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철제감옥 안에 들어가 스스로를 가뒀고, 그의 동료 6명은 스트링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청노동자 3명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곡기를 끊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고, 쌍용차·현대차·유성기업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킨 희망버스가 7월23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갑니다. 배 수주는 돌아왔지만, 배를 만들 하청노동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조선소의 현실을 알릴 예정입니다. 희망버스 참가를 호소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거제 희망버스 평택버스는 7월 23일 09시 평택 원평동주민센터 앞에서 출발합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어퍼컷만 날리던 윤석열 검사가 0.73%의 차이로 대통령이 된 이후 한동안 뉴스를 쳐다보지 않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투쟁하다 감옥에 가고, 오로지 이윤 때문에 죽어간 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만들어진 최저임금, 주 52시간 노동,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손보겠다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당선되고 지난 몇 십일이 가슴에 돌덩이 하나씩 품고 사는 세월이었다.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을 둘러싼 측근들의 비리에는 적법과 능력을 치켜세우며 화만 내는 대통령을 보며 고유가 고물가 때문에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나라 걱정까지 이만 저만이 아닌 두 달이었다. 국민이 키워준 윤석열 대통령은 정작 국민들의 제대로 하라는 요구에는 '글쎄요'나 남발하며 웃고 있다. 윤석열만 행복한 나라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 부양할 만큼 벌어서 함께 웃으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는 이기주의로 둔갑되고, 합법적인 투쟁마저도 나라를 망치는 혐오의 낙인으로 정치와 언론이 조장하고, 민주노총이 국민 욕받이로 '조리돌림' 당하는 작금의 상황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사실 혐오로 편가르기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불행한 사회다. 그래서 혐오와 편가르기로 태동한 윤석열 정부 자체가 국가적 불행이다. 물론 노동자들이 혹은 노동조합이 모든 사안에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않다. 실수도 하고 이기적인 결정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체, 노동조합의 상대는 명확하다. 기업과 정부다. 기업과 정부가 노동조합의 실수를 부풀리고 잘못된 결정을 요구하고 그 결정을 뒤집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결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결과를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지게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기업과 정부에서 가장 잘하는 방식은 노노 분열을 일으켜 노동조합의 제1원칙 단결을 깨버리는 것이다. 속칭 갈라치기다. 갈라치기가 벌어질 때 언론은 대대적으로 그리고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그래서 수많은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의 대상은 회사가 아닌 정규직 노동자인 경우를 종종 목도한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할 때 정규직 교사들이 보였던 소극성이 부각되고,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정규직 공사직원들로 이뤄진 노동조합이 보인 야만적 태도가 강조되며,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벌이는 투쟁에 연세대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보도된다. 그래서 자신의 노력과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 따위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태도의 결과로만 비춰진 노동조합은 이기적이고 나라 망치는 혐오스러운 단체로 둔갑되어 버렸다. 하지만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은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부족하지만 노동자들은 정부와 기업과 야합하는 선택에 대해 투쟁하고 바로 잡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지난 세월 동안 정작 사태의 책임과 해결은 방기한 채 짐짓 뒤로 물러나 불법이라 선언하고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 회사의 생존을 빌미로 노노 분열을 야기하고 그것을 근거로 공권력을 투입한다. 쌍용차 투쟁에서도, 한진중공업 투쟁에서도, 유성기업 투쟁에서도 흡사한 매뉴얼로 탄압을 당해 왔다. 그래서 갈라치기의 프레임을 넘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에겐 불행의 연속이다. 지난 6월 2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5년 전 조선업이 어려워졌을 때 삭감했던 임금 30% 회복,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요구였다. 수주가 줄어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했으니 다시 수주가 늘고 수익이 늘어났으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상식적인 요구였다. 사측은 대화는커녕 구사대를 동원해서 폭력을 휘두르고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파업 때문에 회사 망하게 생겼다며 노노 분열을 야기했다. 먹고 살려 위험하고 낮은 임금으로 일할 때는 가족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먹고 살려 파업할 때는 회사를 망치는 도둑들이라고 하고 있다. 중재에 나서야 할 윤석열 정부는 파업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엄정한 법집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 후 6월 22일 키 180센티미터의 건장한 노동자는 자신의 삶터인 도크 밑바닥에 스스로 용접을 해서 만든 0.3평 철제감옥을 짓고,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감옥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벌써 30여일 째다. 3명의 노동자가 단식투쟁도 돌입했다. 외롭고 고된 나날들이 지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라고 투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가 작성한 것인지 불분명한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구사대를 조직해서 파업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하루빨리 공권력을 투입해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선동하는 내용이었다. 사실관계를 넘어선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가 또다시 정부와 기업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들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혐오와 무지에서 비롯된 갈라치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이 투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또 다른 불행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불법과 탈법은 용인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만 공권력 운운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서, 자본의 이윤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쥐어짜는 대우조선 자본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아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단결과 연대가 쉽지 않음을, 민주노조에서 대기업과 그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단결과 연대도 순조롭지 않음을, 그 두렵고 부끄러운 인정 속에서 다시 단결과 연대를 약속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이 갈라놓은 노동자 간의 단결과 연대를 다시 우리가 복원하고 계승하겠다는 약속을 굳게 다짐해야 한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손을 맞잡기 위해서, 불안한 미래 때문에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눈을 감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 7월 23일 거제희망버스를 출발시킨다. 우리가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간다고 뭔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자본과 정권과는 달리 확신을 갖지 못하고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희망버스는 자본과 정부가 획책하는 갈라치기를 끊어내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이기주의로 매도되고 혐오의 낙인을 벗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다시 구축하는 시금석이 될 여정이다. 모두가 안 된다던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도, 유성기업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도 희망버스를 통해 계기를 만들어가고 사회적 공감대를 획득해냈다. 진짜 공정과 정의는 스스로의 낙관을 놓지 않고 투쟁해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있다. 누구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위해 희망버스에 우리 모두 올라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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