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함에 따라 다시 '검찰공화국'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적인 금융감독 및 소비자 보호 기구인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 원장이 취임하는 건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내에서도 이번 임명을 두고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아주 도배했다"며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공화국' 논란으로 몰고가는 건 맞지가 않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이 원장은 오랜 수사 경험(이 있고), 금감원과 협업 경험이 많아 전문가"라며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새 정부 핵심 요직을 모조리 검찰 출신이 꿰차는 검찰 편중 인사가 이어짐에 따라 시민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원장 취임 소식이 알려진 지난 7일 오후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 "대통령실을 넘어 국정원과 국무총리실, 금감원 등 권력기관의 요직에 검사와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는 검찰 집중 인사가 우려된다며 "이같은 극도로 편중된 인사는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어서 검찰 출신 인사의 중용을 예상할 수 있다손 쳐도 이처럼 모든 권력기관에 검찰 출신 인사를 채우는 편중된 인사는 일반의 상식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검찰 편중 인사가 윤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능력에 따른 배치'가 맞는지 물었다. 참여연대는 "특히 인사 추천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이 검찰 출신이고, 인사 검증을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맡게 되어 사실상 윤 정부의 인사는 추천, 검증, 임명까지 검찰 출신이 모두 장악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로 인해 참여연대는 "이복현 원장이 금융범죄 수사의 전문가라고 하지만, 금융정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전혀 없다"며 검찰 편중 인사 시스템으로 인해 발탁된 이 원장 체제에서 금감원의 "금융정책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큰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정부 인사는 그 자체로 국정 기조와 직결되며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통치행위"라며 "정치와 인사는 수사와 기소가 아니다. 공직 전반에 걸쳐 검찰 출신 인사들만 중용하는 과도한 편중 인사는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반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 원장 취임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같은 날 센터는 "론스타 사건, 박영수 특검 사건, 바이오로직스 사건 고발자로서 당시 수사검사였던 이복현 검사의 수사 능력과 신념을 지켜본 결과 (이 원장의 취임은) 당연한 요구"였다며 "이복현 감독원장이 부패 고위층을 제거하여 금융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완수할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고 본다"고 환영했다. 센터는 그러나 "이복현 감독원장에게 주어진 숙제는 모든 국민이 참여하여 풀어야 할 만큼 방대하고 김앤장과 결탁한 권력자들의 범죄는 명백하다"며 앞으로 "감독원의 부패 척결에 모든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중 최악은 즉각 구속해야 할 김앤장의 한덕수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일이며, 최고는 이복현 검사를 감독원장으로 임명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범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그 이력으로 검찰의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로 꼽혀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했고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수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 검사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분류됐다. 그에 따라 이 검사는 윤석열 팀의 일원으로 2013년 댓글부대를 운용했다는 이른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고 2016년에는 박영수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수사도 했다. 현 야당과는 불편한 관계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정권교체 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 입법(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당시 이 검사는 이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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