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 도시는 코로나 19에 취약했는가?
코로나 19 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과거 인류가 경험했던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 독감의 사례가 많이 회자된 바 있다. 특히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이 재조명됐다. 예를 들어 16세기 런던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가 흑사병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와 유사하게 도시의 확장을 제한하는 지대를 도입햇다. 19세기 런던과 파리에서는 콜레라 유행 이후 상수도와 분리된 하수도 체계가 갖추어졌다. 빅토리 위고(Victor Hugo)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의 하수도가 공화파의 탈출 통로로 자세하게 묘사된 것도 그 덕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19는 우리 시대의 도시에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될까? 일차적으로 코로나 19는 이전의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이룩해 온 도시 문명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특히 코로나 19가 도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화두는 고밀도 도시가 감염병 전파의 주요한 요인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2020년 코로나 19 유행 초기에 뉴욕, 런던,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서 엄청난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면서 밀도의 역설(density paradox)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에서는 미국에서 대도시권의 사망률이 높았던 것을 근거로 도시의 밀도가 코로나와의 싸움에 있어 큰 적(big enemy)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조금 과격하게는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저밀도, 교외 중심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 밀도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도시 밀도와 코로나 19의 확산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사메 와바 세계은행 글로벌 디렉터와 왕리팡 세계은행 도시개발 전문가의 연구가 있었다. 또한 대도시의 경우에는 확진자는 많지만 치명률이 낮다는 것을 근거로 도시의 의료 인프라가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반박이 있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관점은 도시의 밀도뿐 아니라 연결성에 대한 것이다. 산술적인 도시 밀도가 높다는 것은 도시민들이 언제나 밀집해 있다기보다는 교류나 접촉의 빈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서는 도시 간 네트워크에 있어 중심성이 높은 도시들에 확진자 수가 많은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빅데이터를 이용한 코로나 19 분석
이처럼 코로나 19가 도시에 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의 공이 크다.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를 통해 개인의 이동 행태가 시간적으로는 초 단위로, 공간적으로는 수 미터 단위에서 기록되고 있다. 십여 년 전부터 이러한 빅데이터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이어졌고, 코로나 19 위기 당시 적극적으로 활용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휴대전화 기반의 인구이동량 빅데이터로, 주로 이동통신사에서 '유동인구' 또는 '생활인구'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수집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국내 가입자 수 1위 통신사의 '통신모바일 인구이동량'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국민의 이동량을 모니터링하여 매주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이동량 통계를 보면 2020년 2월 1차 대유행, 8월 2차 대유행, 12월 3차 대유행 시기에 인구이동량이 급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2022년 대유행 시기에는 그 이전 유행기에 비해 인구이동량이 많이 감소하지 않아 국민들의 피로감과 적응도를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 19와 기나긴 싸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예정된 미래, 빅데이터로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자
지난 2년간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근무, 원격수업과 같은 거대한 사회 실험이 이루어졌다. 주지할 점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사회 실험에 참여하여 그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반응하였고 그것이 집단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가 고스란히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을 통해 빅데이터로 축적되었다. 2020년 초 코로나 19가 처음 유행했을 때 어떤 이들은 결국 잠시만 참으면 지나갈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지난 2년 여를 돌이켜 보았을 때 결코 잠시가 아니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을 보면서, 결국에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사스, 메르스, 코로나 19 등의 감염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듯이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예정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관적인 태도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여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19 이후에는 다시는 감염병 위기가 없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온다면, 지난 2년간 코로나 19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대응 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4월 18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재택근무는 축소되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회식 약속을 잡고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등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행태 변화는 또다시 빅데이터로 축적될 것이다. 그리고 2022년을 2019년의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하여 도시경제의 어떤 부분이 회복되고 어떤 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는지를 분석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축적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회복탄력성 높은 도시에서 후손들은 더욱 현명하게 감염병에 대처하길 바란다.■ 필자소개
김영롱은 미국 클라크대학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을 거쳐 가천대학교 IT융합대학 스마트시티융합학과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도시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도시경제, 가상공간,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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