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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권이 대선후보 전리품인가?

[최창렬 칼럼] 한국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연이은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보다 본격적인 당내 권력투쟁에 몰입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하지만 당내 계파 갈등이 노골화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인 국민의힘도 혁신위원회를 띄운다고 한다.

당 혁신은 모호한 개념이다. 선거 패배 때마다 등장하는 비상대책위, 혁신위 등의 목적 자체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정당개혁이라는 것이 매번 선거 때마다 있을 수는 없다. 또한 정당개혁은 정당 차원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치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정당정치는 민주주의를 관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개혁은 선거 이후 패배한 정당에서는 의례적인 통과의례다. 내용 역시 형식적인 공천 룰 개정과 외부 인사 영입 등 상징적인 조치에 그친다.

정당은 무엇을 개혁하느냐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돌아볼 때가 됐다. 정당 내부의 공천 관련 규정 개정은 세력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정당개혁의 의제가 될 수 없다. 정치가 가치를 지향하고 민의 삶을 살피며 상충하는 이해집단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정당개혁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정당혁신은 이러한 정치의 본령을 왜 해내지 못했고, 정치의 역할에 실패했느냐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는 정치인들의 사고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선거 이후에 집권당과 제1야당이 혁신위를 출범시키고 그들 나름의 혁신을 국민 앞에 선보이겠지만, 총선거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어떠한 절박함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역설적으로 공천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에게 혁신위의 공천제도 개정은 더 절박할 수 있다. 누가 당권을 잡는가에 따라 자신의 생사여탈의 향배가 결정되고, 대선주자는 22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함으로써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얼개에서 볼 때, 대선주자와 총선 출마자들은 공생 관계다.

대권 주자군과 차기 원내 진입 희망자들의 공생 관계가 정치를 현실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동학이 바뀌지 않으면 어떠한 개혁과 쇄신도 지엽적이고 중위 수준의 개혁에 그칠 수밖에 없고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이는 초보 수준의 팩트이지만 이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의 논의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 국민참여경선과 상향식 경선이며, 공천 경선에서 일반국민여론조사와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을 가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정치의 방식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

정치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공천 과정과 개념을 바꿔야 한다. 정치인들은 공천에 포획되어 있고 이 공천권은 결국 당 주류에 의해 행사된다. 공천권이 당 주류와 대권주자의 전리품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당 혁신의 내용이 전당대회 룰을 바꾸고 외부 인사를 깜짝 영입해서 잠시 주목을 받게 하는 정도의 메뉴가 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에서는 벌써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안들이 나오고 있다.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여론조사 5%의 현행 규정을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국민 30%, 일반당원여론조사 5%로 비율을 조정하는 안이다. 요체는 대의원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과 여론조사의 비중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에 유리하게 바꾸자는 내용으로서 당권 주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겠지만 혁신비대위의 주요 의제가 당내 경선 공학에 머물러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한 찬반의 주요 근거는 친이재명이냐 반이재명의 기준이다. 정치에서 세력 분포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이러한 원리가 정치를 작동시키는 결정적 동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권과 공천의 질긴 상관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친이, 친박, 친문, 친명, 친윤 등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줄서기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당권을 차지함으로써 공천권으로 자파 대의원을 확보하여 대선 후보가 되려는 대선 주자와 이를 이용하는 정치꾼들의 악어와 악어새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않으면 정치는 재구성될 수 없다.

2015년 문재인과 박지원의 당권 경쟁에서 박지원은 대권·당권 분리를 외쳤지만 결국 대권과 당권 모두 문재인에게 돌아갔다. 이러한 학습효과들이 정치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권과 당권, 공천권의 악순환의 정치 구조가 한국정치를 마냥 퇴행적 정치에 머물게 한다. 이 구조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정치는 계속 삼류에 머무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국정당의 제도적 디자인이 절실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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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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