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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세워 지방선거 돌파 성공한 국민의힘, 그러나… 당내 친윤-비윤 주도권 다툼, 정책 우회전 등 '승자의 저주' 비켜갈까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2:5'로 대승을 거머쥐었다. 대선 2라운드 성격의 선거였던 만큼 국민의힘이 선거 과정에서 둔 수 곳곳에는 지난 대선과 정권 교체의 그림자가 짙다. 승부처인 수도권과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윤심' 후보 상당수가 살아 돌아온 점이 윤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대선 승리' 적극 활용한 국민의힘

대선이 끝나고 두 달여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취한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정부‧여당의 힘으로 자당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윤핵관 맏형'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등의 말을 자주 꺼냈다. 이같은 기조 하에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 19일 이후 대전, 인천, 강원, 경기, 충남 등 격전지를 돌며 현장 회의를 열었다. 현장 회의에서는 매번 광역단체장 후보가 3대 주요 공약을 발표하고 당 지도부와 함께 실천 서약을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하나의 주요 전략은 민주당이 국회 내 다수 의석을 점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선거를 이겨야 윤석열 정부가 힘을 얻어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국정안정론'이었다. 지난 13일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추경안 제출 이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민의힘은 속도전을 강조하며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프레임을 확산하려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6일 인천 계양구 윤형선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 네거티브는 이재명·송영길에 집중

'대선 2라운드'답게, 선거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에게 집중됐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경기와 인천에서만 특별히 두 번의 현장회의를 열었다. 그때마다 "경기도망지사", "무연고 출마", "방탄 출마" 등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7일 이재명 후보가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해당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이후로는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이에 대한 집중 공세를 펴기도 했다. 수도권 주민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제주도 관광 수익을 낮추는 지역 이기주의적 공약이라는 논리였다. 서울시장에 출마해 계양을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하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발을 맞춘 송영길 후보도 유탄을 맞았다. 특히 구룡마을 개발 자금 조성을 위한 시민 펀드를 만들고 코인을 발행해 10조 원의 개발 수익을 시민과 나누겠다는 '서울형 코인' 공약은 "장사꾼의 언어", "급조된 공약" 등 여권의 조롱거리가 됐다.

서진정책, '이대남 거리두기' 전략 눈길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대선 승리 이후 여당으로서 '국민통합' 관련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녹여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지난 대선부터 주창해 온 호남을 향한 서진(西進)정책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과의 거리두기였다. 서진정책을 상징하는 장면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시작 하루 전인 지난 18일 국민의힘 의원 99명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42주년 5.18 기념식 참석한 것이었다. 5월 관련 단체들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5.18 묘역 정문 입장을 막지 않았다. 2020년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사과' 이후 성일종 정책위의장, 정운천 의원 등이 직접 공을 들인 결과였다. '이대남' 거리두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 기간 윤 대통령의 언행이 눈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이틀 뒤 3명의 여성 장관 후보자 인사를 발표했다. 물론 윤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해서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고, 지방선거 전략 수립은 당의 몫이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또 한 번의 '윤석열 선거'가 됐기에 선거 기간 중의 지역방문 일정 등 윤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가 초미의 관심이 됐다.  특히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이대남'의 아이돌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도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이대남' 그룹에 대해 특별히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지방선거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당시에는 '이대남 전략을 포기했냐'는 질문에 "포기한 적도 없고 특정 성별을 위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적도 없다. 그렇게 인식하는 국민이 있다는 건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런 적 없다"고 한 발을 빼는 모습까지 보였다.
▲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무위원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경선에서 우위 점한 '윤심' 후보들

민주당과의 관계 등 대외적인 면에서 보면, 국민의힘의 이번 지방선거 과정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기울었던 당세가 회복되는 과정이었다. 파이 자체가 커지는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박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을 빌미로 민주당이 '민영화 반대' 프레임을 꺼내들긴 했지만,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커져가는 파이를 나누는 당내 경선 과정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대선 2라운드, 역시 화두는 '윤심'이었다. 이른바 '윤심' 인사들이 당내 경선에서 경쟁 상대를 누르고 후보가 되는 일이 심심찮게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지사 경선이다. 이 자리에는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4선의 유승민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뒤집어 가며 지난 3월 31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1주일 뒤인 4월 6일,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으로 있던 김은혜 전 의원이 경선에 뛰어들어 후보로 선출됐다. 당원 50, 여론조사 50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결과였다. 충남도지사 선거에는 김태흠 의원이 출마했다. 애초 지난 4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태흠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전 원내대표의 권유를 받은 뒤 마음을 바꿨다. '윤핵관 맏형'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던 움직임의 여파였다. 이밖에 충북도지사 경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이혜훈 전 의원이 컷오프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고문이었던 김영환 전 의원이 후보가 됐다. 울산시장 경선에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 컷오프됐다. 박맹우 전 시장은 이를 "울산 일부 정치인과 중앙 신권력층 일부가 합세한 박맹우 죽이기"로 규정하며 경선 불복을 예고했지만, 결국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이번 선거에서 생환했다. 초박빙 지역이었던 경기도의 김은혜 후보만 새벽까지 이어진 악전고투 끝에 분패했으나, 경기도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본거지인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접전을 벌인 것 자체를 나름의 선전으로 볼 여지도 있다. 

'대선 2라운드'에서 지방권력 교체 이뤄낸 국민의힘, 앞날은?

4년 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구, 경북 2곳에서만 이긴 것과 비교하면 국민의힘의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기댈 곳이라곤 오직 여론 뿐이던 소수당의 입장에서 민주당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제 다음 선거는 2024년 4월 총선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강한 여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총선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이준석 대표의 조기 사퇴 등 변수가 없다면, 다음 총선을 준비할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6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이번에 원내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 등이다. '윤심' 인사 중에는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이번 선거의 경선 과정을 책임진 정진석 의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 등이 눈에 띈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히게 된 오세훈·홍준표 등 '비윤'계 광역단체장들도 당내 세력 형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통상 그렇듯, 이들이 선거 승리 기여도 및 논공행상을 두고 '비핵관' 대 '윤핵관'으로 나뉘어 파열음을 낸다면 다음 전당대회, 나아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승자의 저주'에 빠져 보수적 입장을 강화하지 않고 통합 행보를 유지하며 중도층의 지지를 넓혀갈 수 있을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 차원의 서진정책 지속은 물론 이준석 대표의 당선에 큰 영향을 줬던 '이대남' 당원들의 유혹을 뿌리칠 용기가 필요하다. 민영화나 노동 문제, 김종인 비대위 시절부터 해법을 모색해 온 경제적 양극화 해소 등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이제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본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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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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