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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초안 확정 땐 가난한 흑인 여성에 직격"…美 전역 규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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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법원 초안 확정 땐 가난한 흑인 여성에 직격"…美 전역 규탄 시위 낙태 제한 주들, 여성·아이에 대한 지원도 적어…여론조사 '로 대 웨이드 존치' 54%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임신중단시술이 금지될 경우 가난한 유색인종 여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 등 외신은 대법원이 임신 24주 이전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호하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초안을 마련했다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보도가 나온 뒤 3일 미국 전역에서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로 앤 웨이드 판결에 역행해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단을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며 판결 초안을 작성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 임신중단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1000명 가량 모였고 텍사스 오스틴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시내를 행진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의 몇몇 도시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뉴욕·시카고· 애틀랜타·휴스턴·솔트레이크 시티 등에도 수십~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대법원 앞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만일 남성이 임신할 수 있었다면 모든 현금입출금기(ATM)에서 임신중절시술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시애틀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모성 강요는 여성을 노예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마이애미 프리덤 타워 근방에서 시위에 참여한 아만다 르완(23)은 "(코로나19 전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조차 논란이 될 정도로 자유를 강조하는 이 나라에서 신체에 대한 권리를 침해나는 것은 지극히 위선적"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대법원 결정 초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각지에서 일어난 것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을 다수 미국인인 원치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4~28일에 걸쳐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는 로 앤 웨이드 판결이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28%의 응답자만이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답했다.

임신중단 제한 주들, 피임 교육 않고 임신여성·아동 지원도 없이 '무조건 금지'

임신중단이 금지될 경우 그 피해는 특히 저소득층 흑인 혹은 히스패닉 여성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 통신은 대법원이 각 주에서 임신중단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면 소수자 여성이 그 여파를 집중적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법원 초안의 단초가 된 미시시피주의 경우 인구 중 비백인 비율은 44%지만 임신중단시술을 받는 여성 중 비백인 비율은 81%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임신 6주부터 임신중절을 금지한 텍사스의 경우 비백인 인구 비중이 59%인 데 반해 임신중단시술을 받는 여성 중 비백인 비중은 74%다. 때문에 "임신중단 제한은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의 임신중단비용을 지원하는 앨라배마 기반 기구인 옐로해머펀드의 라우리 버트램 로버츠 이사는 임신중단을 제한법이 있는 주의 유색인종 여성들은 종종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효과적인 피임 방법에 대한 선택권이 이미 부족한 상태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해당 주에서 임신중단이 불법이 될 경우 여성들은 중단시술을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비용 등의 문제로 가난한 여성들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흑인여성인 아만다 퍼지는 그가 살고 있는 멕시코 국경 근처의 텍사스주 리오그란데밸리에서 여성들이 임신중단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다른 주로 이동해야 하며 거주 자격을 확인하는 주 내 국경순찰대를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자들이 뭐라고 말하든 임신중단 제한은 유색인종 여성을 표적으로 삼고 그들의 몸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AP> 통신에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누가 이 제한에 영향을 받게 될지 알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이들은 예전에 중절시술을 금지했다면 아이 양육에 필요한 지원이 더 많이 발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 임신중단을 제한하는 주들은 오히려 아이와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지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AP>는 미시시피주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 중 하나로 저소득층은 건강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임신 중인 여성은 저소득층 의료 보장제도에 등록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보장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미시시피는 영아사망률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며, 흑인 영아는 백인 영아에 비해 생후 첫 해 사망률이 2배 높다.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은 미국 전역을 통틀어 의료보험에 더 적게 가입돼 있지만 임신중단을 제한하는 주에서는 가입이 더 적다. 예를 들어 텍사스와 미시시피, 조지아에서는 2019년 기준 적어도 16%의 흑인 여성과 36%의 라틴계 여성이 의료 보험이 없는데,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AP>는 전했다. 앨러배마·루이지애나·미시시피는 저체중아 출생률이 가장 높은 세 주다. 텍사스·인디애나·미시시피는 임신 첫 3달 동안 산전 관리를 받는 여성의 비율이 가장 낮은 주들이고, 텍사스·와이오밍·유타는 의료보험이 없는 18살 이하 빈곤 아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들이다. <AP>는 "데이터는 임신중단 제한이 있는 지역에서 아동과 부모가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AP>는 이 같은 결과가 부분적으로 임신중단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저소득층 의료보호와 같은 지출에 반대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리 지글러 플로리다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임신중절 반대 운동은 공화당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다. 공화당은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임신중단을 제한하는 주는 피임 교육에도 소홀한 경우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시시피 주법은 공립학교 성교육 시간에 임신과 성병 예방을 위한 금욕을 강조하도록 하고 있다. 임신중단에 대한 토론은 금지돼 있고 강사는 콘돔 및 다른 피임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뉴욕타임스>(NTY)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인구 통계학자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 의하면 임신중단시술을 거부당한 여성의 경우 이후 가난, 실업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파산이나 퇴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유급 육아휴직 제도가 없는 나라라는 점을 지적하며 헨릭 클레번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연구를 인용해 아이를 낳고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에 비해 20~25% 떨어지며 수입은 3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클레번 교수는 "우리는 부모가 되는 것의 영향이 남성과 여성에게 매우 다르다는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권을 보호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임신중단권 보호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다시는 안 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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