 편히 쉬어왔던 곳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라 얼마나 황당할까. 더불어 먹이터도 사라져버린 것이고. "환경부가 낙동강 합천보의 수문을 닫을 때는 이런 사정도 알고서 독수리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곽상수 이장의 볼멘 성토가 이어진다.
"환경부는 마늘과 양파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니 수문을 빨리 닫으라는 농민들의 요구만 생각했지 독수리들의 생태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다."
낙동강유역 환경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이 천막농성을 해서까지 수문개방 기간을 연장하려 한 이유는 바로 이런 까닭 때문이었다. 이들은 적어도 독수리들이 돌아가는 3월 말까지만이라도 수문개방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 2월 18일 활동가들은 천막농성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환경부와 달성군 농민들과 함께 합의를 봤다. 내년에는 합천보 개방과 상관없이 도동양수장, 자모1, 2양수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이들 양수장의 구조개선 공사를 올 가을부터 바로 시작해서 내년 여름 녹조가 피기 전까지는 마무리 짓기로 합의를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적어도 독수리들이 돌아가는 이듬해 3월 말까지는 합천보의 수문개방을 더 연장하게 될 수 된다. 그렇다면 낙동강을 찾는 독수리들은 모래톱에서 편히 쉬고 그곳에 차려진 독수리식당에서 먹이도 먹으면서 그해 겨울을 편히 나고 무사히 몽골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대구환경연합 등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는 지난 2월 11일부터 9일간 합천보의 수문 개방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이상범

녹조 등 문제 해결 위해선 수문개방뿐

비단 독수리뿐이겠는가? 다른 새들과 수달과 너구리,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에게도 모래톱은 대단히 중요하다. 낙동강에서 사라진 모래톱을 복원시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낙동강 재자연화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초여름만 되면 창궐하는 녹조 때문이라도 낙동강 재자연화는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즉 낙동강 보의 수문이 하루속히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이 막혀 있기 때문에 심각한 녹조가 생기고 그 녹조에서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다. 그리고 그 독은 그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전이된다는 것이 최근 밝혀진 사실이 아닌가. 심각하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양수장의 구조개선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낙동강 보의 관리 수위에 맞춰져 있는 취양수장의 취수구를 더 깊이 내리는 공사를 시급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수문을 열더라도 취양수장을 가동할 수 있어서 마실 물과 농업용수의 공급이 가능해진다.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영남지역의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렇다면 영남을 위해서 '선물'을 하나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니라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안전을 위해서, 또 이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을 위해서 낙동강을 되살려내는 것이다.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모래톱이 드러나고 습지가 생겨나고 강물은 흘러가는, 그런 건강한 낙동강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건강한 낙동강은 건강한 식수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니 낙동강 보의 수문이 하루속히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정파를 떠나서 좌우를 넘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니 윤석열 당선인은 영남인들을 위해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하루속히 흘러갈 수 있도록 해 달라. 그것은 매년 겨울 낙동강을 찾는 멸종위기종 독수리들의 생존을 위한 간절한 외침이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 독수리들이 모래톱 위에서 쉬고 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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