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철제감옥 안에 들어가 스스로를 가뒀고, 그의 동료 6명은 스트링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청노동자 3명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곡기를 끊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고, 쌍용차·현대차·유성기업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킨 희망버스가 7월23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로 갑니다. 배 수주는 돌아왔지만, 배를 만들 하청노동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조선소의 현실을 알릴 예정입니다. 희망버스 참가를 호소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거제 희망버스 평택버스는 7월 23일 09시 평택 원평동주민센터 앞에서 출발합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극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0.3평 철제 감옥에 스스로 들어가 갇힌 지 오늘로 30일째다. 유 부지회장의 손에도, 한달 째 고공농성을 하는 6명의 하청노동자들 손에도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피켓이 들려있다. 5년 전, 10년 전에는 이렇게 살지 않았다는 절규다. 최고의 기술자, 최고의 용접사들의 월급은 네 식구가 먹고 살만했다. 그런데 조선업 위기로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깎고, 기본급으로 돌려 임금의 30%를 깎았다. 세계 최대 조선소 최고 용접사 월급이 200만원 남짓이다. 빼앗아간 월급을 돌려달라는 절규에 윤석열 대통령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강제 진압을 협박했다.
예전 임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는 호텔노동자에게도 똑같다.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세종호텔은 회측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노조가 생겼다. 당시 250여명 직원들은 대부분 호텔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이었고 비정규직도 1년이 지나면 면접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단체협약도 있었다. 과장급 이상만 연봉제였고 나머지는 모두 호봉제를 적용받아서 임금협상과는 관계없이 최소한의 임금은 인상됐고, 적어도 월급이 삭감되지는 않았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 사학재단이 100%지분을 소유한 수익사업체다. 2004년 교육부 감사에 의해 113억 회계 부정으로 해임된 주명건 전 이사장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사면·복권되고, 2009년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세종호텔 노동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귀 초기에는 직원들 눈치를 보며 뒤로는 관리자들을 포섭해나가고 점차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탄압도 늘여갔다. 그러다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노조가 하나 더 만들어지는데 총지배인이 대놓고 현장 관리자들과 새로운 노조 가입을 지원했더니 짧은 시간에 새노조로 다수노조가 됐다. 서비스업 특성상 현장관리자가 가진 권한에 의해 노동조건이 많은 영향을 받다 보니 불안해 하면서도 상급자들이 내미는 새로운 노조가입 원서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었다. 회사는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민주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을 때 새 노조는 걸어놓은 현수막 문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187명의 연합노조원은 50명의 세종호텔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 파업의 요구는 비정규직 4명의 정규직 전환과 단체협약 이행, 노조탄압 중단이었다. 일부 연합노조 구사대의 압박과 폭력에 맞서 38일간 파업을 했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이루었지만 노조 탄압에 맞선 전환배치 거부는 징계로 마무리됐다. 그렇게 교섭권을 가져간 세종연합노조는 2014년 과장급 이상에 적용하던 연봉제를 노조원인 계장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면 합의로 대표이사가 최대 30%까지 임금을 올리거나 삭감할 수 있게 합의를 했다. 계약직 1년 후 정규직 전환 단협 조항을 삭제하고 계약직과 계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포괄임금제를 적용시켰다. 각종 수당이 임금에 포함된 비정규직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활임금을 받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계장급 이상은 포괄임금제 적용과 임금 삭감의 공포로 6개월의 위로금을 받고 구조조정을 당했고, 2016년 연봉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면서 구조조정은 일상이 되었다. 민주노조인 세종노조 조합원들은 대부분 임금이 삭감되었고 연합노조원들도 소수만 삭감되고 대부분 동결이었다. 연봉이 인상되는 이들은 극소수의 팀장급들이었다. 그렇게 2012년 이후로 세종호텔은 10년이 지나도록 임금인상이 한 번도 되지 않았고 세종노조원들은 오히려 삭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이전 영업이 활황일 때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비정규직은 주말마다 수천 명의 웨딩 행사를 준비하면서 호텔에서 객실을 하나 내어주면 금토일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새벽 4시에 나와서 밤 12시까지 일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세종호텔은 장시간 일을 해야 겨우 생활임금이 가능한 호텔. 성수기에는 몸이 부서져라 일할 수밖에 없는 일터. 임금인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 직장이 되었다. 10년 전 세종호텔 250명 중 이제 정규직은 23명이 남았고 대부분의 업무는 외주화되었다. 코로나로 관광객이 끊기자 정부는 고용유자지원금 하나 달랑 던져줬고, 세종호텔은 정부 지원금을 받다가 지난해 12월10일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고 관광객들이 돌아오고 있지만 세종호텔은 해고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호텔을 채우고 있다.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 천막 농성장에서 남녘 끝 거제 대우조선 농성장 노동자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기술자들의 월급을 깎아 최저임금으로 값싸게 부려 먹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회사. 서울 세종호텔과 거제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10년이 어쩌면 이리도 똑같을까.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200일을 맞아 서울 명동에서 "돌아온 관광객 돌아오지 않는 호텔리어"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거제에서 "이대로 살 순 없다"며 처절하게 싸우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명동 행사를 미루고 7.23 대우조선 희망버스를 타기로 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지금 가장 큰 전선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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