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상상(Social Fiction)이 사회문제 해결의 시작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기에 알 수는 없지만, 역대 대통령이 근무했음을 알리는 박물관이 된 관광지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은 청와대를 둘러보면서 만인지상(萬人之端)의 꿈을 다시 새길 것 같고, 권력 의지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대통령의 꿈을 가져보라고 자기 욕망을 내보이기도 할 듯하다.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라민 은행의 총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월드포럼에서 "과학이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닮아가며 세상을 바꾼 것처럼 소셜 픽션(사회소설)을 써서 사회를 바꾸자"며 주창한 개념으로, 상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유누스는 제약조건 없는 상상을 마음껏 하는 것이 사회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SF기법을 도입해 청와대를 혁신적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이를테면 직접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시민의회'의 공간을 가동할 수 있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이제 빈자리가 된 대통령의 공간에서 현실화하면 어떨까? 우리 공화국의 구성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의회를 통해 국가의 의미를 묻고, 권력의 본질과 권리와 책임을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철저히 엘리트 중심의 대의제 사회다. 헌법은 국민이 유일한 주권자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방법은 거의 없다. 헌법과 법률을 발의할 권리도 없고, 위임한 권한을 오남용한 선출된 권력을 다시 소환할 방법도 없다. 있는 것은 겨우 국민투표권 정도밖에 없기에 '대의제 하에서는 선거일 하루만 자유롭다'는 장 자크 루소의 말이 한국사회만큼 들어맞는 곳도 없다. 그 결과가 국가는 부강해졌지만, 국민은 비루해진 현실이다. 비루해진 현실을 극복하려면 혁신적인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SF1 : 청와대를 '시민의회' 공간으로
시민의회의 구성과 운영은 이렇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민의회에 참여 의지가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고, 추첨을 통해 현재의 국회의원 숫자와 동일한 300명을 선출한다. 임기는 1년으로 하고, 한번 선출된 사람은 다시 선출되지 않도록 한다. 시민의회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숙의하고 토론해 시민의 상식적인 생각이 무엇인지를 발표한다. 사법부에서 진행하는 시민배심원제의 입법부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국민상식'을 드러내는데 이처럼 좋은 방법도 없다. 당선인은 300명이 숙의하고 토론한 국민상식을 국정에 반영하면 되는 가성비 좋은 방식이다. 추첨제로 구성된 300명 보통 사람들의 시민의회가 주는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나리라 본다. 무엇보다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낮은 사회 신뢰도를 보이는 국회와 대별(大別)될 수 있다.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정치하기보다는 소속한 정당, 아니 정파를 중심으로 자기 밥그릇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상식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렴하지만 고효율의 정치가 가능함을 보여줄 수 있다. 시민의원들에게 일정기간 현안 정책을 숙고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정도만 활동수당으로 보장해주어도 국민상식이 무엇인지 바로 말해줄 것이다. 300명이 분기에 1개월, 모두 4개월을 활동한다고 계산하면 대략 23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국회의원 1명이 받는 각종 특권과 특혜의 사회적 비용을 합치면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IT강국이니 시민의회의 일상적인 활동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민의 상식을 말하는 정도로 유지하되, 분기별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는 시민의원들이 청와대 잔디밭에 모여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주민총회, Landsgemeinde)처럼 국민의 상식을 도출해내면 된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분기별로 청와대 잔디밭에서 하는 시민의회는 아시아에서는 으뜸의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세계적인 반열로 올려놓을 수 있다. 그러면 청와대는 BTS 못지않게 세계적인 이름을 얻고, 관광명소도 될 수 있으리라 본다.SF2 : 청남대를 '여름휴가 정치축제'의 공간으로
스웨덴 고틀란드섬의 알뫼달렌이라는 곳에서는 여름휴가철에 정치축제가 열린다. 시민이 휴가도 보내면서 국내외의 정당, 정치인들과 정치토론도 하는 알뫼달렌 축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서 해마다 10만 명이 이 작은 섬을 찾는다고 한다. 정치축제는 스웨덴을 복지국가로 정착시킨 올로프 팔메 수상이 1968년에 우연한 계기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55년째를 맞이하는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가 됐다. 대청호 언저리에 있는 청남대는 대통령의 별장이었지만, 노무현 정부가 시민들에게 개방해 지금은 공원화 됐다. 대한민국의 한 가운데에 있는 속리산과 대청호를 끼고 있는 청남대에서 여름휴가 시즌에 정치축제를 열면 어떨까? 대청호의 맑은 물과 속리산의 힘찬 기운을 받으면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토론하고, 위기에 처한 지구 미래도 함께 고민하면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면 어떤 휴가보다도 값진 시간이 되리라 본다. 이 정치축제에서 각 정당들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수장들도 일정을 조율해 참여하고,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다. 각 부스별로 다채로운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고, 참가자들은 여름 밤 호숫가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상상을 해보자. 아마도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에만 익숙한 국민에게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과 느낌을 제공할 것이다. 알뫼달렌이 북유럽의 명소가 되었던 것처럼, 청남대도 그에 못잖은 휴양명소로 등장할 것이다.우리 스스로 '시민의회'를 상상해보자
정치인들이 국민의 상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쉽게 이뤄질 만도 하겠지만, 상식을 가진 정치인은 흔치 않기에 이런 제안이 쉽게 시작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상상이 현실이 되었던 것처럼, 제안한 상상은 머잖은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윤 당선자가 국민의 상식을 정치에 반영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으로 사회적 상상을 제안해 본다. 기대는 크지 않지만, 아무쪼록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시민의회 공간으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뜻있는 시민을 중심으로 직접 시민의회를 구성해볼까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전국민회, 지역정당 등 새롭고 혁신적인, 정치적 상상을 모색하는 곳들과 함께 마중물을 부어보려고 한다. 5월에 시민의회 사회실험에 공감하는 시민의 온라인 접수를 받고 적절한 시기에 추첨으로 300명을 선정해 모시려고 한다. 물론 추첨과정은 온라인으로 라이브중계 예정! 엘리트주의에 빠지고 권력들에 물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시민의회를 통해 국민상식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픈 뜻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참여문의 및 준비위원 신청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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