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운영 중인 피해자 국선변호사 운영과 관련하여 오는 7월부터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선정 주체인 검사에게 국선변호사 평가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평가하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일부 국선변호사의 불성실한 국선변호 서비스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 제기가 있었기에, 피해자들의 불이익 발생을 막고 대부분 성실한 국선변호사들이 오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항목이 의견서 제출, 형 절차 참여 성실도,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구성되어있어 국선변호사가 성실히 변호를 제공하고 있는지 평가할 뿐 변론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론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피고인의 방어권과 관련하여 변호사의 변론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가는 지금도 법조인들마다 견해가 조금씩 갈린다. 그런데 피해자의 변론 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수준보다도 현저히 그 인식이 낮고 절차적인 보장도 미미한데, 그 변론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또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연구나 담론도 턱없이 부족하다. 통상 피해자 변호사가 하는 업무들 중 주된 부분이 의견서 제출과 조사 배석, 또 피해자 권리 침해 시 진정 등이다. 그런데 의견서를 어떻게 쓰느냐 또 얼마나 쓰느냐는 사건의 성격이나 전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여 적용할지는 순전히 개별 변호사의 재량과 선택, 역량의 문제다. 한편 피해자의 권리 침해가 가해자나 주변인에게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이런 일들은 명확하게 위법한 모습을 띠기보다 은근한 압박이나 편견, 편향의 모습으로 나타나 피해자를 불안하게 하고 진술이나 수사 과정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경우 피해자 변호사가 항의하고 대처하는 일들이 수사기관 입장에서 기껍기만 하기도 어렵다. 변호사는 피해자의 권리를 방어하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그 침해를 하는 주체 또는 침해를 할 수 있는 주체 중에 검사가 예외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재 법무부가 운영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에 있어서 국선변호사에게 사건을 배정하는 권한이 관할 검찰에 있다는 점이다. 공익 활동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국선 사건을 맡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국선변호 활동이 주된 업무와 수입인 변호사들도 있다. 청년변호사와 여성변호사 비중이 높은데, 이는 이들이 업계 안에서 갖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편이기도 하다. 법무부 국선 변호사 지정이 국선변호사 지원 명단에서 그 순서대로 사건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있다. 누군가에게는 좀 더 많이, 누군가에게는 좀 더 적게 가는 것이 현실이다. 국선변호사에 대한 사건 배당을 검찰이 하는데 검찰이 그 국선변호사를 평가하는 상황은, 그러지 않아도 검찰이나 검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국선변호사들을 더욱 을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피해자 권익 보호를 해야 하는 변호사가 검사와 무난한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딜레마가 생긴다. 이는 여성가족부 국선제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굳이 변호사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면, 국선이든 사선이든 '의뢰인'이 하는 것이 맞다. 다만 현재 국선변호사 제도를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불만이나 문제점은 단순히 변호사들 개별의 역량 차이나 성실도의 차이에서 태동된 것이 아니다. 당초 피해자 변호사의 변론권의 범위에 대한 합의와 공유, 변호사 보수의 현실성,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조력 제도 운영의 방법 다양화, 국선변호사 사건 배정의 권한 배분과 투명성 등이 해결되지 않은 혼란과 구태의연의 산물이다. 그걸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평가하는 제도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직접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은의 변호사([email protected])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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