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후 2차 가해로 자살"

성추행 피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 수사가 마무리됐다. 특검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13일 안미영 특별검사 수사팀은 100일 간의 수사 이후 발표한 결과에서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에도 2차 가해를 당했다면서 전익수 실장을 비롯한 장교 5명, 군무원 1명, 가해자인 장 모 중사 등 총 7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우선 사건 발생 이후 이 중사를 보호하지 않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의 직속 상사 3명을 기소했다. 김 모 대대장에 대해 특검은 공군본부 인사 담당자에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했고, 가해자의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김 모 중대장의 경우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전입하기로 예정돼있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이상하다며 허위 사실을 전달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가해자인 장 중사 역시 이 중사의 성추행 신고 직후 부대 동료들에게 이 중사의 거짓말로 자신이 기소된 것처럼 알려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도 받게 됐다. 이들과 함께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특검은 초동 수사가 부실해진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히고 있는 전익수 실장에 대해 수사 정보 유출과 관련한 일부 수사 개입을 밝혀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면담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지난해 7월 본인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전한 군무원 양 모 씨에 대해 군 검사가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이 영장이 잘못됐다고 해당 군 검사에게 이야기하면서 계급과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모 군검사도 부실 수사로 인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 2차 가해를 했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구속 수사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이 중사에 대한 조사 일정을 미루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이 중사 사망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공군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기자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 모 중령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그가 지난해 6월 기자들에게 이 중사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라 부부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허위 사실과 함께 수사 정보인 이 중사의 통화내용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해당 사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이같은 2차 가해가 이 중사를 극단적인 선택의 길로 가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특검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2차 가해를 경험한 이 중사가 심화된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안미영 특검은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이 중사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철저한 공소유지로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6월에 수사를 시작했으며 국방부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5만 쪽 분량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인계받았다. 이들은 18회의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수사에는 164명이 참여했다.