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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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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방역은 '과학'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사적모임은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6인까지만 가능, 식당과 카페는 오후 9시까지만 영업 가능, 영화관과 공연장은 오후 10시까지만 운영 가능, 다중이용시설은 방역 패스 의무 적용, 행사나 집회는 접종 완료자에 한하여 299명까지 가능, 종교 시설은 접종 완료자에 한하여 수용 인원의 70%까지만 입장 가능, 철도 승차권은 창측 좌석만 판매, 고속도로 휴게소는 실내 취식 금지, 요양병원 환자의 접촉 면회는 금지.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가 한참 유행하던 지난 2월에 발표되었던 방역수칙 중 일부이다. 2020년 3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방역수칙들은 시민들의 일상 생활을 멈춰 세웠다. 당연한 듯 여겨졌던 사회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고, 그 결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이상 장기화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시민들의 피로감 역시 극에 달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과 일탈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 수용성도 크게 저하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2022년 4월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다. 2022년 5월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은 여론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여론에 편승한 비과학적 '정치 방역'이라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과학 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직접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며, 정부 출범 100일 안에 '과학 방역'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때마침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도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은 순항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이 제대로 추진되었다면 과학 방역의 성과가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좋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국내 발생 18만236명, 해외 유입 567명으로 총 18만803명이었다. 위중증 환자는 567명, 사망자는 42명으로 누적 사망자 2만5752명(치명률 0.12%)을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8만 명을 넘어서면서 지난 4월 13일(19만5387명) 이후 126일 만에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주(7-13일)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1만6724명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치이다. 현장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과학 방역'이라 표현한 윤석열 정부 방역 정책의 핵심은 객관적인 정책 근거의 마련이다. 국민 1만 명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 코로나19 빅데이터 전용 플랫폼 구축,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등이 계획되었다. 이를 통해 시민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방역의 객관적인 정책 근거를 조기에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 중 착수해 정부 출범 30일 안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는 다음 달 초에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은 세종시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일정은 발표도 되지 않았다. 100일 안에 구축하겠다고 하였던 코로나19 빅데이터 전용 플랫폼과 방역통합정보시스템도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주관기관을 이달 4일에 선정하면서 첫 삽을 겨우 뜬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지역별 대상별 맞춤형 거리두기 수칙은 제정되지 못하였다.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대신 고위험시설에 대한 환기설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공표된 게 없다. 시민들의 신뢰도도 저조하다. 16일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코로나19 방역 평가를 조사한 결과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8.2%에 달했다. '잘하고 있다'는 38.1%로 부정적 평가보다 20.1%p 낮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일관된 방역 기조를 유지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다시 넘어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과학 방역'이 아닌 '자율 방역'을 강조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라면서 시민들에게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하지만 자율성을 강조한 방역 기조와 달리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조치는 부족했다. 의무격리 일수는 유지하면서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축소되었다. 모든 격리자에게 지급되던 생활지원금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100퍼센트 이하인 경우에만 지급되도록 변경되었고, 유급휴가비도 3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만 지원되도록 변경되었다. 이를 두고 '각자도생 방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윤석열 정부는 또다른 방역 기조를 제시했다.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 '표적 방역'을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상이나 방역 대책은 내놓지 않았기에 실효성 없이 수사만 앞세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요양시설 등 고위험시설 방역 강화와 4차 접종 확대는 이전에도 시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역 기조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었다. 방역 정책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감염성 질환의 분포, 전파 경로, 잠복기, 전파력, 치명률 등의 정보는 효율적인 방역을 가능하게 한다.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지, 환자의 격리 기간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어떤 기전의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지,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 과학은 비교적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위한 격리 시설은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코로나19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지, 코로나 환자의 치료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코로나19 전담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임금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 밀접 접촉으로 격리된 시민에게 어느 정도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이 답을 주지 못 한다. 이해 관계자 사이의 협상과 타협이라는 '정치'만이 답을 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재유행의 원인 중 상당수는 정치를 통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4차 백신 접종률과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률, 여전히 낮은 먹는 치료제 투약 비율, 현저하게 감소한 코로나19 검사 건수,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도 증가한 여름 휴가철 이동량 등의 문제들은 과학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과학 방역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들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는 일절 배제하고 과학만으로 방역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였던,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과학과 정치가 조화된 코로나19 대응 로드맵을 백지에 다시 그려야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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